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그 남자를 얼마나 아십니까? - 이 시대의 아버지는 불행한가?당신은 그 남자를 얼마나 아십니까? - 이 시대의 아버지는 불행한가?

Posted at 2007. 8. 23. 02:22 | Posted in 수령님 사상전집

당연히 제가 쓴 글은 아니고 제가 아는 형이 쓴 글인데 너무 와닿아서 퍼 옵니다. 저는 언제쯤 이런 글을 쓸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아버지가 아코디언, 하모니카, 기타를 연주할 줄 아신다는 사실을 안 것은 제법 머리가 굵은 후였다. 바둑을 잘 두시는 것은 알았지만 악기연주라니. 나는 갑자기 내가 이 사람을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으면서도 아버지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버지께 악기들을 배우기는커녕 이런 사실조차 뒤늦게 알게 된 것은 아버지가 회사 일로 출장을 자주 다니셨기 때문이다. 명예퇴직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퇴직을 하시고 갑자기 집에 계시게 된 아버지는 방황하셨다. 당신이 마련하신 집에서 당신의 자리를 찾지 못해 어색해 하셨고, 온통 어머니 물건만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안방은 엄마방이라고 불렸다. 엄마방, 형방, 내방만 있을 뿐이었지 어디에도 아빠방은 없었다. 거실에서 꾸벅꾸벅 조시는 아버지는 그렇게 당신이 마련한 집을 떠돌고 계셨다.

아버지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에는 어느 정도의 화가 섞여 있었다. 돈과 행복을 동일시하시고, 그래서 스스로 불행하다고 여기신다. 뭐가 그렇게도 미안하신지 가족들을 대할 때마다 죄인이라도 된 듯한 모습을 보이신다. 나는 이런 모습에 화가 났다. “아빠가 못나서 승환이가 고생이구나.”, “아빠가 용돈도 주고 해야 하는데, 주말에 아르바이트 하느라고 쉬지도 못하고.”하시는 말들에 무반응으로 일관하거나 “그런 말 좀 이제 그만해요.”라며 짜증을 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이런 내 반응이 아버지께 향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향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아버지를 대하는 내 태도가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한 화.  

하루걸러 하루 24시간을 일하시느라 집에 계시는 날이면 주무시기만 하셨던 아버지가 이제 새로운 일에 적응이 되셨는지 집에서도 깨어 계실 때가 많아졌다. 게다가 이제는 인터넷으로 춤까지 배우셔서 어머니와 함께 거실에서 춤을 추기도 하신다. 그럴 때 아버지는 즐겁고 행복해 보인다. 게다가 열심이시다. 컴퓨터에 있는 노래를 CD로 굽는 법을 배우시려고 나를 찾으신다. 나는 내 마음과는 달리 성의 없이, 불친절하게, 짜증을 내며 알려드려 아버지의 흥을 깨버린다. 아버지의 즐거움에 이 정도의 도움조차 드리지 못하나하는 생각에 차라리 아버지가 화라도 내셨으면 좋겠다.

우리가 행복이라는 말을 듣고 착각하는 것은 그것이 절대적이며 영원할 것이란 믿음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절대적이고 영원한 행복은 존재하지 않는다. 행복은 늘 불행과 함께 있다. 한 순간에도 사람들은 행복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하다. 나는 우리 아버지를 포함한 이 시대의 아버지들이 불행하길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있지도 않은 절대적이고 영원한 행복이나 돈과 동일시되는 행복을 누리시길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스스로 불행하시다면 불행의 중심에 서서 주변을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거기엔 분명히 행복이 떨어져 있을 테니까.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IMF도 아니고 직장생활도 아니다. 그것은 아버지를 돈 버는 기계 취급하며, 아버지가 조심스레 시도한 대화조차 서투르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가족들, 특히 자식들의 무관심이다. 당신은 이 시대 아버지의 불행이 그들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은 그 남자가 당신을 알려고 했던 만큼이라도 그 남자에 대해 궁금해 했는지.
  1. 시차가 다르다보니 제가 일착으로 들어올 때도 있군요! 아버지란 존재...쉽지 않죠. 30년이 훨씬 넘게 아버지와 함께 있었는데도,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그러려니 할 때도 있고, 그러지 말았으면 할 때도 있고. 때로 아버지가 절 모를 때도 있는 것 같고요.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가족일 경우는 더 어렵고요. 그러나 꼭 실수하지 말아야 할 것은, 가족이라고 늘 쉽게 대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 친구들에게 1시간을 할애했으면, 가족에게는 30분이라도 할애해야 한다는 것.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오해가 쌓이면 풀 수 없게 될 지경에 이르기도 하죠. 그냥 주절주절...
    • 2007.08.25 11:59 [Edit/Del]
      으음... 제 경우에는 쉽게 대하지 않으려다 보니 아예 너무 연락이 뜸하게 되어 버렸네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2. wenzday
    가장 어렵지만 가장 중요한 관계인 것 같아요 가족과의 관계라는 것.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아버지들은 슬퍼요. 좋은 딸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절대 쉽지 않지만요.
  3. 문장이 참 깔끔하면서도 아름답네요. 좋습니다. 정말.
  4. 조금 더 적극적인 첨언을 한 가지 하자면,
    저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절대로 일방적인 관계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지 서로간의 영향을 주고 받는 %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의 차이가 있을뿐 저렇게 된 데에는 아버지의 책임도 분명히 존재한다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모든 인간관계는, 내가 먼저 바뀌어야 상대방이 바뀝니다.
    나는 그대로 이면서 상대방만 바뀌길 바란다는건 욕심이 아닐까....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5. 한가정의 아버지로 산다는것은 특히 한국에서는 참으로 큰일인것 같습니다.
    아버지를 진정 이해하는때는 역시 자신이 아버지가 되어서 그 같은 자리에 설때가 될듯 싶습니다.
    좋은글 잘읽었고요. 이글도 좋지만 여기서 보는 승환씨의 다른 글들도 저에게는 감동이랍니다.^^
  6. 곧 결혼을 하고, 또 곧 아버지가 되려하는 저이기에 걱정이 됩니다.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고, 또 좋은 남편이 되고 싶으며 좋은 아들이 되고 싶네요.
    잘 할 수 있을런지...
  7. 마지막 문장에 뜨끔 했어요
  8. 넉달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에 그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날 10년 끊었던 술을 진창 마시고 혼자 숨죽여 울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9. 엄마방이라는 말에서 찡 했네요. 잘 읽고 갑니다. ^^
  10. 저에게 있어서도 아버지는 비슷한 느낌입니다. 제가 학생때 필름이 끊어진 적이 있어요...새벽에 저의 손을 누가 세게 잡아주었는데, 아버지였어요. 그 체온은 지금도 생생해요...아버지가 자랑스럽지 않더라도 이 세상 누구보다 멋찐 분 아닐까 생각해요. 내 아버지니까요... 승환님 멋진 미래가 기다리고 있으니 오늘도 홧팅하세요^^
  11. 감동을 주는 글이네요. 가슴 한 켠이 찡합니다. 글 쓰신분도 승환님도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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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아들, 가난한 아들 Part 2부자 아들, 가난한 아들 Part 2

Posted at 2007. 7. 26. 02:02 | Posted in 대안없는 사회풍자부

최근들어 노동의 질에 있어서도 양극화가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비록 완전고용은 힘든 시대라 해도 좀 더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랜드 노조의 파업이 단순히 집단 이기주의가 아닌 비정규직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되도 않은 글은 계속됩니다.

아빠,
우리 집은 왜 가난해?

첫번째 이유 - 금리 때문에

아들 : 아빠, 우리 집은 왜 가난해?

아빠 : 금리가 오르기 때문이란다.

아들 : 금리가 오르는 게 무슨 상관이야?

아빠 : 이자에 시달리기 때문이지.

아들 : 그럼 금리가 내려야겠네?

아빠 : 그럼 집값에 시달린단다.

아들 : -_-......


두번째 이유 - 경기 때문에

아들 : 아빠, 우리 집은 왜 가난해?

아빠 :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란다.

아들 : 경기가 안 좋은 게 무슨 상관이야?

아빠 : 돈이 잘 돌지 않아서 아빠 수입도 적어진단다.

아들 : 그럼 경기가 좋아야겠네?

아빠 : 어차피 주식과 부동산으로 다 몰리니까 상관없단다.

아들 : -_-......

세번째 이유 - 맞벌이가 아니라

아들 : 아빠, 우리 집은 왜 가난해?

아빠 : 아빠 혼자 돈을 버느라 그렇단다.

아들 : 아빠 혼자 돈을 버는 게 무슨 상관이야?

아빠 : 아무래도 요즘 사회는 맞벌이가 아니고서는 지출을 견디기 힘들단다.

아들 : 그럼 엄마도 일해야겠네?

아빠 : 그러면 니 양육비와 교육비가 더 들어서 결국 쌤쌤이란다.

아들 : -_-......

네번째 이유 - 정치 때문에

아들 : 아빠, 우리 집은 왜 가난해?

아빠 : 이 나라 정치가 항상 다투기만 해서 그렇단다.

아들 : 정치인이 다투는 게 무슨 상관이야?

아빠 : 머리 써서 정책은 안 짜고 의미없는 싸움만 하니까 발전이 없는 거란다.

아들 : 그럼 정치인들이 머리 써서 열심히 정책을 짜내야겠네.

아빠 : 사실 그 사람들 머리로 정책 짜는 게 더 걱정된단다...

아들 : -_-......

다섯번째 이유 - 유가 때문에

아들 : 아빠, 우리 집은 왜 가난해?

아빠 : 고유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란다.

아들 : 고유가가 무슨 상관이야?

아빠 : 기름값 비싸면 차도 제대로 못 끌지, 보일러도 제대로 못 돌리지...

아들 : 그럼 어서 유가가 내려야겠네.

아빠 : 어차피 우리 집은 차는 고사하고 연탄 쓴단다.

아들 : -_-......

여섯번째 이유 - 자본 때문에

아들 : 아빠, 우리 집은 왜 가난해?

아빠 : 돈이 없어서 그렇단다.

아들 : 돈이 없어서 돈이 없다니 무슨 소리야?

아빠 : 현대 신자유주의 사회는 돈이 돈을 버는 사회거든.

아들 : 그럼 일단 자본만 만들면 되겠네.

아빠 : 그럴 능력 있었으면 진작 부자되었겠지.

아들 : -_-......

아빠와 아들의 마지막 대화

아들 : 아빠, 우리 집은 왜 가난해?

아빠 : 아, 그만 좀 캐물어, 이 개새끼야!

아들 : -_-......

PS : 부자 아들, 가난한 아들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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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사연이군요.
  2. 구구절절이 옳은, 가슴아픈 이야기네요.
    이승환님을 우리 시대의 풍자 작가로 임명합니다~
  3. 은하
    아 웃기면서도 슬픈 ㅋㅋ ㅠㅠ
  4. 덧말제이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Part2가 아닌 걸로 보니
    부자 아들, 가난한 아들이라고 쓴 게 맞는 거 같고, part1은 어딨어요? 궁금... ^^
  5. 이건 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라서 읽을 당시엔 웃게 되도 다 읽고 난 다음엔 은근히 머리가 아파지는 것이...결국은 상당히 서글픈 이야기다~라는 결론으로 귀결되긴 하지만요-_ㅜ;; 전 어째 마지막 대화에서 제일 감정이 이입되는 것이...<-
  6. ㅋㅋㅋ 너무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7. ㅋㅋㅋㅋㅋㅋ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푸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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