'성공'과 '영어공부'의 아이콘 오바마'성공'과 '영어공부'의 아이콘 오바마
Posted at 2009. 4. 5. 03:08 | Posted in 예산낭비 문화부
최근 유정식님이 대단히 멋진 글을 써 주셨는데 이건 그야말로 한국 출판업계의 현실을 꼬집는 글이다.
대한민국은 나름 10대 출판 대국이다. 물론 정신나간 교육제도와 정책에 따른 학습지의 힘이 세지만 그래도 책도 많고 개중 양서도 꽤 되는 나라다. 그러나 서점에서 당최 팔렸으면 좋겠다는 양서는 쉽사리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나마 눈에 띄는 양서는 해외 베스트셀러인데 감각 있는 외국인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진심이다!
워낙 양서가 묻혀 있다가 보면 괜시리 미워지는 책들이 있다. 눈에 잘 띄는 코너를 장악하고 있는 엿같은 책들이다. 남이 고생해서 쓴 책 가지고 엿같다고 하니 좀 미안하기는 한데 본인들도 알 거다. 그 책이 얼마나 가치가 없는지. 그래, 돈 벌려고 쓰는 거고! 그걸 출판사가 요구하는 거고! 그들이라고 그런 책 말고 멋진 책 하나 내고 싶지 않겠는가...
신문도 그렇지만 출판업계도 불황이다. 때문에 좋은 아이템 하나 나오면 다들 그것으로 우려먹기에 바쁜데, 아마도 요 몇 달간 최고의 아이템은 '오바마'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우리가 보는 책은 무엇인가? yes24의 '오바바' 검색 서적 판매 순위는 우리의 열악한 출판 문화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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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버락 오바마, 담대한 희망 (양장/1,000원 할인쿠폰 (~2/28))
[도서] 오바마 아저씨의 꿈의 힘 (사은품 : 학교생활 플래너)
[도서]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양장)
[도서] Barack Obama's 31 Great Speeches
편집부 저 | 시사영어사(YBM SISA) | 2009년 02월
[도서] 만화 오바마 이야기 : 세상에서 가장 큰 꿈을 꾼 아이 세상을 뒤흔든 세계 인물 시리즈 01 [도서] 원문으로 읽고 듣는 오바마 명연설집 : OBAMA SAYS CHANGE (교재+MP3 CD 1)
베이직 컨텐츠하우스 편저 | 삼지사 | 2009년 02월
[외서] The Audacity of Hope : Thoughts on Reclaiming the American Dream (Mass Market Paperback)
Barack Obama | Vintage Books | 2008년 07월
[도서] 사람의 마음을 얻는 말 : 오바마를 만든 기적의 스피치[도서] 어린이를 위한 오바마 이야기
[도서]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변화 : 버락 오바마 연설문 2002~2008 (영어원문 수록)
[외서] Dreams from My Father : A Story of Race and Inheritance (Paperback)
Barack Obama | Three Rivers Press (CA) | 2004년 08월
[도서] 오바마 베스트 연설문[도서] 미셸처럼 공부하고 오바마처럼 도전하라 : 열악함 속에서 꿈을 향해 달려간 치열하고 끈질긴 성공 비결
[도서] 지치지 않는 희망으로 나를 채워라 : 버락 오바마가 어린이에게 전하는 도전과 용기의 메시지
[외서] The Audacity of Hope : Thoughts on Reclaiming the American Dream(Paperback)
Barack Obama | Three Rivers Press (CA) | 2007년 11월
[도서] 오바마의 설득법 (CD 1 포함 - 오바마 육성 MP3)[도서] 역전의 리더 검은 오바마
[도서] 영어로 읽는 오바마 명연설문 (교재+MP3 CD 1)
[도서] 오바마 영어 연설문 : 최고의 명문장을 배우는
나름 분류를 해 보자면 이렇다.
전기(자서전 포함)가 6권, 영어공부를 겸한 연설문이 7권, 설득술 관련 책이 1권, 어린이용 교훈서가 5권... 한 권이 빠진 것 같은데 다시 찾아보기는 귀찮고 여하튼 깊이 있는 책이 한 권도 없다. 일본 아마존을 뒤져보니 연설서는 거기도 꽤 많지만 - 내가 생각해도 오바마의 스토리텔링을 적절히 감미한 연설능력은 특급이긴 하다 - 나름 세계와 미국 상황에 관련된 책도 꽤 나오던데 한국은 이거 거의 안습 수준이다. 물론 한국도 뒤로 가면 좀 나오기는 하는데 전체적인 흐름에 별 차이는 없다.
결국 오바마는 한국 출판계에 '성공'과 '영어공부'를 위한 하나의 키워드에 불과하다. 실제 그의 삶은 이 두 가지의 키워드에 따라 재구성된다. 사람들은 그의 삶의 과정이 형성한 '가치'와 그것을 좇게끔 버티게 한 '열정', 그리고 이를 통해 이루어낸 '결과'에서 앞의 두 가지를 사상한 채 마지막에 주목하게 될 것이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약간의 감동, 그리고 성공에 대한 희망이겠으나 타락한 목동님의 말처럼 이런 류의 책으로 돈 버는 건 저자 뿐이다. 양심이 있으면 오바마에게 인세 한 푼이라도 줘라.
뭐, 영어 공부야 어차피 해도 안 될 거 열심히 하겠다는데 말리지는 않겠다. 일단 학원비보다야 싸기도 하고, 식민지 국가로 이 정도는 예의이니 논외로 넘어가야겠다.
어쨌든 언제나 대안이 없어서 미안한데 그래도 본인보다도 책을 안 읽을 분들을 위해 조언하자면
'일단 베스트셀러와 깔린 책은 피하고 봐라'가 되겠다. 이 중에서도 특히 국내 저자를 피한다면 당신이 사기 맞을 확률은 상당히 줄어든다. 깔린 책 중에서도 해외 저자의 책은 그럭저럭 볼만한 경우가 많으니.
책 표지를 넘기면 나오는 말이 열라 안습이었는데 저자가 무슨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 그딴 생각 하면서 이 글을 썼다고 한다. 책 소개를 보다가 보면 재벌 아들이니까 가능했다는 생각은 애초에 집어 치우라는 말도 하던데 나도 그건 동의한다. 다만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 아들을 다루지 않으면서 당신이 책 팔아먹을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집어 치웠으면 한다. yes24 리뷰를 보니까 공병호보다 낫다는 말도 있더라.칭찬인지 욕인지... 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나 뿐이었을까?
상술도 좋고, 또 모든 미디어는 우리 인간 욕망을 반영함을 생각하면 이걸 출판사 탓으로만 미룰 건 없겠다. 대통령부터가 쥐새끼고 우리는 쥐새끼가 달리기 경주에서 편하게 1위를 하게끔 태워준 소새끼임은 사실이다.
제대로 된 대안이 없어서 미안한데 포퍼가 반증을 내세우듯 나도 좋은 책 고르는데 약간의 반증을 다시 한 번 강조하겠다. 베스트셀러랑 깔려 있는 책 중 국내 저자의 책을 집어 던져라. 그럼 내가 싫어하는 자기계발서조차도 좀 멀쩡해지더라.
ps. 아... 그러고보니 글에서 처음 언급한 유정식님의 책도 깔려 있던데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기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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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번 훑어보며 걸러주는 센스는 많이 읽어야 갖춰지는 스킬!
그러고 보니 저희 동네 영어학원도, 미국 대통령 사진을 현수막에 인쇄해놓고 자 학원 광고를 하더군요.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안습하게도 도트가 마구 튀고 있었죠. 살다살다 남의 나라 대통령에게 "지못미"를 느끼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
그건 그렇고 부시 연설집은 왜 들어본 기억이 -_-...
핏줄이 아니라...ㅋ
이런 책이 많이 팔리는 사회는 슬픈 사회지요.
'시크릿'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사회 역시.
긍정적 생각과 노력이면 안되는게 없다능..
저런 책을 읽느니 국회의원 선거 때 똘똘한 투표하기를
3번 정도만 하면 나라와 개인의 운명이 바뀔텐데요.
정글 같은 사회에선 저런 책과 종교가 잘된다지요.
복지 잘되어 있고 저런 것에 기대지 않아도 되는 유럽에선
저런 책도 안 되고 종교도 안됩니다.
시크릿은 사실 전혀 새롭지도 않고 웃긴 수준이었죠. 맥스웰 몰츠의 책이 훨씬 과학적이고 다 한 이야기였다는...
막스의 '종교는 아편이다'라는 말이 새삼 다가옵니다.
근데 팔릴지에 대해서는 대단히 의문이었습니다 -_-
자, 우리 경영학 별 거 아니라는 언더독님만 믿고 가는 겁니다.-_-/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서점가면 유행가마냥 나온 책들이 눈에 많이 띄네요.
근데 저런식으로 책 정도 퍼오는건 어떻게 하는건감요?
저건 그냥 yes24에서 긁었는데 깨끗하게 긁히지는 않네요.
암튼 풍요 속에 빈곤이랄까 그런 기분을 서점에 가면 자주 느낍니다.^^
베스트셀러가 베스트셀러의 자격을 상실한 이유가 뭘까요?
언제부터인가 베스트셀러라고 읽은 책 중엔 기억에 남는 책도 없다는..
하버드나 이런 성공기가 나와서 그렇지...
결국은 돈이 최고입니다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