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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at 2007. 6. 13. 14:56 | Posted in 책은곧배게 학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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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워낙 먹고 사는 문제에 시달리고 집중하느라 자기계발은 고사하고 독서도 거의 못 했는데요, 여기서 좀 벗어나고자 이제 서평이라도 좀 열심히 올리고자 합니다. 오늘부로 일주일에 두 권씩은 서평을 올릴 생각입니다. 물론 제 블로그가 늘상 그렇듯 제대로 된 질은 절대 보장 못합니다.

로버트 달은 서구 정치학자 중 민주주의에 관한 연구가 중 제일로 꼽히는 학자입니다. 아마 그의 책 중 몇 권은 고전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하네요. 57권이나 집필했다는데 한국에 번역된 책은 손에 꼽힐 정도입니다. 제가 돈 많고 시간 많고 결정적으로 영어만 할 줄 알면 번역하겠는데 마지막 조건 때문에 절대 불가능하네요. '민주주의와 그 비판자들'은 플라톤을 대표로 한 많은 이들이 민주주의에 반박하며 내놓은 '수호자주의'를 반박하는 책이었고 최근 '미국 헌법과 민주주의'라는 미국 민주주의를 까는 책이 번역되었는데 아직 보지는 못했습니다.

동명사에서 나온 '민주주의'는 99년 번역되었는데 이상하게 찾을 때마다 없어서 꽤나 늦게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민주주의에 대한 입문서이자 개론서인데 두말할 것 없는 강추 수준입니다. 이 책에서 달은 민주주의를 이상태와 현실태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고 하는데 정말이지 중요한 지적입니다. 대개 인터넷에서 토론할 때 현학적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분들이 있는데 (현학적인 게 무슨 뜻인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이 경우가 대개 남들은 현실태를 이야기하는 데 혼자 이상태를 이야기하며 논의를 어지럽히는 경우거든요. 사실 이상태로 이야기한다면 세상에 완벽한 제도가 어디 있겠습니까? 민주주의도, 사회주의도, 공산주의도 단 한 번도 완벽한 현실태로 존재하지 않았으며 동시에 이상태가 무엇이라 규정지을 수도 없습니다. 달은 이 책을 통해 이상태와 현실태를 모두 다룸으로 민주주의에 대해 넓고 균형잡힌 시각을 갖추도록 합니다. 먼저 이상태 부분에서 달은 민주주의가 갖추어야 할 조건과 이점으로 다음을 꼽습니다.

민주주의의 조건

효과적 참여 : 모든 성원은 어떤 정책이 채택되어야 하는지 다른 성원에게 자신의 견해를 알릴 수 있는 효과적 기회를 가져야 함.
투표의 평등 : 모든 성원은 평등하고 효과적 투표 기회를 가져야 하며 이들 투표는 평등하게 간주되어야 함.
계몽적 이해 : 각 성원은 정책 대안들과 이 대안들이 가져올 수 있는 결과를 이해할 수 있는 동등하고 효과적 기회를 가져야 함.
의제의 통제 : 성원들은 선정을 한다면 어떤 문제들이 의제에 상정되어야 하는지 결정할 배타적 기회를 가져야 함.
성인의 수용 : 모든, 혹은 대부분 성인의 영구적 거주자들만이 앞의 기준이 시사하는 완전한 시민의 권리를 향유해야 함.

민주주의의 이점

1. 전제정치를 방지함
2. 인간의 본질적인 권리를 보장
3. 광범위한 자유를 확보
4. 근본적 사익을 보호
5. 자기가 선택한 법하에서 살아갈 수 있는 최대한 기회 제공
6. 최대한 도덕적 책임감 행사 기회 제공
7. 인간의 발달은 보다 완전하게 함
8. 상대적으로 높은 정도의 정치적 평등 도모
9. 대의제 민주정체들의 상호간 전쟁발생 우려가 낮음
10. 시장경제와의 친화성을 통해 보다 큰 번영을 이룸

물론 이는 이상태이고 현실태와는 거리가 멉니다. 특히 현대 민주주의는 투표의 평등과 성인의 수용을 제외한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음으로 형식적 민주주의, 우중의 정치로 흐르는 경우가 많죠. 또한 민주주의의 이점 역시 그다지 현실과 잘 맞아 떨어진다고는 생각하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이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것은 이외의 정치체제에서 일어날 수 있는 큰 우려를 잠재울 수 있다는 점이죠. 이른바 수호자주의, 즉 소수 엘리트가 정치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주장은 예전부터 있어 왔으나 현실태를 비교해 볼 적 이는 민주주의 이상으로 설득력이 낮다는 게 달의 주장입니다.

흔히 수호자주의를 옹호하는 이들은 우리가 의사, 항해사 등 각 분야의 전문지식인들에게 전문분야를 맡기듯 정치도 그것을 위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을 전문가에게 위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결정에 대한 최종통제를 양도함이 아니라는 게 달의 주장입니다. 즉 우리는 외과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도 수술 여부까지 그들에게 맡기지는 않거든요. 더군다나 정책에 관한 결정은 과학 지식, 그 이상을 요구합니다. 청렴성, 유혹에 대한 저항, 공공선에 대한 지속적이고 흔들리지 않는 헌신이 필요한데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으며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말처럼 이가 쉽사리 지켜질 리 없습니다. 설사 수호자 통치를 이룬다 해도 이를 어떻게 이뤄나갈 것인지, 그 방법적인 면에서는 수많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봅니다. 더군다나 그렇게 선출된 이가 일반 시민 이상의 역량을 발휘할 지 보증도 안 된다고 합니다. 물론 이는 단순히 이상태에서만 바라본 게 아니라 현실태를 통해 축적된 귀납적 판단입니다. 달은 기타 통치와 구분되는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현실태는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민주주의 제도의 특징

1. 정부의 정책결정에 대한 통제권은 시민에 의해 선출된 공직자에게 주어져 있다.
2. 선출직 공직자들은 억압이 비교적 보기 드문 빈번하며 공정하게 시행되는 선거에서 선출된 사람들이다.
3. 시민들은 광범위하게 정의되는 정치적 문제에 대해 엄중한 처벌 위험 없이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할 권리를 갖는다.
4. 시민들은 수많은 정보원으로부터 선택의 여지가 있고 독자적인 정보원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5. 자신들의 다양한 권리를 성취할 수 있도록 상대적으로 독자적인 결사나 조직을 만들 권리를 갖는다.
6. 국가에 영구 거주하며 법 적용을 받는 성인 누구에게도 이 필수적 권리가 부여되는 것이 부인되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대의 민주주의는 근본적 딜레마에 가지고 있는데 누구나 다 알듯 단위가 커질수록 시민참여의 가능성은 줄어들고 위임의 폭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대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이 환상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폴리스들의 경우 노예가 시민의 수 배에 이르렀고 여자와 외국인도 시민권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수천명에 불과한 참가인원이 너무 많아 골머리를 썩히고 여러 부패도 있었다는 게 당시 역사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결국 달은 민주주의가 인류가 실행할 수 있는 최선의 제도는 아닐지언정 적어도 현상태에서 큰 위험없이 이룰 수 있는 차선의 제도임은 분명히 주장합니다. 물론 그것이 수많은 난제를 안고 있고 완전한 민주화를 이루기에는 여전히 큰 장벽이 남아있지만 말이죠.

마지막 부분에서는 시장경제와 민주주의과의 관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달은 이를 갈등하면서도 결별하지 않는 관계라 칭합니다. 이른바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것인데 참 적절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다두 민주주의는 시장자본주의가 지배되는 국가에서만 이루어져 왔거든요. 이에 대해 달은 시장자본주의는 경제를 고도로 분산화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생산수단의 국유화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주의 국가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경제권력이 집중할 수밖에 없기에 시장친화적이기 힘든 것이죠. 비록 비민주적 국가 (대표적 예가 한국 70년대) 도 시장자본주의를 택했지만 결국 이는 경제성장과 교육받은 광범위한 중산층을 통해 결국 민주화를 불러 일으키게 된다는 게 달의 주장입니다. 뭐 그렇다고 시장주의자처럼 시장 만능을 외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부의 불평등이 정치적 불평등을 불러 일으키는 데 대해 상당히 경계를 하죠.

많은 분들이 민주주의를 놓고 말이 많은데 어떠한 정치체제가 민주주의다, 아니다를 놓고 토론하는 것은 상당히 소모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 어떠한 부분이 민주적이고 어떠한 부분이 비민주적인지 따지는 게 훨씬 효과적이겠죠. 앞서 밝혔듯 현실태로의 정치체제는 이상적인 민주주의와 그 반대 축의 중간 어딘가에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민주주의의 발전에 가장 중시되어야 할 것은 교육과 언론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자리를 잡고 언론독재가 횡행하며 그리 긍정적으로만 나아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민주정치를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교육까지도 부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정보화를 통해 더 이상 완전한 교육과 언론 통제가 가능하지 않았던 것이나 전자 민주주의를 통해 좀 더 다양한 의견 반영이 가능하게 되어가는 것처럼 기술 발전이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가지 않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고요. 어쨌든 전체적으로 쉽게 쓰여져 있고 군더더기가 없는 책이니 정치 방면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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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제가 이정도로 리뷰 가능했다면.. 블로그에 리뷰 올릴듯,,
    지금은 비밀공간에 담고 있지만ㅠ)
  2. 헛~ 그럼 1주일에 최소 2권을 읽으신다는 것? 대단하십니다~~~. 전 1주일에 2권 읽자고 새해계획을 세웠으나 단 한 주도 지켜본 적이 없다는.....ㅠ.ㅠ
    • 2007.06.14 00:55 [Edit/Del]
      3월달 돈벌이가 없을 때는 하루 한 권씩 읽었는데 이후는 그야말로 gg입니다.
      이후 너무 자기발전이 없어서 다시 시작하려고 하고 있을 뿐이죠 ㅠ_ㅠ
  3. 당장 사야겠군요! 감솨.
    (이건 그냥 참고삼아...글 쓰실 때, 문단을 여러개로 잘게 나눠주셨으면...훨씬 가독성이 높겠슴다. 요즘 제가 노안인지...침침해서요)
  4. 어..저 이책 있는데..^^ 원서로^^;; 미국여행갈때 비행기에서 읽으려고 샀다가 중간까지 읽다가 귀찮아서 접었던 책;; 서평 잘 읽었습니다. ^^
  5. 책만 사놓고 시험에 치이느라 못봐서 요즘 우울합니다. 책읽고 싶은 생각이 마구 들게 하는 서평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6. 한 3년 전부터 읽어야할 리스트에 있는 책이군요 훗... 관심은 있지만 흠.. 관심만 있는--;

    좋은 책인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토드 부크홀츠

    번역자가 이승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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