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극찬한 유정식님의 글 '내가 싫어하는 9가지 유형의 책' 중 일부이다.
3. 인터뷰나 토론 내용을 모은 책
어떤 주제에 대해 인터뷰했거나 두 명 이상의 화자가 나와 토론을 벌인 내용을 책으로 기록해서 내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나는 페이지를 펼쳐보고 그런 구성임을 발견하면 흥미가 싹 가시면서 책을 내려놓게 된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런 책은 오랜 시간을 공들여 쓴 게 아니라, 숙성되지 않은 생각을 단시간에 쏟아부은 것 같아서이다. 촘스키 책 중 이런 책이 몇 권 있는데 별로 달갑지 않다.
충분히 동의하는 내용이다. 이 내용을 다시금 언급하는 것은 언젠가부터 신문이건 블로그건 인터뷰 기사가 늘어나는데 난 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인터뷰는 힘이 세다.
인터뷰는 근본적으로 구어체이기에 아무래도 좀 더 부담없고 쉽게 느껴지며 화자의 인격마저 느껴져 스토리텔링으로서의 힘도 가진다.
그럼에도 나는 대부분의 인터뷰 기사를 긍정적으로 여기지 않는다. 대부분의 인터뷰들이 화자의 입을 빌려 인터뷰어가 하고픈 이야기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화자는 인터뷰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힘을 더해주기 위해 선별된 이에 불과하다. 일반 기사가 '편집'이라는 하드한 힘을 통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는 느낌을 버리는 동시에,자기 생각이 아니라는 적당한 공정성마저 유지할 수 있다.
외부 기고 칼럼은 최소한 '본지의 논지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라는 말을 꼭 남긴다. 그러나 인터뷰는 그냥 조용히 막을 내린다. 모든 미디어는 그 존재 자체로 권력이지만 유독 많은 인터뷰어들은 그것을 잊거나, 혹은 잊은 척 하거나 하는 것 같다.
끝으로 좋은 인터뷰의 예시를 첨부한다
'예산낭비 문화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성은 특성이 아닌 식별자 (16) | 2009.04.19 |
---|---|
포스트 386 세대, 그리고 거대한 변환 (19) | 2009.04.18 |
어떤 인터뷰 (20) | 2009.04.09 |
'성공'과 '영어공부'의 아이콘 오바마 (30) | 2009.04.05 |
괴물은 바로 김연아를 바라보는 한국인 (36) | 2009.03.30 |
어윤대를 보니 이어령이 그리워진다 (26) | 2009.03.18 |
오.. 떨립니다만
좌빨 바통도 아직 받지 못했지만, 이건 꼭 쓰고 싶네요. ㅎㅎ
애널써킹 이였다니 후 ㄷㄷ 하군요 ..
포스트는 (http://minoci.net/818) 이 링크를 따라왔습니다. 최보식 기자의 이외수 작가 인터뷰를 보고 작가 검색을 해봤는데 제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생각하시는 분이 계셔서 글을 읽게 되었네요. 다양한 방면으로 인터뷰의 목적에 접근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