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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학생과 학점 (18) 2006.04.10

대학생과 학점대학생과 학점

Posted at 2006. 4. 10. 17:44 | Posted in 사교육산실 교육부

공감가는 기사네요 - 차이나림


조금 전에 전화를 받았죠.

"교수님 저 000과목 듣는 데요.... " "중간고사 점수 어떻게 줘요?"

"???????"

너무 황당한 전화네요.. 중간고사는 앞으로 한달 후에나 실시 예정이고....
점수를 주는 것은  학생과의 흥정이 아닌데... 왜 이런 일이... 조금은 슬픈 하루입니다.


대학에 입학하면 수업방식이 고등학교에 비해 많은 것들이 바뀝니다. 과목을 선택할 수 있으며 고등학교 때 비해 발표, 토론 수업이 늘어납니다. 또 레포트도 제출해야 하며 시험 방식도 단답형이나 객관식이 아닌 서술형이죠. 물론 결정적 차이는 수업을 빠져도 부모님께 몽둥이찜질당할 일이 없으며 대출에 대리시험 등 온갖 꼼수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건 대학생이건 점수에 스트레스 받는다는 점은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학생들의 학점에 대한 민감함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몇몇 선생님들도 시험 이후 날아오는 메일과 전화에 장난 아니게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애교라면 뭐 그렇다 하겠지만 그 수위가 거의 협박에 가까운 경우도 가끔 있다고 합니다.

이렇듯 학점에 매달리는 현상은 그야말로 y=x2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사회의 압박입니다. 매일같이 티비와 신문에서는 청년실업 문제를 강조하니 학생들에게 여유가 있을 리 없습니다. 물론 청년실업문제가 실제 존재하는 문제이니 그들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듯 모든 학생들이 학점에 매달리는 현상은 사회 전체적으로나 개인으로나 그다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수업의 이유와 결과의 관계가 역전되어 버립니다. 이상적인 수업의 목표는 배우는 것이지, 성적 잘 받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점의 압박에 오직 학점이라는 결과에만 매달리게 되어버립니다. 그러면 수업시간에 생기는 의문점을 더 파헤치거나 지식을 쌓으려는 노력은 뒤로 가고 그저 시험문제로 나올만한 것만 외우게 되죠. 이렇게 외우기만 한 지식을 어디에 적용시킬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다음으로 성적을 잘 받기 위해 시험치는 과목에 너무 집중하다보면 마치 고등학교처럼 자신이 들어가는 수업만 공부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다보면 한국 입시제도상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기인 대학생활에서조차 하나의 학문적 시각에 매몰되게 마련입니다. 근대 학문들은 대부분 해당학문의 관심사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기에 학교수업에만 매몰되고 시야를 넓히지 않는다면 사물이나 세상을 올바로 바라보기 힘들 겁니다.

더군다나 이러다보니 학점의 신뢰성 자체가 낮아져서 그렇게 들인 노력의 성과 또한 작아집니다. 각 대학들은 자기 학교 학생들의 사회적 평가를 높이기 위해 학점을 높게 주려 하지만 이는 오히려 학점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낳았습니다. 요즘들어 금융권을 제외한 사기업에서는 학점을 거의 무시하는 형편이며 특히 흔히 잘 나가는 기업일수록 학점을 무시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요즘은 많은 학교가 상대평가를 시행해 신뢰성 회복에 노력하려 하지만 상대평가로는 학생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단점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결국 학점에 집착하는 현상은 학생들에게는 좀 더 넓은 시야와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케 하고 사회적으로는 학점의 신뢰성을 떨어뜨렸습니다. 더군다나 학생들이 위와 같은 기회를 잃은 것은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보고요. 이에 대해 학점 그 자체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막말로 수업 적극성의 유인책으로라도 학점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만약 학점 폐지하면 수업 나오지도 않고 다들 취업 준비에 올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학점문제의 근원은 어디까지나 취업이라는 경제문제이니까요.

그렇다고 취업시장이 넓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힘들 것 같으니 결국  시험을 그저 암기능력으로 평가하지 말고 그것을 잘 적용할 수 있는지, 또 단지 수업시간에 배운 지식에 매몰되지 않았는지도 평가하는 게 그나마 가능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학점 잘 받은 학생도 구체적 문제해결능력에서는 상당히 부족한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니까요.

다음으로 어차피 대학 졸업하면 취업해야 할 학생들을 위해 각 기업측에서 아예 학점에 대해 어떻게 반영한다고 밝히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저 학점 잘 준다고 관심도 없는 과목을 듣는 경우도 많은데 취업에 아무 도움 안 될 과목이고 개인적 관심도 없다면 무시하는 게 학생에게나 그 수업에나 좋지 않을까 합니다.

무엇보다 교수, 강사에 대한 엄격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열심히 하는 선생님들이 대다수이고 이런 분들은 평가도 세심하게 하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성실은 커녕 일부 커리큘럼조차도 무시하는 선생님들도 없지 않고 그래서야 올바른 평가가 이뤄질 리 없습니다. 이런 수업을 하는 선생님들은 과감하게 페널티를 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페널티가 거의 없다보니 일단 자리잡은 교수님들은 수업과 평가를 대충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성실한 자세로 수업에 임해도 학생들을 평가하기 힘들텐데 그저 대충 할말 하다가 나가서야 학생들의 수준과 교육의 신뢰도만 떨어질 뿐입니다.

어쨌든 학점이 큰 문제되지 않을만큼 전반적으로 수준 높은 대학교육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일부 기성세대들은 지금 대학생들의 자세에 대해 '철학도 낭만도 없다' '학점에만 신경쓰고 참 한심하다' 이런 식으로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요즘처럼 압박 일관의 사회에서는 아주 당연한 게 아닌가 합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감정적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좀 더 그들을 이해하는 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요.

ps. 덤으로 일반적으로 학점 별로 신경 안 쓰고 살아가는 인생에 가해지는 압박은 장난 아닙니다. 그런데 제 경우에는 사람들이 그냥 아주 당연한 듯 바라보더군요 -_- 대체 왜...?

ps2. 이전 글 복구했습니다, 크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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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하하; 학점은 2점 넘긴 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
  2. 이 글에서 눈에 띄는 점은, 저같으면 "아 씨댕 이 빌어먹을 수단과 목적의 전도 현상" 운운하면서밖에 쓸 수 밖에 없는 내용을, 가능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해결책까지 모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 한번 민망하시겠지만(킥~) 진심이에요-
  3. 은하
    학점에 집착하면 정말 쉬운과목만 듣게 되고 그 놈의 교육 효율성도 확실히 별로인 거 같은데 말이에요...ㅜㅠ // 그나저나 스킨 멋지네요. 새로 정비하느라 고생 꽤 많이하셨을거 같아요.ㅎㅎㅎ
    • 2006.04.12 14:49 [Edit/Del]
      점수 잘 주는 과목이 수업 질도 좋으면 다행인데 보통 사람이 넘쳐나서 그런 경우가 드문 것 같아요.

      스킨은 제가 만든 게 아니니 당연히 예쁩니다 -_-;;
  4. 도대체 고딩이랑 다른게 뭐예요. -_- 대학에 대한 환상 또 깨짐. (......)
    • 2006.04.12 14:49 [Edit/Del]
      여학생들 스커트 길이가 짧습니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다닐 가치가 있어요.
      여학생의 경우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가끔 나시를 입고 다니지만 그것은 혐오에 가까운 것 같고 -_-
  5. 엘윙
    저도 과목 들을 때 학점 딸 걱정 먼저 합니다. 장학금도 걸려 있고, 취업도 걸려 있으니 어쩔수 없는 현상이지요.
    졸업하고 나니 남는게 없군요. ㄱ-

    학점을 쉽게 받을수 있는 과목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닌가 싶네요. 전 과목을 빡시게 만들어야합니다. (전 이미 졸업했으니 아하하하!)
    • 2006.04.12 14:50 [Edit/Del]
      저는 장학금에 대해서는 자발적 포기한지 오래입니다 -_- 다행히도 좀 다른 길로 장학금을 따기는 합니다만...

      저는 어차피 학점 포기했으니 말씀하신대로 전과목을 빡시게 만들어서 남들 학점이나 좀 까내렸으면 좋겠어요, 크하하하
  6. 유상훈
    음...주교재 외에 참고서적 3~4권 더 봐가면서 내 문제의식을 담뿍 담아 답을 써도 학점 잘 나오더이다. ㅋ
  7. 다행이네요 복구했다니. ^^
  8. 저는.. 고등학교때.. 대학교와서처럼 공부했었음 서울대 갔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친구들과 자주.. 한다죠.. -_- 여자들끼리 있는 과라서 그런지 학점경쟁이 정말 치열해요 ㅎ
  9. 똘똘이
    그 모든 배움의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진 여러 일들을 감사하며, 성실히 행할 때에 비로소 그에 합당한 여러 일들이 이루어 지는 줄을 왜? 모르십니까? 대신들! 자중 좀,하세요! 자중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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