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왜 아티스트 아이돌을 원할까?한국은 왜 아티스트 아이돌을 원할까?

Posted at 2009. 2. 21. 22:25 | Posted in 풍기문란 연예부
식당에 밥 먹으러 갔다가 조선일보에서 빅뱅 극찬 글을 봤습니다. 빅뱅이 아이돌의 아주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데 본인은 그다지 찬성이... 기사는 여기서 보면 되기는 하나 게으른 독자들을 위해 대충 요약하자면...

빅뱅은 새로운 아이돌사를 쓰고 있음. 이유인즉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양립 성공. 다큐와 자기계발서 통한 스토리텔링, 기획이라는 컨베이어 벨트를 빠져나와 각 멤버의 개성 발휘, 신비주의가 아닌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전략, 후렴구로 귀에 익숙해지는 멜로디, 표절 의혹에 대한 정면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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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찐따같은 소리하고 있네...

제가 생각할 때 빅뱅의 대박 이유는 G드래곤, 이 놈 외에는 없다고 봅니다. 양사장님 물건 하나 건지셨어요. 반박하기도 귀찮지만 대충 늘어놓자면...

다큐와 자기계발서를 빙자한 자서전 운운인데 데뷔 이전 소녀시대는 아예 m.net까지 동원해 연습 및 데뷔 과정을 찍었고 그 외 아이돌들도 성공에 대비해 약간 필름이야 찍어 두는데 나중에 편집이야 일도 아니겠죠. 자기계발서인지 자서전인지도 대필 작가 불러 와서 발로 쓰면 되는 거고, 어차피 사진으로 땜질인데... 결정적으로 책은 성공의 결과지, 원인이 아닙니다. 제가 지금 자서전격 자기계발서 쓰면 누가 보겠어요? 그리고 이거 빅뱅만 쓴 거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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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아이돌들의 자서전

기획이라는 컨베이어 벨트를 빠져나왔다굽쇼... 할 말이 없습니다. 요즘 대세가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 아닌가요? 쇼프로가 왜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영어조합으로 이뤄지고 토크쇼도 전통형 박중훈쇼가 무릎팍도사에게 캐발리는 건가여... 케이블 프로그램은 돈이 없어서 스타들 말 장난으로 때우는 줄 아나여... 결정적으로 대형 기획사 YG가 '돈 대 줄테니 니들 맘대로 뛰어 놀아'라고 했을 리가... 양사장님, 제게도 자비를. 저 집안 좀 좋아요. 원래 YG 계열은 SM 계열과 다르게 좀 자유분방한 이미지로 나옵니다.

표절에 대한 대처는 정말이지, 그야말로 이건 또 뭥미... 빅뱅 표절건은 그냥 내용만 보면 거의 사실로 보면 됩니다. 이거 한 번 들어 보세요. 그러고도 나중에 표절곡 아티스트와 함께 했다고 표절 아니라고 넘기다니. 이것도 앞과 마찬가지로 이미 힘이 있으니 가능한 일입니다. 무릎팍 도사에서 이승철이 이건 샘플링이고 나중에 돈 줬다라고 넘어간 식이죠. 이것도 한 번 들어 봅시다. 듣보잡 가수가 이런 소리 해 봐요, 당장 매장이지. 다 힘이 있으니까 뭉개고 넘어가는 겁니다. 서태지도 한 번? 사실 이들에 비하면 SM 계열의 표절 논쟁은 오히려 약합니다.

결국 G드래곤 덕택에 타 아이돌 그룹과 달리 아티스트적인 이미지를 획득했고 이를 통해 트렌드 세터로 자리매김할만큼 엄청난 인기몰이.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이를 통한 결과란 거죠. 시대와 상황은 좀 다르지만 서태지도 마찬가지고요. 예능 프로그램 나가서 장난 떨고 있는 승리, 대성이나 내가 바람피워도 넌 바람 피지 말라고 병맛 나는 가사 주절거리는 태양 덕택도 아니고 반반한 얼굴로 여자애들 홀리고 있는 탑 덕도 아니죠. 얘네 대신 누구를 써도 별로 달라질 건 없지만 G드래곤 없으면 그저 그런 아이돌 그룹으로 남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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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1등이면 적당히 넘어감을 잘 보여주는 두 분

여기서 제가 쪼끔 궁금한 건 한국은 왜 아이돌이 굳이 아티스트까지 원하느냐는 겁니다. 아니라고 하는 분들도 있겠으나 사실이 그래요. SM에서 내놓는 가수들마다 대히트를 치는 와중에도 '음악성 없는 인형'이라는 비판을 쏟아내지 않습니까? 우리의 위대한 수만이형은 그걸 눈치채고 HOT 멤버들에게 자작곡을 만들게끔 했고 이후로도 어느 정도 전통을 이어 내려가죠. 이 위대한 선택 덕택에 문희준 오빠는 드디어 아티스트 입성을... 두둥!

한국은 좀 이상하게 대중문화도 뭔가 격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아요. 강준만 교수가 벌써 10년도 전에 한국인들이 오락영화를 보고서 '재미있는데 내용이 없어'라고 말하는 이중성을 꼬집었는데 이는 다른 부문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그냥 노래만 잘 하거나 이쁘고 잘 빠진 걸로는 아무리 곡이 좋고 연기를 잘 해도 트렌드 세터로의 지위를 부여받지 못 해요.

빅뱅과 서태지가 지금까지 전국구 트렌드세터로 자리매김한 두 경우라는 게 이를 잘 보여줍니다. 단 차이가 있다면 서태지는 그룹 이름에서부터 그렇듯 알맹이를 혼자서 독식한 경향이 있는데 빅뱅은 G드래곤이 이뤄낸 결과를 잘 나눠먹었죠. 뭐라 할 필요는 없는 게 서태지와 달리 YG라는 기획사가 그 성공 배경에 큰 역할을 했으니 당연한 결과겠죠. 여하튼 둘 다 음악적 능력을 갖춘 아이돌이라는 능력, 이미지로 트렌드 세터 자리를 꿰어 찼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얘네들의 복장이나 행동이 이들을 트렌드 세터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분도 있지만 결국 그 핵은 여기에 있습니다. 얘네 말고도 시대 앞서가며 입고 나온 애들은 넘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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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시대를 앞서간 가수, 그러나 트렌드 세터는 되지 못 했다...

저는 이런 한국 문화를 그리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뭔 소리냐면 이걸로 아이돌 가수나 가요판 전체에 '음악성을 갖추세요'라고 메시지를 던져 줄 수는 있지만 이게 각각이 가진 가치를 좀 무시할 수가 있거등요. 아이돌 가수 좋아하면 빠순이, 인디 음악 좋아하면 음악적 소양이 뛰어나시군요, 이런 게 우리 나라 분위기에요. 음악 됴아하는 블로거들 중에도 예인님 정도를 제외하면 아이돌 가수의 음악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분은 거의 없는 듯 하구요.

또 노래나 춤 잘 추는 가수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쟤는 노래는 잘 하는데, 쟤는 춤 잘 추는데... 한참 옛날에는 한국도 이런 애들에 대해 평가가 박하지 않았어요. 조용필처럼 그냥 자작곡 위주로 까는 애들이 사기 유닛이었지. 근데 언젠가부터 (아마도 서태지?) 한국은 가수가 그냥 노래만 잘 하면 뭔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있는 거 같아요. 아이돌은 특히 그게 심한지라 지금은 꽤 노래나 춤도 되는 편인데도 평가는 여전히 야박하죠.

굳이 이런 실력 평가를 떠나 트렌드 세터로의 역할 부여에 대해서는 더 그렇습니다. 옆 섬나라나 양키제국은 아이돌 틴에이저들이 그냥 트렌드 세터 하면서 나름 다양한 문화가 펼쳐집니다. 이 경우는 아이돌도 나름 차별성을 취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데 이 나라는 뭐 아이돌이 아티스트가 아니면 이 지위를 부여받지 못하고 결국 트렌드 세터는 아티스트로도 인정받는 소수만이 가지게 되거든요. 다른 애들 따라가면 좀 빠순이 양아치 취급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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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극단적인 예이지만 여튼...

어쨌든 그런 측면에서 한국의 지나친 평가 잣대는 앞으로 다양성을 창출하는 데 장벽이 되는 것 같아 좀 바뀌었으면 합니다. 아이돌 문화도 까면 깔 것은 천지겠지만 좀 긍정적으로 뭔가 펼칠 수도 있을텐데 말이죠. 어차피 전 아이돌이 아티스트가 되는 것은 미국이나 일본도 불가능한 일인데 말입니다. 뭐, 인디에 대한 배려 문제야 말 하면 끝도 없겠지만 그건 제가 설칠 영역은 아니고 민노씨silent man님, 최근 돈 없어서 계정정지된 너바나나님 등이 까 줘야 할 문제니 아이돌이나 보고 즐거워하는 저같은 찌질이는 여기서 짜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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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러니까 결론은 빠돌이라고 무시하지 말라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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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arajevo
    좋은글 보고갑니다..

    제가봐도 권지용이라는이름 하나밖엔...
  3. 가뭉비
    한국은 왜 아티스로 아이들을 원할까? 라는 제목으로 본 ㅡㅡ;
  4. 메인테인
    자서전 이라고 불리는 책은 핑클도 썼었습니다!
    저도 가지고 있습죠
  5. 문제의 기사 보고 뭐 이런 병맛 했는데 시원합니다.
  6. 사유미치시게
    와우~좋은 글 잘보았습니다. 음~그렇죠. 요즘 보니깐 동방신기도 준수나 재중 유천이 작사나 작곡을 시도하려는듯하던데...뭐, 자신들이 만든 기존의 앨범보다 더 뛰어난 앨범을 만들고 싶다면야 환영이지만 너무 무리는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죠. 빅뱅도 마룬5처럼 앨범 늦게 내도 좋으니, 기존 앨범보다 완성도 높은 노래들로 꽉꽉채워서 발매해줬으면 좋겠네요. 개인적으로 카라에서는 에...구하라와 햄토리한승연양이 좋더군요..아 니콜도요~

    ps.에프터스쿨은 경고받기전의 의상으로 돌아가라~돌아가라~
    • 2009.02.26 13:41 신고 [Edit/Del]
      어차피 SM의 편곡 능력이 워낙 좋아서 적당히 맞춰줘도 쓸만한 곡은 나올 겁니다.
      개인적으로도 한승연이 좋습니다. 슴가가 좀 작기는 하지만 조선 땅에서 많은 걸 바라면 안 되죠.
      ps. 돌아가라 돌아가라!
  7. 그래서 저는 아이돌을 가수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제가 분류하는 가수의 기준은
    1. 가창력
    2, 가사
    3. 음악성
    4. 목소리
    인데, 아이돌은 4가지에 모두 안들어가서 그냥 가수로써 취급을 안하죠.
    리더들은 노래를 그나마 잘 부르니 리더는 가수로써 취급이 합당하다고 생각해 리더는 가수라 생각합니다.
    가장 간단하게 끝내는 방법이 있습죠.
    가수로 취급안해버리는 순간, 그냥 모두다 필요없습니다.
    모델이 될뿐입니다.
    아이돌리즘에 쩔은 한국을 거슬러간다고나 할까요?
  8. 민트
    이 글 V.I.P 에게 보여주면 여기는 성지가 될 듯...후훗. 근데 쥔장님 언제부터 카라빠? 글고 G-dragon은 사상이 좀 불건전해 보임..-_-;
  9. 예전에는 모르겠지만...

    여자 아이돌 그룹이 왜 필요한지는 나이들면서 알게되었습니다.

    역시 남자의 로망은 '로리'..........;;
  10. 저련
    저 처자들이 '시사 상식을 선택' 이라고 말한 겁니까?!

    그나저나 연예계에 관심이 없으시다면서 죄다 연예계 이야기라니.. 소재 발굴을 위하야 분발하셔야겠습니다 그려.
    • 2009.02.26 13:41 신고 [Edit/Del]
      '시사 상식은 선택'입니다. 멜로디도 그렇지만 가사가 참 병맛나는 노래입니다 -_-
      연예계보다는 젊은 처자에 관심이 있어요 -_-;
  11. 굿
    글 매우 잘 쓰셨군요.
    근데 이 과정들도 다 제대로 된 아티스트 문화와
    아이돌 문화가 정착되어 가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우리나라가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섬나라 놈들처럼 공장형 아이돌 색으로 갈지
    양키들처럼 4차원 아이돌로 갈지
    유럽애들처럼 되다만 그룹 사운드가 될지가 결정나겠죠.
    위의 세 케이스중에서도 방향성이 어떻든 간에 되다만 인간만 안되면 됩니다.
    공장형 유닛이면 충실한 공장형 유닛으로, 4차원이면 제대로된 4차원으로, 그룹 사운드면 제대로된 그룹사운드면 되는 겁니다.
    • 2009.02.26 13:44 신고 [Edit/Del]
      네, 시간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지금 이대로 나아갈 때 그리 긍정적으로 펼쳐질지는 모르겠습니다. 인디가 약하다 뭐다를 떠나서 기초적 음악 교육이 공교육에 찌들고 있는 놈들의 유흥에 그치는지라...
  12. g드래곤이 작곡? 프로듀서 능력이있는지는 의심스러움.
    그냥 남이 한거 지이름으로 내놓은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노래들이 다른 곡들과 비슷비슷한거 보면 자기가 직접 만드는거 같기도 하고..
    빅뱅 노래들은 가끔 보면 어디서 다 듣던 노래들 같아서 별로 독창성이 없어 뵙니다.

    뭐 쩔어주시는 양군의 언플도...
    • 2009.02.26 13:45 신고 [Edit/Del]
      그래도 현재까지 등장한 아이돌과는 격을 달리함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하네요.
      확실히 하루하루 이후 나오는 곡들 스타일이 좀 비슷해서 예전만큼의 임팩트는 없어 보입니다.
  13. 홍대방랑
    아름다운 글입니다. 이페이지를 성지화하고싶은 욕구가 샘솟음치네요

    요사이 글이줄어들어서 아쉽지만 언제나 글잘보고있습니다. ㅎㅎ

    여덟시에어디가봐야되고 할일이 산더민데 저는 뭘하고있는건지...
  14.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누가누군진 전혀 모르겠지만 그래도 글 내용은 잘 이해되네요.
    예전 '비틀즈'도 아이돌이었다능;;;
  15. big bang = 우주 대폭발
    g드래곤은 뉘신지....
  16. 돈 내서 살렸구만요..........................

    음악 시장이 엔터테이먼트 시장으로 변모하다 보니 그 최일선에 있는 아이돌이 공격을 많이 받는 듯싶구만요. 음악 시장이 음악을 갖춘 사람이 벌어 먹는 곳이 되면 아이돌에 긍정적인 면도 많이 얘기될 수 있을 듯싶구만요. 하지만, 그건 꽤 시간이 걸리는 일이 될 듯싶네요. 음악성=가창력이며 그 가창력은 대부분 얼마나 고음처리가 되느냐로 평가하는 MR논란 같을 것을 보고 있자면 말이죠. 음악을 즐기는 다양한 관점들이 언제나 생길는지..
  17. 아.. 저는 스쿨빠라는... 무르팍도사 "이은미"편을 다시 보고 싶군요!!
  18. 잼나는 글 잘 봤습니다.
    이런 글은 '다음 블로거뉴스'에 송고하면 메인 쯤에 나오고 대박 트래픽과 댓글이 달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애드센스 깔고 함 시도해 보시면..?
    ^^
  19. 김선생
    뭐 아이돌에게 아티스트의 역량을 바라는것은
    AV를 보면서 연기력까지 기대하는것과 같은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닥치고 하악.
  20. 각각의 장르는 나름의 가치를 지니고 그에 따라 평가의 기준 역시 약간씩 달라진다고 봅니다. 하지만 아이돌이나 인디(말 그대로 최대한 자본이든 뭐든 간에 어떤 큰 흐름이나 시스템으로부터 독립적으로 만들 뿐 특정한 음악적 형태는 결코 아니죠)처럼 장르라고 하기도 애매한 기준으로 음악을 다르게 평가해야 한다고 보진 않습니다. 그리고 기준이 달라진다 해도 스스로 아티스트니 뮤지션이니 가수니 할 거면 결국 음악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하단 대명제에서 벗어날 수도 없을테구요.

    그런 점에서 대체로 이 땅에서 유행하는 주류 음악(요즘은 특히 아이돌들이 하는 음악이겠죠)에선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아 영 좋아지지가 않아요. 물론 그네들이 참 예뻐 보일 때도 있고, 므흣한 망상이라도 펼치고 싶을 때가 있지만 것과 그들의 음악은 사실 상관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사실 무엇 보다 무대에 오르는 갸네들(어쨌든 예쁘고 귀여워 보일 때도 있긴 한지라...)이 문제가 아니라, 뒤에서 돈 좀 만지며 웃고 있을 SM이나JYP를 생각하면 도무지 배알이 꼴려서 부러 무시하고 있다능. 하하.
  21. 빅벵
    왜제눈에는빅.뱅.을욕하는글로보일까요..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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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워 - 세계 영화사에 혁명을 일으킬디 워 - 세계 영화사에 혁명을 일으킬

Posted at 2007. 8. 17. 00:05 | Posted in 야동후후식 영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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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스팅의 여파로 트랙백이 초과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나도 (쉬레기) 파워 블로거다, 하면서 좋아하는 이 와중에 wendy님께서는 답글을 달지 못하고 있다는 슬픈 소식을 듣고 다시금 정신을 차렸습니다. 이제부터 이 블로그는 독서와 영화 블로그입니다. AV만 보면 좋아요, 하는 블로거분들은 죄송하지만 피드 잘라주세요.

어쨌든 각설하고 디 워 이야기로 들어가자면... 아, 충격이었습니다. 제가 영화를 그리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이만큼 충격을 중 영화는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것은 한국 영화를 넘어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쇼크이자 혁명이네요. 사실 영화들이 소재가 다르고 주제가 다르다 해도 플롯, 서사 어쩌고 하는 이야기 짜임새는 다들 비슷합니다. 그냥 기승전결,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이런 중학교에서 지겹도록 배우는 것에 그럴 듯한 설득력 있는 장치를 넣는 거죠. 실제로 컴퓨터 프로그램 중에서도 등장인물 설정하면 대충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이게 거의 티비 드라마랑 맞아 떨어져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디워는 이런 매너리즘을 아주 속 시원하게 날립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얼마나 입을 벌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명색이 방송기자라는 주인공부터 사고수준이 거의 초딩급입니다. 요즘 언론고시 힘들다는데 미국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문제는 주인공만 초딩사고면 정신병원을 가야 하기에 스토리 전개가 안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심감독은 과감한 수를 씁니다. 바로 나머지 인간들의 사고도 모두 초딩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 버리면 이 멍청한 놈들이 이무기에게 바로 잡힐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또 멋진 해결책, 이무기와 그 꼬봉들까지 IQ 두 자리로 만들어 버립니다. 정말 여기 이무기와 꼬봉들이 하는 짓을 보면 마징가의 아수라남작과 헬박사는 희대의 천재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러다보니 스토리의 전개는 거의 정신이 없습니다. 쟤 왜 저래, 하고 있는 순간 상대방도 거기에 맞는 대응을 해 줍니다. 대체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생각을 하다보면 또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이전의 일은 어느 새 잊혀집니다. 이게 참 신기한 것이 이런 현상이 누적되다 보면 이런 전개가 받아들여질만도 한데 끝까지 이해가 안 되게 하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아무리 스토리가 허접한 영화라도 한두번은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하기 마련인데 한 번도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주인공 죽든말든, 이무기 쇼하든 말든 하는 기분이 이어지더군요. 마치 이방인의 뫼르소가 된 기분이랄까요? 분명히 말도 안 되고 설명이 안 되는데 영화는 잘잘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 이거 진짜 말로 설명하기 힘드네요.

CG가 좋다고, 우리가 바라는 것은 스토리가 아니라고들 그러는데 저라고 뭐 스토리 기대하고 보러 갔겠습니까? 그냥 예매권 생겨서 간 거지.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이 어마어마한 전개가 CG를 눈에 들어오지 않게 할 정도입니다. 심형래가 엔딩에 아리랑과 함께 영상편지를 올리는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은 늘 흥분된다. 하지만 도전에는 책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정말 이 영화를 보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우리 사는 세상 너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 보면서 많은 반성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되어야 할, 혹은 이렇게 해야만 할 당위가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다 인간 맘대로 정해놓고 그렇다고 착각하는 거지. 어쨌든 쇼킹한 스토리와 정신없는 전개에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비꼬는 게 아니고 정말 그렇더군요. 저는 원래 어이없고 깨는 거 좀 좋아하거든요. 제 생각에 디워빠건 디워까건 그냥 무조건 보세요. 일단 한 번 보고나면 술안주로 삼기에는 최고입니다.

끝으로 진중권에 대해  언급하면 이 양반 원래 말을 굉장히 도발적으로 하기는 합니다. 또 강준만과 논쟁 때도 그랬듯이 가끔 감정적인 반응을 일으키지만 자신은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고 쓸데없는 논리를 갖다 붙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이 양반 정도면 별로 스노비즘에 빠지는 편은 아닙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언급한 것으로 좀 오해받고 있는데 이 양반만큼 약간의 학문으로 적절한 설명을 하는 이들은 드물어요. 또 장기적으로 바라보면 꽤 냉정하기까지 한 사람입니다. 사실 논쟁에 몸을 드러내는 지식인들은 자기가 옹호하는 계층에 주화입마하는 일이 꽤 많아요. 유시민이 노빠가 된다거나 (물론 강준만이 진중권보다 이룬 게 훨씬 많은 훌륭한 사람이지만) 강준만이 민주당빠가 되는 건 그 대표적 예죠. 심지어는 변희재처럼 기회주의자가 되어서 짖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도 진중권은 예전부터 자기 포지션이 비교적 흔들림 없으며 자기가 옹호하는 세력이라고 무조건 좋다고 하는 양반도 아닙니다. 뭐 디워 옹호하는 분들은 갑자기 변희재 좋아라 하지만 이 양반 걸어온 길 보면 아주 기가 찰 겁니다. 브레이크뉴스 초반까지는 괜찮았는데, 끌끌...

정리

평론가 : 디워 스토리는 거의 평론할 가치도 없지 않습니까?
리승환 : 그대 말이 맞소.
네티즌 : 디워 재미있지 않습니까?
리승환 : 그대 말도 맞소.

한 마디로 싸울 이유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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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enzday
    그런 일로 슬퍼하시지 않는다는 것쯤은 눈치로 압네다 후훗. 근데 av면 adult vibrator 인가효? 잘 모르겠군요. (미안해요 늘;)

    그간 정말 관심이 없어서 눈에 보이고 보여도 한번 클릭질조차 안했던 디워 관련글을 처음 정독했네요. 좀 찾아봐야겠어요. 양상이 상당히 과격하던데 말입니다. 정말 한번 봐야 하나. 여러가지 이유로 차가운 눈물이 날 것 같아 관두렵니다 =_ =
    • 2007.08.17 23:27 [Edit/Del]
      알면서 왜 그러세요, adult video입니다 -_-a 왠지 낚인 기분... 어쨌든 웬디님께는 감히 추천하기 힘든 영화입니다...
  2. 제발...공부좀 하고 글좀 쓰세요.
    보기가 민망해요.

    제발...
  3. wenzday
    내용 추가하려고 보니 정리 부분이 추가가 되었군요. 호호. 싸울 이유가 없어도 박터지게 치고 받는 것이 이곳 생리 아니겠나요. 메인에 그림, 탱크를 휘감은 이무기같군요. 두두두두. 워-
  4. 디워덕분에 한동안 심심하지 않았습니다. 포스팅 꺼리도 생겼구요.
    저야 머...2%정도 심빠지만 ㅎㅎㅎ
    • 2007.08.17 23:28 [Edit/Del]
      저도 2% 정도 심까이니 98%의 공감대가 형성되는군요, 저도 같은 이유로 포스팅거리 생겨서 즐겁고요 ^^
  5. 그러니깐 가장 바라는게 좀 이제 조용히하고 살았으면... 아프간 문제도 조용히 해결하고 디워도 싸울 필요도 없는거 왈가왈부그만하고 좀 조용히...
  6. AV블로그에서 벗어난다니...이런이런...ㅋㅋㅋ
  7. ↑ 전 더 이상 여기 올 이유가 없어져 버렸군요. 어흙....
  8. 저도 100분 토론 잠시 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진중권 씨의 말이 결코 헛소리일 거 같지 않다는 게 왠지 슬프네요. 뭣보다 심형래 감독 본인이 그토록 CG만 강조하기도 했고-_-;; 친구가 같이 보자고 해서 일단 볼까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조금 변태같기도 하지만;; 디워빠들이 그렇게 추앙하는 디워가 얼마나 대단한지(?) 확인해보고 싶은(일종의 아니꼬움이랄까요?;;) 심리도 있고요;;
    • 2007.08.18 23:46 [Edit/Del]
      하하, 저도 그런 심리가 좀 작용 했습니다. 어쨌든 문화를 따라잡는다는 측면에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습니다 ^^
  9. 심형래 감독 예전에(2004년) 인터뷰 했었는데, 그 열정에 정말 감동받았었어요..
    근데 왜! 영화 개봉 전에는 그렇게 여기저기 홍보하러 다니더니 개봉 후에는 수많은 궁금증에 답하지 않고 종적이 묘연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 2007.08.19 22:39 [Edit/Del]
      그 때는 국제부가 아니었나 보네요, 심형래가 언론보다는 한 수 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대자본부터 든든하게 받혀주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일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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