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Posted at 2009. 10. 20. 13:23 | Posted in 책은곧배게 학술부
한참 전 포스팅꺼리가 다 떨어진 겸 그냥 간단한 리뷰. 유정식님은 2쇄를 찍은 적이 없다고, 책 안 팔린다고 엄살을 떨어 측은지심에 빌려보지 않고 사 봤으나 배송된 책 뒤에는 2쇄가 당당히 새겨져 있었다. -_-

책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들은 예전에 출간되었다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경영유감과 큰 차이는 없고 플러스 알파라는 생각. 벤치마킹에 대한 경계라거나 조직을 개인보다 우선시해야 한다는 주장, 양적 평가에 몰두하다가는 되려 일을 망칠 수 있다는 경고는 이미 이전 저서에서 언급한 익숙한 이야기들이다. 차이가 있다면 다소 단편적이었던 경영유감에 비해 처음부터 끝까지 구조가 탄탄하고 흐름이 유려하다는 점, 그리고 네트워크와 복잡계 등에 초점을 맞추며 그 유사성을 통해 주장을 정당화하는 특이한 논증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좋은 조직'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라고 내 맘대로 착각 중) 이 부분을 각종 과학 지식과 연계해 풀이해낸다. 조직은 유기체이기에 절대 환원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전인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주장,유전형질을 예로 들며 조직은 반드시 다양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주장, 정크 DNA를 언급하며 핵심인재에 올인하는 전략이 결코 긍정적 결과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주장 등에 꽤 공감하며 읽었다.

물론 아직까지 분명히 확립되었다 하기도 힘든 네트워크 과학이나 복잡계를 가지고 경영학과 대응하는 논리는 다소 무리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마치 주류경제학이 면밀한 공식을 확립하고도 지나치게 많은 변수를 무시하여 현실 적응에서 많은 문제를 드러내는 반면, 복잡계 경제학은 아직 잘 확립되지 않았음에도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다가오듯 이 책에서의 주장 역시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주장이다. 물론 이를 이뤄내기 위한 방법론적인 면이 별로 이야기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좀 아쉽지만 15000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할 때 가격대 성능비는 매우 훌륭하다고 본다.

갑자기 생각나서 찾아봤는데 내 주변 지인들이 내놓은 책의 가격과 양을 살펴보니...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 유정식 / 15,000원 388쪽
블로그 만들기 / 이지선 / 12,000원 / 205쪽
가장 듣고 싶은 한 마디 yes! (양장) / 김태원 / 12,000원 / 272쪽
일본 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 (양장) / 박철현 역 / 15,000원 / 414쪽
대중문화 속 과학읽기 / 김원기 역 / 16,000원 / 395쪽
이렇게만 보면 블로그 만들기가 가장 비싸 보이나 올칼라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장 싸다고 할 수도 있다.-_-;

여하튼 이 책을 보며 내용 외적으로 느낀 점은 '생각의 준거점'과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 최근 '통섭'이라는 이름 하에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꽤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대개 과학을 이해하지 못한 인문학 진영의 말장난으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이 책은 과학적 연구 결과가 경영과 1:1로 들어맞을 리 없음에도 과학적 연구결과를 자기정당화가 아닌 자신이 가진 문제의식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포용, 활용하고 있다. 평소 자기 생각을 뚜렷이 하고 열린 자세를 취하지 않고서는 꽤나 힘든 일이 아닐까 한다. 말로야 다 자기 생각 뚜렷하고 열려 있다고 하지만 그건 당연히 웰컴 투더 꼰대 월드에서는 개뿔이라 생각_-_

책의 제대로 된 리뷰는 inuit님의 포스팅을 참조

나도 꼰대가 되었는지 요즘 젊은 놈들 보면 정말 기도 안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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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야새
    크크크화장실서오즈로보다글남긴다!진짜그렇게느껴?
  2. 일헌잭일
    정말 오랫만에 덧글 남기면서 이런 덧글이라 정말 죄송합니다.

    "전통! 이시발롬아!!"
  3. easysun님이 올칼라라고 슥 빠지면 제가 제일 비싼게 되는겁니까. 전 안 비싼데요.., -_-;;

    그건 그렇고 유정식님 2쇄는 뼁끼였던걸까요. 아니면 대망의 위업을 달성한걸까요. 2번이라면 한 턱 감. ^^
    • 2009.10.21 23:57 신고 [Edit/Del]
      그래도 최근에 나온 책이니;;; 그런가 봅니다;;;
      유정식님 책은 시나리오 플래닝도 잘 나가는 것 같던데;;;
    • 2009.10.23 09:22 [Edit/Del]
      '뺑끼' 친 거 아니에요. 저도 2쇄 나온지 모르고 있었어요. 알아보니, 2쇄는 몇 부 안 찍었다네요. 그러니까 제가 몰랐죠. 어쨋든 2쇄 인쇄라는 대망의 업을 달성한 셈이군요. ^_^;
    • 2009.10.25 23:56 신고 [Edit/Del]
      그런 비화가 있었군요. 개인적으로 다음 책이 꽤 재미있을 것 같던데요. 문제해결 사례만 이래저래 많이 넣는다면ㅎ...
  4. 제 책을 좋게 평해줘서 고맙습니다. 이제 잊혀질만한 책인데, 다시 끄집어 내어 친절히 리뷰를 남겨주신 수령님께 감사를!... 헌데 전통이 제 책과 같이 등장하니 조금 기분이 나쁘다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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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파리똥파리

Posted at 2009. 4. 26. 23:54 | Posted in 야동후후식 영화부
일요일 회사를 갔다.

행동대장 : 승환군, 저녁 때 무엇을 할 생각인가?

리승환군 : 예, 노동의 신성함을 신봉하는 두목께서는 올바른 삶의 자세를 '주경야경'이라 이르며, 아침에 밭 갈고 저녁에 밭 갈고, 주일에도 밭 갈고 주말에도 밭 갈라 명하였습니다.

행동대장 : 오호통재라..... 내 불쌍한 그대를 위해 밥과 영화를 쏘도록 하지.

리승환군 : 우왕ㅋ굳ㅋ

이리하여 이씹팔년간 평생에 없던 남자와 손 잡고 팝콘 먹으며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다. 없는 돈으로 밥 먹이며 여러 가르침을 주신 행동대장님께 감사드리며 감상문 하나 올린다. 우선 대충 추천 대상부터 잡자면 의외로 어지간한 사람은 재미있게 볼 영화고 내용도 꽤 좋다. 오히려 주인장처럼 마이너 감성으로 똘똘 뭉친 또라이라면 걍 건너뛰어도 괜찮겠다. 아래 감상은 언제나 그렇듯 불만으로 가득 차 있으니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분이라면 스킵하기 바란다.

캐스팅 비용 줄이려주연까지 한 양익준 감독, 양아치 연기가 작살이다

누군가가 김기덕 영화처럼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밑바닥 정서를 읊는 영화라 하던데 그런 영화는 아니다.

영화는 온정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지저분한 삶을 살고 있지만 시종일관 그 순수성을 전혀 잃고 있지 않다. 단지 그들의 아픈 과거를 통해 형성된 트라우마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때문에 영화의 주 등장인물은 흔히 말하는 '나쁜 놈' 투성이지만 나쁘게 묘사되는 놈 하나 없다. 심지어 주인공인 30대(추정) 양아치와 핑크빛 육덕 소녀는 끝까지 순수한 사랑에 빠진다, 비극의 끝에서도 떡 한 번 치지 않고 서로의 삶을 위로한다.

영화 내에서 그들의 모든 행동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사람을 죽도록 쥐어 패도, 그걸 뒤에서 조종해도, 딸을 죽도록 괴롭혀도, 누나를 개취급해도 관객들은 그들에게 오히려 동정을 느낀다. 그들은 근본적으로 순수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난 이런 설정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다. 물론 김기덕 영화와 달리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김기덕 영화에서의 분노는 그들의 폭력에 이유가 드러나지 않지만 똥파리에서는 그럴 듯한 백그라운드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약자의 분노가 자신보다 더한 약자에게 간다는 공통점이 있음에도 김기덕의 그것이 폭발할 듯한 뭉쳐진 감정에 기인했다면, 똥파리에서는 되려 자신에게 관심 좀 기울여 달라는 울부짖음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핑크빛 육덕 소녀 역의 김꽃비, 이렇게 보니 영 아닌 걸 보니 난 역시 교복에 꽂혔나 보다...

그런데 실제 약자들이 겪는 분노와 슬픔이 그처럼 논리적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그러한 사실을 발견할 수 없는 이들의 분노와 슬픔이 대부분이 아닐까? 너무나 작은 현실 하나하나에서 겪는 설명할 수 없는, 아무도 귀기울여줄 수 없는, 누구 앞에서 나 너무 불쌍하다고 하소연할 수도 없는 그런 감정의 억눌림, 그것의 폭발이 그들의 분노이고 그것의 정화가 그들의 슬픔이 아닐까?

모르겠다. 양익준 감독은 실제로 저 밑바닥 생활을 했다고 한다. 행동대장께서는 실제 그 동네 근처에 살았다는데 그야말로 깡패동네, 달동네였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그들에게 정이 갈 수밖에 없었겠지. 그들의 삶이 추해도 정신이 추하지는 않다고, 그리고 그들이 나쁜 게 아니라 세상이 나쁜 거라고 말하고 싶었겠지. 이런 구조가 답습되는 세상이 말하고 싶었겠지.

이런 분에 비해 꽤나 편하게 살고 있는 내가 이런 말 하는 것도 좀 웃기기는 하지만, 그래도 난 영화를 보는 내내 이들을 동정적으로 바라보게끔 하는 감독의 의도가 불편했다. 그들을 동정하게끔 하기보다 그들과 동화되게끔 하고, 그들간의 갈등을 해소하게끔 하기보다 그들간의 갈등을 승화시킬 수는 없었을까? 굳이 그들을 변호하지 않고서는 그들에 동감하지 않는 세상에서 이런 바램이 욕심일지도 모르겠으나 끝내 아쉬움이 남는다. 

ps. 아, 행동대장님이 본인 근 10년 선배인데 아직 결혼을 안 하셨다. 좋은 처자 있음 연락 바란다. (재혼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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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계급간의 소통에서 김기덕 감독식의 적나라함과 불편함은 반발과 외면만을 더 많이 일으키지 않나 싶습니다.
    차근 차근, 감각과 마음을 건드려서, 이 사람들도 당신네들과 다를바 없는 사람이라는걸 조용조용히 말해나가는게, 더디지만 그래도 좀 더 확률이 높은 방법일 수도 있겠네요. 켄 로치 영감님도 비슷한 방법을 사용하시는 것 같고요. 물론, 소재와 표현의 강도는 상당히 높긴 하지만...
    • 2009.04.27 13:41 신고 [Edit/Del]
      그렇죠, 저처럼 달동네 정서가 가득한 놈이나 -_- 좋아하는 슬픈 현실.
      켄 로치는 보리밭 거시기에서의 변화가 상당히 맘에 들었습니다.
  2. 사람마다 자신이 인정하는 하한선은 경험이 기준이 되는법이군요..
    그들을 이해하도록 이끄는게 아니라 그들간의 갈등을 승화하는 법이라.. 어렵습니다..^^;;
    어쨋든 리승환님의 제안에 영화를 한번 볼 생각입니다..
    (사실 글을 읽고 든 복잡한 생각이 재혼환영!에서 하얗게 새버렸습니다..ㅋㅋ)
  3. 대야새
    나도 오늘 출근했었는데..
    그래서 지금 일요일줄 알고 놀구 있는데
    월요일이네 -_-;;;
    엿튼 나두 영화 보고 싶다...
  4. 똥파리를 아직 못봐서 어떻게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삼거리극장에서 봤던 김꽃비 양은 너무도 귀여웠어요. 특히 웃는 모습이 귀여운 배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
  5. 음 다른 영화평을 봤을 때는 김기덕감독의 악어나 야생동물...을 첨 봤을 때 느꼈던 그 날것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거기까지는 아닌가보군요 ㅎㅎ
    그래도 한번 봐야겠슴큭
  6. 제 친구가 저분과 친분이 있어서 함께 영화를 찍었던 적이 있는데...힘드신 생활을 하긴 했지만(제 친구한테 술얻어먹는둥...제친구가 동생ㅋ)실제로는 여리시고 부드러운분인데....오히려 너무 여성스럽다고 해야되나ㅎㅎ 꽃비양도 재학중에 화제(?)를 몰고다니던 연극과 학생이었는데 그때가 그립군요...ㅡㅡ;
    이상 별 쌈싸먹는 내용이었습니다.ㅎ
    • 2009.04.27 13:45 신고 [Edit/Del]
      확실히 영화를 보면 그럴 것 같습니다. 김기덕은 심심하면 운다던데 여릴수록 폭력적일지도 -_-;
      김꽃비와는 동문인가요? 아으, 사진들 보니 나이들어 보임... 분장의 힘!
  7. 후ㄷㄷ
    마지막에 재혼 환영이라는 말이 가슴을 후비네요//
  8. 여릴수록 폭력적인게 맞다고 어디서 들었는데 ㅋ
    여튼 글쎄요...
    저도 봤는데
    상훈이 하고 연희가 할까 안 할까?? 막이믄서 봤거등요..
    근데 안 하는 거도 나름 이해가 가드라고요 ㅎ
  9. 행동대장
    나 행동대장 안할래. 재혼을 환영까지...왜 너 맘대로세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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