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캐스트와 앱스토어오픈캐스트와 앱스토어

Posted at 2008. 12. 5. 17:47 | Posted in 불법복제 통신부
저는 사회주의나 자본주의라는 말을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사회주의이건, 자본주의이건 그 슬로건을 내거는 개개 국가의 제도를 살펴보면, 특히 그 맥락 속에서 살펴보면 도저히 같다고 부르기 힘든 제도들 투성이입니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그 결과입니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누가 힘을 얻고 누가 힘을 잃게 되는가? 또한 이런 결과는 윤리적으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이런 결과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자본주의, 사회주의 떠들어 봐야 그건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극단적인 세력의 화려한 말잔치에 불과할 뿐이죠.

마찬가지로 저는 웹 2.0이라는 말 자체를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 안에 담겨 있는 정신이라는 참여, 공유, 개방이라는 3대 정신 역시 마찬가지고요. 저는 웹2.0을 질과 양이라는 두 측면에서 바라봅니다. 검색 기술의 비약적인 발달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기반에 상당한 양의 정보가 집적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란 거죠. mash-up은 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최고의 질과 양을 가진 사업자와의 제휴만큼 소규모 서비스의 힘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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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2.0?

최근 네이버 오픈캐스트 덕택에 웹이 뜨겁습니다. 마키디어님이 여기에 대해 훌륭하게 정리 및 주안점을 언급해 주셨네요. 그래봐야 구석탱이 블로고스피어 이야기이지만 변방의 축제도 축제이고 변방의 이슈도 이슈죠. 더군다나 네이버는 지상파, 이동통신사와 함께 이 나라를 주름잡고 있는 권력 집단 (이라고 쓰고 양아치라 읽습니다, 여기에 청와대 추가요!) 임을 생각하면 사실 작아야 할 이슈도 아니고요. 오픈캐스트에 대한 전체적인 평은 '조선일보 일촌이지만 이번 일은 잘 했다'라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이가 누구에게 힘을 주고 누구에게 힘을 앗아갈지를 생각하면 저는 여전히 이 서비스가 불러 올 변화에 회의적입니다.

egoing-2님은 포털을 경기장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한 마디 덧붙이자면 개개의 포털은 한 스포츠 시장의 경영자입니다. 이들의 주요 역할은 자기 스포츠 시장에서 경기 내외의 룰을 변경시키는 것입니다. 경기 내에서는 파울 콜에 대한 변경을, 외에서는 구단간 수익분배제도의 조정 등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야구가 인기 끌면 축구가 죽듯 자기 스포츠 시장 뿐 아니라 타 스포츠 시장의 판도에도 영향을 주죠. 포털 역시 자사 내부의 관리와 겉으로 드러나는 웹페이지를 관리해야 하며 이들 경영은 포털간 점유율은 물론 전체 웹 서비스 점유율에 영향을 줍니다.

어쨌든 중요한 부분은 수 많은 팀(시장 참여자)이 모여 힘을 겨루는 각각의 스포츠 시장의 룰은 결국 포털이 결정한다는 점입니다. 국내에서 가장 큰 스포츠 시장(포털)의 경영자인 네이버는 그간 유지해 왔던 룰을 오픈캐스트라는 룰로 대체하는 것이죠. 여기서 과연 어떤 권력 변화가 생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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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변화의 대표적인 예

(별로 기대는 않지만) 그간 편집권을 포털에 통째로 내맡겨 왔던 언론사는 어찌 되었든 브랜드를 내세울 여지가 생깁니다. 개인 중 일부 역시 힘을 할당받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룰은? 여전히 네이버에 내맡겨져 있습니다. 일부 언론사만을 톱 페이지에 가능하도록 설정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오픈캐스트 하에서 개인이 만든 페이퍼나 블로그 포스팅을 등록할 수 있다 해도 이를 디폴트 페이지나 그에 준하는 급으로 밀어주는 것은 여전히 네이버 맘대로입니다. 즉 참여, 개방, 공유를 실현하건 말건 네이버 맘에 드는 이들이 힘을 얻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상대적으로 힘을 잃는다는 점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 안에서 네이버의 힘은 여전히 건재할테고요. 오히려 사람들이 기존 매체에 질려가며 새로운 자극을 찾고 있음을 생각하면 현명한 선택이라 봅니다.

이게 무조건 잘못 되었냐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소 엉뚱한 비유일 수 있지만 저는 오픈캐스트를 보고 애플의 앱스토어를 생각했습니다. 얼마 전까지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를 공개하지 않은 애플은 폐쇄적인 정책으로 자기 구미에 맞는 어플리케이션을 채택해 왔죠. 그러나 동시에 이는 매우 안정적인 질을 갖춘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네이버도 시작화페이지처럼 모든 것을 유저에게 맡기지 않고 오픈캐스트로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미디어를 선택한 후 유저들에게 적당한 공간을 제공함으로 윈윈을 꾀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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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네이버가 약간의 공간을 더 열고 유저에게 약간의 선택권을 주었음에도 결국 이에 대해 심판권은 네이버가 쥐고 있습니다. 결국 참여, 공유, 개방과는 거리가 있지만 저는 이런 추상적 단어의 나열로 왈가왈부할 거리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매우 폐쇄적인 서비스도 그 질에 있어서는 높을 수 있고 얼마든지 유저를 만족시켜 줄 수 있으니까요. 애플이 지닌 엄청난 브랜드 로얄티가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죠. 물론 네이버 유저들이 애플처럼 높은 브랜드 로얄티를 가지고 있지는 않겠지만.

네이버는 이번 변화를 통해 조금은 더 질을 높이고 유저를 만족시켜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죽어도 기존에 쓰던 방식으로 쓰려는 분들은 디폴트 페이지만으로도 그럭저럭 만족스레 쓸 수 있고 나머지 분들은 좀 더 나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테니까요. 그러나 이게 어떤 큰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아마 기존 언론사 정도나 가질 것 같습니다. 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어떤 시스템이냐에 앞서 변화 그 자체이니까요. 여전히 네이버는 네이버이지만 적어도 책임 소재는 회피한 셈입니다. 물론 단순히 판만 깔아주고 끝내지 않고 이 판 자체의 룰은 여전히 네이버의 손에 있지요.
  1. 녹색콘돔을 두고 C방새니 어쩌니 욕하면서도 결국엔 인정하는게
    먼저 총대차고 나가서 저지르는 일들을 보면 그래도 대가리 답다고 해야할까요?
    ex) 카페와 블로그의 폰트, 퍼스나콘 전격 무료화. 환급

    먼저 못했던 것들은 선발주자들의 장점을 끌어모아 야금야금 백화점식으로 다 흡수시키고
    ex)엠파스가 버린 지식거래소를 주워와 지식인으로 대박,
    블로그 시즌2를 시작하면서 스마트리포터, 자유도 높은 레이아웃제공

    그래서 보면 볼수록 샘숭을 닮은것 같아 마침내는 아니꼬와집니다.
    • 2008.12.06 13:41 신고 [Edit/Del]
      확실히 네이버를 보면 샘승틱합니다. 일을 벌여도 앞서 나가면서 벌이고 일종의 표준을 주도한다고나 할까요? 그에 비하면 SKT가 역시 양아치 넘버 원...
  2. 네이버가 먼저 총대를 매고 나가서 질른다니요...

    네이버가 먼저 총대 매고 앞장서서 뭘 선도했던 기억이 저게는 단 한껀!!! 도 없습니다.
    이번 오픈 캐스트를 구글이 앞서 했던 그것과 비교하는 블로거가 적은 것도 희안하고요...
    (사실 네이버 얘기는 같잖아서 안합니다.. 생각하기도 싫다고 할까요..)

    물론 몸집이 워낙 커서 한번 움직이면 시장의 패러다임을 지 이름값으로 바꿀수는 있죠..
    울며 겨자먹기로 시장이 따라가는 경우도 왕왕 있고..

    하지만 네이버는 기본적으로 이전에 얼추 완성된 기술이나 개념을 자기 딴으로 해석하여 자기 칼라를 입혀서 포장하고 자기가 관리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용하도록 강제하여 그 기술을 대세로 만드는데 도가 튼 기업입니다.

    물론 이게 나쁘다곤 할수 없지만...이로 인해 죽어나가는 수많은 중소기업들과 네이버 맘대로 성격을 규정하고 자기 칼라를 입혀버려서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고 끌려다니는 네티즌의 문제는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 마소가 욕먹는 이유를 생각하면 일정 부분 이해가 가실듯...
    • 2008.12.11 12:17 신고 [Edit/Del]
      사실 웹에서는 미투전략이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라 승자독식은 그저 피할 수 없는 듯이 보입니다. 네이버가 이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도 가지지 않고 도전도 최대한 안정적으로만 취하고 있는 부분은 크게 아쉽지만요. 그러나 그런 안정적 라인이 결국 더 이상 네이버를 키우기 힘들게 만들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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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페셔널의 조건프로페셔널의 조건

Posted at 2008. 1. 5. 00:42 | Posted in 책은곧배게 학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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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에서 드러커 사상의 정수를 편집한 The Essential Drucker를 번역한 것으로 자기실현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매니지먼트와 사회적 인간 부분은 '변화 리더의 조건'과 '이노베이터의 조건'으로 각각 번역되어 있으며 '미래경영'은 이들 세 권을 다시금 재편집, 요약한 것입니다. '미래경영'은 예전 inuit님이 이벤트를 빙자하여 준 책인데 이 책을 읽으니 그 때 준 조언이 확실히 와닿는군요.

읽고 난 감상은 정말 긴 말이 필요 없습니다. 올해 들어 읽은 첫 책이 이 책이라는 사실이 행운이라 느껴질 정도로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제껏 본 책 중 최고의 자기개발서인 듯 하네요, 이에 비할 저자라면 스티븐 코비 정도이겠는데 드러커 쪽이 스티븐 코비에 비해 좀 더 현실적인 지침을 내리고 있습니다. 드러커는 현실과 이상, 가치와 행동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을 지니고 조언을 합니다. 정말 책을 읽으며 언더독님이 왜 드러커 빠돌이가 되었는지 (블로그 이름 참조)이해가 되더군요. 이 책이 제게 준 많은 지침 중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과업을 정확히 정의하고 그것을 해야 하는 목적을 설정하라. 스스로 방향을 정하며 그 방향은 성과와 공헌, 즉 목표 달성에 초점을 맞추어라.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문제가 아니라 기회에 주목하고 시류에 편승하지 마라. 무난한 목표보다 확연한 차이를 낼 수 있는 높은 목표를 세워라. 비생산적 요인을 제거하고 성과는 오직 강점으로만 올릴 수 있으니 약점은 무시하라. 강점에 집중하고 이를 개선하라.  

 

공헌에 초점을 맞추어라. 이는 직접적인 결과로 산출되어야 한다. 성과를 올리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능력과 존재를 성과로 연결시키고자 하는 실행 능력뿐이다, 실행 능력은 습관적인 능력들의 집합이다. 지속적으로 배워야 가능한 것이지만 동시에 믿어지지 않을만큼 단순하기도 하다.

 

여러 분야에 대한 기초적 지식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단 만능이 되려 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자신의 전문지식을 타인이 활용하여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생각하라. 이를 위해 더욱 자신의 지식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전문적 능력을 지닌 이들을 보다 잘 활용할 때 목표 달성 능력은 증대된다.

 

의사결정은 무엇이 수락 가능한가에 앞서 무엇이 올바른가에서 출발하라. 진정 필요한 의사 결정인지를 분명히 하고 경계 조건을 분명히 하고 사실이 아닌 견해에 기초해 출발하라. 여러 대안을 마련하고 의견의 불일치를 조장하라. 그렇다면 의사 결정은 스스로 결정된다. 충분히 이해하기 전 서둘러 행동하지 말되 행동을 늦추지 말라.

 

곧 사회로 나아갈 안습의 대학 졸업반이다보니 다소 현실적 조언들 위주로 정리되었지만 이 외에도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어쨌든 개인적으로 얻은 깨달음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자신의 강점에 힘을 집중시키고 그것을 조직과 연계시킬 때 최상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가 될 것 같습니다. 특히나 사회 진출에서 제가 원하는 포지션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작게나마 성과가 필요할 것 같은데 그것도 너무 자력에 의존하기보다 제 강점을 극대화시켜 타인, 혹은 조직과 연계해 이루는 쪽으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 하나의 깨달음이 있다면 절대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전부터 드러커가 엄청난 넓이와 깊이를 동시에 갖춘 데 대해 약간의 경외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학자들과 달리 학문에 몰두해 얻은 것이 아닌 사회 진출 이후 자신이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를 매 3~4년간 번갈아가며 공부한 결과물이라 합니다. 확실히 좀 더 조급함을 버려야겠습니다, 다만 좀 더 성실해질 필요는 있겠지요. 어쨌든 요즘 자기개발서가 넘치고 질도 대충 짜집기한 수준이 많은지라 많은 분들이 이 분야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듯 하던데 개인적으로 이 책은 진심으로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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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 드러커 선생이 6개월 단위로 했다는 피드백 분석 작업이 인상깊더군요. 6개월 전 세웠던 목표를 얼마나 이뤘는지를 점검하면서,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뭘 더 노력해야 할지, 아예 시도도 하지 말아야 할 건 뭔지 등을 살폈다는....저 역시 하도 밑줄을 그어 책이 너덜너덜해졌다지요. ^^ 사회생활하면서도 곁에 두고 오래 볼만한 책입니다.
  2. 드러커 빠돌이는 맞구요. 단 이해 안되는 부분은 그냥 넘어가요. 한국 현실에 적용하기 애매한 부분도 넘어가구요. 그래도 나름대로 깊이가 있어 꾸준히 보고 있습니다.회의적인 추종자라고나 할까요. 그나마 요즘은 일이 바뻐 드러커 영감님 책을 잘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 2008.01.06 01:10 신고 [Edit/Del]
      제 표현이 좀 과했는 것 같습니다, 애교로 봐주세요 ㅠ_ㅠ 확실히 한국 사회 현실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부분이 좀 있을 것 같습니다, 미래에는 더 나아지겠죠...
  3. 네 조급함을 버리면 좋을듯해요.
    느림을 두려워말고, 멈춤을 경계하세요.
  4. 데일카네기 할아버지랑 스티븐코비 이외에는 자기경영류 책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는데, 인용하신 구절을 보니 한번 읽고싶어집니다.
  5. {p}
    제가 좋아하시던 분 :)
  6. 오오...지난 12월의 책으로 구입했던-
    (그러나 읽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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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은 중요한가?사관은 중요한가?

Posted at 2007. 11. 4. 21:09 | Posted in 수령님 사상전집
예인님의 글을 보고 생각을 좀 정리해 보았습니다.

'사관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관점', 즉 '해석의 틀'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이 말은 바꾸어 말하면 '문제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 말을 대학 초창기 시절 두 집단에서 들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두 집단은 관점이 완전히 다른 집단이었는데 약속이나 한 듯 이런 말을 했다는 점입니다. 다행히도 선배들은 제가 말을 못 알아먹는 놈인 것을 일찍 인지해 주어서인지 별로 반복학습은 하지 않았지만 말이죠.

원칙적으로는 저 역시 이러한 주장에 대해 상당부분 동의합니다. 그 어떠한 데이터도 단순한 수집만으로는 절대로 어떤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시킬 수 없거든요. 가설은 현상을 원인과 결과로 두부 자르듯 자르고 그 과정에 대해 특정한 시각을 가지고 접근할 때 비로소 성립합니다. 그리고 엄밀성의 차이는 있겠으나 과학이라는 규준에 따라 결론을 제시하고 그것을 끊임없이 검토하며 반증 사례가 있을 경우 이를 보완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야만 현실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음은 부정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그것은 관점, 문제의식이 중요하다면 수없이 많은 다른 관점과 그것이 비롯된 문제의식에 대해 일정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선행되지 않고 단지 저 말을 되뇌인다면 그것은 독선을 정당화하기 위한 변명에 그치게 되겠죠. 그러나 정말 아쉽게도 이러한 전제는 동반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속했던 집단들도 사관이나 문제의식의 중요성을 논한 후 자신들의 관점이 올바름을 강조하기만 했거든요. 그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관점이 옳다는 전제하에 그것이 만병통치약인 양 모든 현실을 해석하려는 거죠.

물론 이러한 각각의 해석틀들은 그 나름의 정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살아남아 우리에게 회자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쓰레기 해석틀이 아닌 꽤 적용할 데가 많다고 보아도 됩니다. 세상에 되도않은 해석이 얼마나 많습니까? 지하철만 타고 무슨 우주의 이치를 깨달았다는 둥 소가 우는 소리랑 어머니를 부르는 소리가 똑같다는 둥 하는 찌라시가 널려 있는데 말이죠. 하지만 제 아무리 비교적 보편성을 지닌 해석의 틀이라 해도 분명한 한계를 지닙니다. 더군다나 현대 사회처럼 얽히고 섥힌 사회에서 하나의 틀을 가지고 모든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좋은 판단을 낳을 리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러한 좁은 틀이 가지는 더 큰 문제는 좋은 답을 낼 수 없음에 앞서 문제 자체를 곡해하게 한다는 점입니다. 제 아무리 좋은 수학식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문제 자체를 엉뚱하게 바라보게 하는 것이죠. 위에 예인님 글에서 볼 수 있듯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비판받는 주요한 원인도 여기에 있습니다. 다른 시각으로 파악하는 경우가 훨씬 설득력이 높음에도 그저 남성 - 여성의 문제로 치환시키니 그게 설득력을 가질 리 없죠. 물론 자신들의 해석 틀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일반 대중이 성문제는 물론 사회문제에 관한 제반 지식에서 이들보다 훨씬 떨어질지 몰라도 그 넓이에서는 훨씬 넓습니다. 일부 좌파들이 모든 계급 문제로 환원시키는 현상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골프 선수들은 하나의 클럽만을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 적합한 클럽을 사용해야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스포츠에서 이러할진데 수많은 구성원들이 복잡한 관계를 맺는 우리 사회야 어떻겠습니까? 하나의 해석틀로 모든 현상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일견 명쾌해 보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문제에는 그에 합당한 다양한 접근 방법이 필요합니다. 특정한 시각을 고집하는 이는 자신과 대립되는 시각이 문제 해결을 막는다 하지만 앞서 밝혔듯 이러한 모습은 되려 문제의 본질을 곡해하는 경우만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좁은 해석의 틀로 자신의 논리를 정당화시키려는 모습보다 넓은 관점을 아우르며 문제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많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때로는 서로 대립되는 듯한 시각조차 때에 따라서는 보완관계에 있을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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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경영1분경영

Posted at 2006. 4. 9. 23:31 | Posted in 책은곧배게 학술부

이름만 들으면 어지간한 사람은 다 알만한 켄 블랜차드의 책입니다. 이 아저씨는 몰라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저자라고 하면 아마 치매에 시달리는 할아버지도 아실겁니다. 워낙에 잘 나간 책이다보니. 그만큼은 아니지만 '겅호'도 꽤 잘 나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이파이브', '열광하는 팬' 등 다른 책도 많은데 아직 읽지 못해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블렌차드의 책의 미덕은 매우 핵심적인 요소를 딱딱하지 않게 우화식으로 전달한다는 데 있습니다. 구체적 행동 지침을 바라는 저같은 이에게는 조금 불만일수도 있지만 그저 행동 지침을 나열하는 - 대개 일본인 저자의 책이 그러한데 - 책에 비해 설득력이 있음은 물론 더 각인 역시 더 강하게 되는 편입니다.

1분 경영 역시 이런 켄 블랜차드의 매력을 잘 보여줍니다. 저자가 말하는 1분 경영은 기본적으로 세 요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분 목표 설정, 1분 칭찬, 1분 질책이 그것입니다. 이 중 1분 목표 설정은 '목표'에 해당하며 1분 칭찬과 1분 질책은 결과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목표와 결과를 통해 사람들의 행동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1분 경영이 추구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1분'이라는 시간에서 알 수 있듯이 쓸데없는 내용은 싹 자르고 핵심적인 부분만 구체적으로 행하라는 것입니다. 시간이 너무 부족해 보이지만 저자 자신도 1분은 어디까지나 상징적 시간임을 밝히고 있으며 또 실생활에서도 말이나 목표는 길게 늘이는 것보다 짧게 핵심만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음은 많이들 경험하였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책 분량상 여기에 대한 구체적 행동지침은 적은 편입니다. 아마 얼마 전 인기를 끌던 '3분력'에서 어느 정도 조언을 구할 수 있을 듯 하지만 굳이 그러한 구체적 방법의 조언을 찾지 않더라도 1분 경영에 있는 적은 내용 그대로만 행한다면 효율성을 배가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1분 목표 설정은 매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래는 세 요소에 대한 요약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1분 목표 설정

1. 자신에게 주어진 목표에 동의하라
2. 어떤 것이 최고의 업무 활동인지를 생각하라.
3. 각각의 목표를 서류 한 장에 작성하되 250자 이내로 하라.
4. 이 목표들을 반복해서 읽고 숙지하라, 단 읽는데 1분 이상이 걸려서는 안 된다.
5. 매일 1분 정도의 시간을 내어서 자신의 업무 활동을 점검하라.
6. 자신의 행동이 목표와 일치하는지 살펴보라.

1분 칭찬

1. 업무 태도에 대해 알려줄 것이라 '미리' 말하라.
2. 일을 잘했을 경우 즉시 칭찬하라.
3. 잘한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라.
4. 잘한 일에 대해 자신이 얼마나 좋게 평가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일이 조직과 다른 동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에 대해 말하라.
5. 업무 처리에 대해 자신이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도록 잠시 침묵하라.
6. 앞으로도 계속 일을 잘 하라고 격려하라, 악수를 하거나 어깨를 토닥거림으로 자신이 부하 직원의 성공을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주라.

1분 질책

1. 부하 직원들에게 그들의 업무 수행에 대해서 명확하게 지적할 것이라고 '사전에' 말하라.
2. '즉각적으로' 질책하라.
3.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말하라.
4. 당신이 그 잘못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말하라.
5. 부하직원이 당신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잠시 불편한 침묵을 지켜라.
6. 진심으로 당신이 부하 직원의 편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악수를 하거나 등을 토닥거려라.
7. 당신이 부하직원을 얼마나 아끼고 있는지를 상기시켜라.
8. 잘못된 행동을 질책한 것일 뿐, 평소에는 부하 직원을 소중한 존재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라.
9. 질책은 한 번으로 끝나며 반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시켜라.


간단하죠? 물론 말만큼 쉽지는 않을 듯 합니다. 경영은 커녕 아무런 임무도 맡지 않고 있는 저에게 -_- 1분 칭찬과 질책은 큰 의미가 없겠지만 1분 목표설정은 매우 의미 있었습니다. 앞으로 목표들을 다이어리에 적어놓고 매일 볼 생각입니다. 물론 단순히 목표를 정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게 과연 그 목표가 올바른 목표인지 점검하는 것인데 이 방법은 고맙게도 저자가 깔끔하게 세 문장으로 요약해 두었습니다.

목표를 확인하라.
업무 활동을 되돌아보라.
목표와 업무 활동은 조화를 이루는가?

그리고 일단 목표가 올바르다면 목표 달성시 칭찬하고 실패시 질책하면 됩니다. 저처럼 혼자 노는 사람은 스스로 칭찬하고 질책하면 되겠고요. 그리고 한단계, 한단계 나아가면 됩니다. 그런데 쓰고보니 제가 좀 불쌍하군요. -_-

내용이 워낙 간단하고 이를 재미있게 이야기로 펼치고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벼운 마음만큼 가볍기만 한 내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대가의 책을 제 맘대로 평가하기는 뭐하지만 저자의 책 중 상대적으로 우화성이 강한 '겅호'나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너무 한정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보다 더 와닿는 바가 많았습니다. 30분이면 떡칠 수 있는 책이니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합니다. 1분 경영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한 문장으로 요약한 부분을 마지막으로 글을 접겠습니다.

목표는 행동을 일깨우고
결과는 행동을 지속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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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nesiac   06/03/03 12:48 
결론 : 나는 어지간한 사람이 아니다... OTL-_-;;
정worry   06/03/03 21:04 
T.T ;;; 진정으로 힘든 뼈깎는 도닦기의 경지가 아닙니까.
듀크토고   06/03/04 00:55 
목표라... 한시간정도 이리 저리 생각을 해보고 목표를 세우고 시간계획까지 짠 후 결과물(계획표)을 보고 감동해서는 "자 내일부터 열심히 하자" 그러고 바로 자는 게 제 일상인데...
이승환   06/03/07 18:54 
Amnesiac / 괜찮아요. 저는 사람이 아니란 소리도 듣는걸요. (꽤 많이 -_-...)
이승환   06/03/07 18:55 
정worry / 그러고보니 어릴 때 탐구생활에 시간표를 그리던 생각이 나네요. 언제나 기상은 6시였고 타이트하게 운동과 공부와 예능활동을 늘어놓았는데 그렇게 했으면 이미 국비장학생이 되었거나 히스테리로 정신병원에 있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것 같습니다 -_-
이승환   06/03/07 18:56 
듀크토고 / 저도 그렇습니다 -_- 한 때 휴대폰 문구가 '내일부터 열심히' 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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