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전문가어떤 전문가

Posted at 2009. 5. 3. 13:56 | Posted in 예산낭비 문화부
어떤 인터뷰를 쓴 후 생각해 보았는데 기실 어떤 인터뷰어보다 더 큰 문제는 어떤 전문가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어느 영역이든 이른바 '컨설팅'한다는 사람들의 글을 보면, 특히나 '컨설팅 전문'이라는 이들의 글은 해당 업계 실무진, 혹은 그 영역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는 되려 별 것 아니라, 혹은 오버라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글이 지니는 특징은 지나친 단순화이다. 그리고 사후적이다. 단편적인 소식을 가지고서 문제점이 너무도 쉽게 도출된다. 마치 일부 - 혹은 상당수 - 경제학 학자들이 시장화만이 정답이라고 이야기하듯. 

이들이 지니는 재능은 냉철한 판단력이나 뛰어난 통찰력이기보다 오히려 이야기 재주, 사람을 설득시키는 재주이다. 어쩌면 이들의 글이 사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도 일반인으로 하여금 쉽게 자신의 논리를 받아들일 수 있게끔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모든 실마리들을 논리적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오류가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한 최고의 전제는 바로 사후 해석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얻은 명성은 양의 되먹임을 통해 계속해서 신문과 책을, 그리고 웹과 세계를 점점 더 잠식해 간다.

소위 이런 '이야기꾼 전문가'가 뜨는 배경에는 결국 전문가를 도출하는 구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는제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자신의 능력을 알릴 기회를 얻기도 힘들었고,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이들의 탐색 비용도 높았다. 

동전의 양면 같은 제약 속에서 그 혜택은 소수의 점으로 집중되었다. 이런 구조 속에서 대부문의 전문가는 두 부류 중 하나이다. 하나는 엘리트 루트를 걸어 온 전문가, 그리고 또 하나는 자기 홍보에 능한 전문가.

첫 번째 부류는 사회 구조가 과도한 탐색 비용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나아가며 생긴 결과이다. 어떠한 측면에서는 보잘 것 없는 요소일 수 있는 학벌, 커리어 패스 등은 전통적으로 무거운 인센티브를 얻어 왔다. 이 안에서도 미국 박사, 외국계 기업, 임원진 등의 각종 차이를 양산하기 위한 권위가 끊임없이 성립되어 왔다. 

두 번째 부류는 의사전달의 채널이 한정된 상황에서의 결과이다. 소수의 채널은 자기 홍보에 열성을 기울이지 않는 한노출 기회를 매우 적게 가져가게 했다. 때문에 자기 홍보능력이 뛰어난, 좋은 말로 자기 브랜딩 능력이 뛰어난 이들이 실력의 정도에 앞서 전문가의 자리를 꿰어차게 되었다. 책을 쓰건, 방송에 출연하건, 인맥을 활용하건...

첫 번째건 두 번째건 문제는 있다. 물론 어떠한 상황에 완벽한 인간을 찾는 것이야 영원히 불가능하겠지만 전자의 경우는 외형적 요인, 이른바 스펙에 과도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이에 상관관계는 있을지언정 인과관계로 보기는 힘들고 이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보이지 않는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후자의 경우는 두말할 필요도 없겠다. 그들이 실력과 자기 브랜딩 능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면야 상관 없지만 사람들에게 소위 '꽂히는' 이들 특유의 화법이 전문성과 겹치는 경우는 - 대단히 주관적인지도 모르겠으나 - 솔직히 보기 드물다. 실례로 정치 비판하는 이들만 바라보아도 우리 눈 앞에 보이는 이들이 진짜 전문가라고 생각하는가?

그러나 현대 사회는 전문가로의 길에 중대한 변환을 가능케 했다. 우선 탐색 비용이 극도로 줄어들며 더 이상 외형적 요인에 매달릴 이유가 없어지며 기존의 로얄 로드가 깨지게 되었다. 다양한 채널이 확보되며 단순히 미디어 노출을 위해 애쓰지 않아도 수면 위로 떠오를 기회도 생겨났다.

무엇보다 수많은 전문가들에게는  비판이라는 칼날이 기다리고 있다. 모두가 펜이 아닌 키보드라는 권력을 쥐게 된 웹이라는 공간은 이른바 '얼치기 전문가'들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전문가 계층이 재편될 기반은 닦인 것이다.

그런데 내가 바라보는 지금, 새로운 사회는 오히려 지난 시대의 변주에 불과하다. 

다양한 비판들로 기존 전문가 계층이 무너지고 신진 전문가 계층이 부상하기는 커녕 되려 자기 홍보 좀 하려고 용쓰는 어중이 떠중이 전문가들이 난무하고 있다. 대중들은 더욱 정보의 혼란에 빠지게 되고 결국 그들은 되려 이른바 하이 커리어 패스, 하이 스펙만을 바라보게 된다. 오히려 문제는 더 커져버린 것이다. 

어느 정도 문화적 기반이 있는 국가들은 그럭저럭 멀쩡한 전문가층을 유지하고 있고, 또 웹 철학이 바로 선 나라들은 웹을 통해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해외 이야기고, 아마 선진국 이야기일 것이다. 많이 아쉬운 일이고 또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고 좋은 모델이 나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덧붙이고 싶은 말은 더 좋은 진짜 전문가가 우리에게 노출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를 손쉽게 얻으려는 생각을 버리는, 전문가 의존증 자체를 내차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우리 앞에 노출되는 전문가라는 이들의 말은 때로는, 주식 투자를 보아도 그렇듯 상당수가 무지랭이의 직관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일 터지고 난 후 말하는 솜씨에서 차이일 것이다.

ps. 마침 유정식님이 미네르바의 예측력을 믿어야 할까? 라는 좋은 글을 써 주셔서 링크한다.


글을 정리하는 셈 치며 한국의 전문가들을 소개할까 한다.

처세 전문가

떡질 전문가

경제 전문가

서민 전문가


and... Who am 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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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야새
    1등... 환이는 여자 마음 훔치기 전문가? ㅋㅋㅋ
    나쁜 남자의 매력이 물씬 ㅋㅋㅋ
  2. 한국에서 오는 손님들 간혹 만나면, 답답해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란다. 말이 안 통해서.
    첨엔 내 소통능력에 문제가 있나 했는데, 니가 알다시피 내 소통능력은 지존급이잖니...(엉?)
  3. 150% 공감하는 글이군요.
  4. ㅋㅋㅋ 착취전문가는 두 번째봐도 빵 터지는군요. 쎈스쟁이 수령님 ㅋㅋ
  5.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특히 뒤에 연이어 나온 사진들을 보고 크게 웃었습니다. ^^ 이승환님은 센스전문가?
  6. !@#... 여기 '마이너 전문가' 신고합니다.
  7. 수령님 曰 Who am I?
    수령님은 발기부전자.
    남의 블로그에 가서 내 욕하고 다니지 마세욤.
  8. 크라테스
    재밌는 곳을 발견했다....ㅋㅋㅋ
    나의 아고라가 될 수 있을것같네요. 앞으로 자주오죠. 오모시로이네,
  9. 흠.. 전 불량전문가? ㅋㅋㅋㅋ
    시간이 바빠 차근차근 읽지 못했습니다.. 저녁시간대 다시 조목조목 보겠습니다..^^
  10. 짤방의 전문가 인정!!!
  11. 스피닉스
    진짜 전문가라면 자신이 하는 말에 책임 의식을 가지고 해야하는게 아닐까 하는 짧은 생각..
  12. 수령은 참으로 열심히 사시네.
  13. kenneth
    그 단순화와 일점확대를 얼마나 리저너블하게 하는가. 도 능력이지요.
    ㅋ-컨설팅 주니어 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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