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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쓰기와 삶 (4) 2006.05.08

글쓰기와 삶글쓰기와 삶

Posted at 2006. 5. 8. 23:22 | Posted in 수령님 사상전집
 학창시절 글쓰기 대회에서 단 한 번 상을 받은 적이 있다. 초등학교 2학년 과학의 날 글짓기였는데 당시 '글짓기'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되어 있지 않은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과학잡지의 글을 그대로 베껴써 장려상을 수상했다. 글짓기의 의미조차도 모른 나도 황당하지만 그 엄청난 수준의 글에 겨우 장려상을 준 선생님들도 참...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공식적인 글쓰기와는 별개로 언더그라운드에서 나의 글은 학내에서 엄청난 유명세를 얻었다. 중학교 때 학교 비판만화를 그려 유명세를 탔으며 그로 인해 죽도록 두들겨맞아 그 (악)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이후 검열의 수준을 반드시 고려해야 함을 깨달았다. 당시 내 아픔은 양복을 입어야 믿어주는 천문학자의 비애를 깨달은 어린왕자의 아픔 못지 않았다.

덕택에 고등학교 들어와서는 좀 더 정서순화시킨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학교선생님들이 몽땅 등장하는 무협지와 판타지소설이었는데 이게 2,3학년 교실까지 돌며 (악)명성이 꽤나 높아졌다. 덕택에 주변 친구들도 비슷한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 흐름이 점점 포르노화되었고 이상하게 나는 항상 남창의 역할로 등장했다. 더구나 이가 교무실로 넘어가며 이후 여선생님들의 공적이 되기도 했다. (나는 언제나 억울하다)

대학에 들어와서는 중고등학교에 비해 꽤나 다양한 글쓰기를 했다. 그냥 넋두리를 풀어놓기도 하고 책 본 것을 정리하기도 하고 사회를 씹기도 하고 헛소리(이게 대부분)를 늘어놓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글쓰기는 내게 꽤나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우선 생각은 휘발성이 크지만 글은 보존되다보니 학습능력이 제로에 가까운 내게 많은 반성을 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더 넓은 세계의 사람들을 만나고 생각의 영역을 넓힐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렇기에 내가 쓴 글은 그 수준을 떠나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요즘은 시간이 나지 않아 그런 글쓰기를 자주 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간 글을 통해 성장을 이룬 부작용인지 글을 쓰지 않으니 뭔가 생각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요즘 사랑하는 경제정책론 교수님이 어떠한 관점을 취하건 그 논리전개를 깨끗하게 하고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하라고 했는데 요즘 생각들은 그냥 정보만이 맴돌 뿐, 그게 연결되어 입장으로 관철되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억지로라도 좀 정리된 글쓰기를 하려 노력해야겠다. 바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럴수록 더 받아들이는 것을 정리하는 습관이 필요할 것 같다. 물론 과도한 시간을 글쓰기에 쓰는 것은 피해야겠으나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느낀 것을 정리하는 게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인 듯하다. 어쨌든 글쓰기는 어느새 생각보다 내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게 된 것 같다.

그 전에 소설들부터 정리해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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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엘윙
    누드모델님의 글쓰기 인생-_-? 잘 읽었습니다. 저는 중학교때 만화에 선생님과 친구들을 등장시켰는데, 그맘때는 다들 그러고 노나 봅니다.
    고등학교때부터 그런 역할로 활동하시다니 친구들의 선견지명이 대단합니다. 크크.
  2. 은하
    그러고보면 내가 나온 중학교 참 유연했고 좋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영화 친구 포스터에 정년퇴임하는 선생님들 막 합성한 거 돌아다니는데 선생님들이 재밌다고 프린트해서 교무실에 붙여놓고...ㅡㅡ;; 선생님 비꼬는 만화 많았었는데 그냥 교내 시화전에 잘 실리고...흠흠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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