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zRez

Posted at 2006. 7. 7. 21:13 | Posted in 폐인양성소 게임부

철학을 공부하는 이들과 예술을 공부하는 이들이 엉뚱하게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 대개 철학을 공부하는 이들은 철학을 알아야 수준있는 예술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하는 반면 예술을 공부하는 이들은 예술이 오히려 철학자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말하는 것이 그것이다. 둘 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에 앞서 사회가 그들을 불러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사실 우리에게 알려진 이들은 시대를 잘 타고 났거나 시대를 못 타고나 고생했어도 그럭저럭 그 시기가 맞아야 재평가가 가능하니까.

굳이 위 경우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면 철학자는 예술에 대해 상당히 조예가 있는 경우가 많았으니 후자는 꽤 설득력이 있지만 전자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물론 미니멀리스트들 중에는 아예 평론가의 자리까지 위협하며 논문을 써댈만큼 지적인 이들도 있었으나 대개 예술가들의 작품은 머리로 하나하나 분석하며 창작되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의 예술은 이미 절멸했으리라.

그럼에도 철학이나 미학에 대해 조금이라도 조예를 가진 이들의 작품이 독특한 맛을 가지는 경우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는 게임에서도 그러한데 물론 게임이 미술이나 조각과는 달리 혼자서 작업하는 게 아닌데다가 상업성도 갖춰야 하기에 이러한 재능을 동시에 갖춘 프로듀서는 대단히 드물다. 그런 프로듀서 중 하나가 바로 미즈구치 테츠야이다.

즐겁게 놀며 영감을 얻으라 충고하는 아저씨, 그 말 듣다가 내 인생은 X됐다...

Rez는 그가 드림캐스트에서 내 놓은 두 번째 게임이다. 첫 게임은 스페이스채널5는 꽤나 높은 완성도와 참신함 보여줬으나 판매량은 10만장에 불과해 그에게 명성과 좌절을 동시에 안겨준 게임이었다. 그리고 두번째 작품인 Rez는 그 이상의 참신함을 보여줬으나 그 이하의 판매량을 보이며 그 이상의 명성과 좌절을 안겨주게 된다.

Rez는 장르를 정의하기조차 힘든 게임이다. 게임스팟에는 Shoot-'Em-Up이라고 정의되어있는데 누가 해석 좀 해 주시길 바란다. 대충 설명하면 조준 맞추고 쏘는 팬져 드래군 형식의 1인칭 슈팅이지만 자신은 움직일 수 없고 자신에게 오는 공격조차 자신의 공격으로 상쇄해야 한다는 점이 차이이다. 또한 와이어 프레임으로 형성된 공간이 상당히 특이하며 게임 내내 유명 사운드 프로듀서의 트랜스 테크노가 흘러나오는데 상대에게 가하는 공격이 테크노음악에 박자로 활용되며 그 인터랙티브함을 통해 몰입감을 주는 황당한 형식이다. 말이 골라 어려워졌는데 차라리 동영상을 보는 게 빠를 듯하다.


솔직히 재미 없다는 의견이 더 많은 듯하다 -_-


솔직히 이거 보고 사는 놈이 미친 놈이다 -_-;

동영상을 본다면 그래픽의 신선함이 가장 먼저 눈에 보일텐데 미즈구치 테츠야는 Rez의 영감을 칸딘스키에게서 얻었다고 한다. 칸딘스키하면 6차 교육과정 세대 정도라면 모두들 기억하리라, 뜨거운 추상 -_- 이라고... 칸딘스키의 작품은 처음에는 어느 정도 형체가 뚜렷하나 중기로 넘어갈수록 추상화되다가 후기에서는 아예 기하학적으로 변해가는데 아마도 미즈구치는 그의 중기와 후기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받은 듯 하다. 전체적인 그래픽 틀은 후기라면 그 이펙트들은 중기랄까? 어쨌든 대단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참신한 내용과 달리 게임의 구성은 지극히 단순하다. 저런 스테이지를 다섯 클리어하면 끝인데 한 스테이지당 십분이 걸리지 않는다. 더군다나 와이어 프레임의 색이 변하는 등 일정한 추가요소를 부가했음에도 게임진행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지라 좀 빨리 질리게 된다. 더군다나 컨티뉴 개념이 없음에도 몇 번만 게임오버당하면 클리어할 수 있는 낮은 난이도는 이 게임에서 유저들을 멀어지게 하기에 충분하다. 사운드는 유명 크리에이터를 영입했으니 당연히 훌륭하나 그래픽은 참신함은 갖추고 있으나 썩 좋다고 이야기하기는 힘든 게임이다.

물론 많은 Rez의 팬들은 몰입도를 이야기하지만 개인적으로 찬성하기 힘들다. 대개 사람을 몰입시키는 게임은 꽤 높은 난이도를 부과하거나 스토리텔링을 활용하거나 대전 등을 활용한다.그러나 이 게임은 영상과 음악으로 몰입감을 증대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난이도도, 스토리도, 대전도 갖추지 못한 이 게임이 몰입감을 느끼려면 비싼 스피커에 티비를 활용한다면 모를까, 일반 티비로 몰입을 이야기하기는 힘든 게임이다. 실제로 이를 실현하기 위해 아케이드로 낸다는 설이 있었는데 이러한 설 자체가 이미 이 게임의 부족한 몰입도를 반증해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결국 이 게임은 부족한 몰입감을 참신함으로 커버해야 하는데 이 게임은 적어도 이 부문만큼은 100점 이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이제껏 한번도 보지 못한 와이어 프레임으로 이어진 배경, 슈팅을 통해 이루어지는 박자와 그것을 통해 진행이 되는 게임과 음악(슈팅하지 않으면 음악은 아예 진행되지조차 않는다)이 이 부족한 완성도의 게임을 지탱해주는 것이다. 아무래도 전혀 새로운 것을 접할 때는 좀 수준이 떨어져도 진부한 것을 접하는 것 이상의 재미를 느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이 게임 이후 미즈구치 테츠야의 팀 UGA(유나이티드 게임 아티스트 -_-...)는 세가본사에서 해산 통보를 받는다. 당연한 일이다. 게임 개발자는 예술가가이기 이전 장사꾼이다. 아무리 게임이 좋아도 팔리지 않으면 세상에 내놓을 수조차 없는 직업인 것이다. 이후 그는 다소 생각을 바꾸었는지 판타그램과 협력해 나인티 나인 나이츠라는 블록버스터 게임을 내놓기도 하고 루미네스 등 저예산 퍼즐 게임을 내놓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 게임은 그에게 완성도와 판매량 양 쪽 모두 성공을 안겨주며 그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결국 세가는 돈 날린 셈이다 -_-...

이게 나인티 나인 나이츠, 기대에 비해 좀 부실하다는 말이 많다.



덤으로 퀴즈 하나 : 뜨거운 추상이 칸딘스키라면 차가운 추상은?

'폐인양성소 게임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임은 문화다  (10) 2007.08.08
특허권과 게임  (9) 2007.07.09
임요환의 부활에 묻히는 김민구의 슬픔  (19) 2007.04.23
임요환의 군 입대와 스타크래프트의 미래  (25) 2006.08.23
Rez  (10) 2006.07.07
Sonic adventure 2  (4) 2006.07.03
  1. 어어, 칸딘스키가 뜨거운 추상 아닌가요? 차가운 추상은 몬드리안 아닌가;
    • 2006.07.08 08:42 [Edit/Del]
      헉, 그렇군요! 중학교 졸업한지 너무 오래 되었구나 -_-
      캐망신을 면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제가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_-......
  2. 차갑고 뜨거운 거 찾는 것 예전부터 좋아하지 않았습니다만, 최소한 기하가 더 차가워 보입니다, 저는..

    dudadadaV님, 일부러 재미있게 썼다고 이해해야하지 않을까요? ^^;
  3. 해성
    공부 열심히 안해 칸딘스키라든지 몬드리안은 들어본 적이 있는 듯 한데, 추상이 차가운지 뜨거운지 혹은 미지근한지는 아는바가 없으므로 패스.
    그러는 저는 중학교때 미술반이었더란 말입니다.
    물론 이때.. 유화하나 완성하고 나름 뿌듯했던 기억이...
    바탕은 사뭇 멋있었는데, 원판이 안되는지라 전혀 현실성 없는 추상화(실은 자화상)가 그려졌었지요.
    지금 원본은 간데 없고(실은 유화를 더 배워보려고 혼자 끄적이다가 시간 없다는 핑계로 그림 엎어놓구서는 이사다니는 관계로 쓰레기더미에 폴싹.) 어이없게도 졸업앨범 사진에 학교 행사때 찍는 사진거리에 박혀있다는.
    구석에 나와있다는 것 자체로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ㅎㅎ

    저는. 정말 공부를 안한거. 맞는 것 같은. 자괴감.흙흙..
    • 2006.07.08 22:39 [Edit/Del]
      중학교 때 시험에 나온다고 달달 외웠습니다. 정상적인 학교에서는 안 했을 것 같기도 하네요 -_-;
      제가 자화상 그린 기억은 남들 다 교복 입고 그렸는데 혼자 메리아스 입고 그려 최하점 받은 기억이 납니다 -_- 그래도 미술반이라니 대단하네요. 부럽;;;
  4. 저 몬드리안은 저희집 에어콘에 떡하니 붙어있습니다. -_-;
    모나리자가 안붙어 있던걸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죠.
  5. 백화점에서 한 30분정도 플레이 해 봤는데, 하는 내내 진 삼국무쌍이 생각나더군요.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