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386 세대, 그리고 거대한 변환포스트 386 세대, 그리고 거대한 변환
Posted at 2009. 4. 18. 16:12 | Posted in 예산낭비 문화부
5년만에 엠티를 다녀 왔다. 본인은 대학 들어갈 당시 엠티 100일을 계획했고 3년간 60일을 채우는 놀라운 저력을 보였는데, 어쩌다보니 이후 2일을 추가하는 데 그치며 대학 생활을 마감했다. 정확히 졸업이라기에는 뭐하지만...
본인이 속한 조직은 소위 사회과학학회라 주장하는 술 먹고 세상 까는 곳인데 - 괜히 주인장이 이딴 블로그를 운영하는 게 아니다 - 대개 그렇듯 이 조직도 운동권의 유산이다. 변해가는 시대 속에 대부분이 폐업 선언을 했지만, 본인이 속한 곳도 일자전승-_- 이라는 이름 하에 매년 한 명씩 또라이만 남는 게 현실이었다.
그런데 어찌 된 게 올해 열 마리가 들어왔다. 기타 학회도 장사가 꽤 되었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야 온갖 변수가 작용하겠지만 역시 촛불이 생각났다. 물론 이 놈들이 무슨 대단한 의식이 있어 온 것은 아닐테다. 겉으로 뭔가 의식의 차이가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기층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항상 아톰의 붕괴와 비트로부터의 재조직을 이야기하는 주인장이지만, 적어도 학교라는 아톰은 그 어느 집단보다 공고한 정보관계망을 형성한다고 생각한다. 좋든 싫든 이들은 긴 시간을 공유하며 교실이라는 공간은 매우 좁다. 때문에 한 사람이 가진 정보는 빠른 시간 안에 학생 모두가 가진 정보로 확산된다. jean님의 글처럼 독립적 뇌이기보다 집단의 뇌로 느껴지는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공간이 학교이다.
이번 신입생들은 모두 촛불 시위에는 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소수의 학생들이 참여했으며 이를 통해 '경찰 좆같다'는 공권력에 대한 약간의 반발심이 형성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후의 아이들은 그러한 경향이 더욱 짙을 것이다. 09학번에게 촛불은 수험 생활 중 일어났지만 좀 더 어린 아이들은 가장 예민하고 민감한 나이대에 촛불이라는 사건을 겪었고 그것을 학교라는 좁은 공간에서 집단적으로 공유했기 때문이다. 현재 취업대란에 휘말린 이들에게 '외환위기'라는 사건이 매우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게끔 했듯 이 아이들은 보다 과감하고 개혁적인 삶을 꿈꾸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을 더욱 강화하는 것은 이 아이들의 부모세대가 바로 386세대라는 점이다. 물론 386세대는 본인과 같은 '외환위기 세대'처럼 쉽게 일반화시키기는 힘들다. 이들 중에서도 다수가 김대중 - 노무현 정부에 실망하며 등을 돌렸다. 또 역으로 그 세대 중에서도 매우 열성적이었던 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현 세대와 비교가 되지 않는 강렬한 기억에 기반하고 있다. 주인장이 다니는 회사의 부두목은 사람이 죽는 장면만 눈 앞에서 다섯 차례 경험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386세대에게 '진보'는 어느 정도 현 세대의 '성공'과 엇비슷한 아이콘이기도 했고,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강한 파워를 지닌 세대이다. 이들의 과거 기억과 자녀들의 촛불이 만나면 어떤 결과물을 낳을까? 여전히 결과를 예상하기에는 섵부르고 그 단초도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외환위기라는 이름 하에 짓눌린 10년을 넘어, 그리고 허무의 시대를 넘어 뭔가 '거대한 변환'이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다.
ps. 끝으로 엠티에서 여자아이들에게 등떠리를 얻어 맞는 벌칙을 당했는데 본인의 절친한 친구는 지금까지 내가 그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고 한다.
사실 그 때 난 이걸 당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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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촛불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의 거주지는 강북, 경기도가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포스트386세대는 파편화 하지 않을까요?
현 시대의 파편화와 집단화는 너무 복잡한 부분이 많아서 좀 더 고찰해 보도록 하겠네...
우리나라의 민간인 생활환경과 양식은 일본화 되어가고 있음.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쯤.
패션은 2년전.....
역시 결론만 이야기 하자면
10년내에 온다
허무의 시대.. 적어도 5~6년은 더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
근데 갑자기 파도가 밀려 나가서 모래사장에 가로로 반만 박혀서 오나전 아프고 쪽팔리고 등등등..
뭐 우리 과도 사회에 비판적인 과-신문방송학, 근데 전 마케팅 합니다.-이지만
촛불이든, 하버마스적인 시각이든 그런 것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도 안하더군요.
애들 모두 다들 그냥 연애에 주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ㅎ
사실 과 내 커플이, 학년 정원 30명에 약 10커플 이상인 과라 이상하진 않지만
저런 이야길 하는 것도 꺼려하더군요 ㅋ
정말 상실의 세대입니다.
사양(斜陽)이란 소설이 딱 어울리는 시대죠.
1학년 - 술만 먹고 피씨방...플러스 연애질
2학년 - 전공 기초 수업 따라가기 하지만 나머진 1학년 동일
3학년 - 짬밥도 있구 짱박힐(?) 장소도 잘 아니까 구석구석 잘 놀기 ㅡ.ㅡ;;
4학년 - 취업 땜에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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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점점 술, 연애, 취업 이거 3개 아니면
대학 문화라는 게 별거 없는 듯한 세상이 오는 거 같아요.
소설을 읽고 나서 귀족의 몰락과 거대담론의 상실이 적절히 배합되어
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소설이지요.
읽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ㅎㅎ(제 주제에 수령님께 추천이라니!!!)
어쩄든 역시 사상을 떠나 미시마 유키오-_- 같은 마초정신(?)이 제게는 더 어필이 됩니다;;;
본문 내용보담은 역시 짤방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