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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at 2008. 1. 11. 23:00 | Posted in 정력은국력 체육부KT의 현대 야구단 백지화가 공식 발표되었다. 아직 발표 당일이라 확정하기는 힘들지만 대충 시나리오가 그려지기는 한다. 기존 서울 연고팀이 죽일 놈이다, 날로 먹으려는 KT가 죽일 놈이다, 협상만 하면 깨지는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죽일 놈이다, 이야기가 많은데 현대가 어쩌다가 이 꼴이 되어버렸나부터 이야기해 보자. 우선 현대 유니콘즈는 이름만 현대지, 하이닉스가 안고 있는, 그것조차도 내친 요상한 상태의 야구단이다. 한 마디로 부도나며 채권단이 내쳤음. 그럼 왜 현대가 야구단을 운영하지 않냐고? 이미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은 함께 기아 타이거즈에 돈을 쏟아붓고 있음. 그럼에도 신기하게 유니콘즈가 현대라는 이름을 예쁘게 붙이고 나오고는 있음. 광고비를 받아 먹었는지 유니폼 새로 해 입을 돈도 없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어쨌든 이러한 상태에서 KBO는 각 기업들에게 ‘현대 좀 사가시오’라는 공문을 돌림. 그리고 농협과 STX가 차례로 낚임, 물론 그들은 제정신이기에 포기함. 사실 예전 프로야구에 입성한 팀은 대개 정치적 논리가 크게 작용했었다. 광주의 주인공, 전장군님께 밑보이면 정경유착이 끝나버리니. 게다가 야구단 유지비용도 그리 비싸지는 않았음, 한 해 유지비용이 30~40억에 적자폭은 10억 정도였다고 하니 이 정도는 정치적 결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생각하면 그리 큰 것도 아님. 허나 요즘 세상은 정치적 결탁도 쉽지 않을뿐더러 주주는 ‘적자 보는 일 하지마~’라고 외치고 노조 측에서는 ‘그 돈 있음 우리한테나 써~’라고 하기에 더욱 쉽지 않음. 안습의 한국 야구. 그러나 이것이 현실이오.
그런데 이게 왠 일, 농협과 STX라는 헛물을 켜버린 KBO가 대어 KT를 낚아버린 것. 오호라, 이게 진정한 리버 대박이구나. KBO는 김치국만 원샷하고 끝나버린 농협과 STX 인수건을 타산지석 삼아 이번에는 물밑에서 조용히 인수건을 해결하고자 함. 그래서 결국 MOU(양해각서-꼭 지킬 필요는 없으나 분명한 의지를 피력하는 각서라 함)를 체결하는데까지 성공! 드디어 빛이 보이는 듯했다. 맨날 욕만 먹느라 힘들었던 신상우 총재님, 그리고 스트레스로 인한 탈모로 요즘은 가발 쓰고 다니는 듯한 하일성 사무총장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넙죽… 이라고 하려는 찰나!
문제가 발생해 버린 것이다. 그게 뭐냐면 과거 현대는 서울 입성을 약속받은 상태였고 이 때문에 기존 서울 연고팀인 LG와 두산에게 54억을 주기로 약속한 상태. 그런데 뜬금없이 신생팀인 KT가 서울로 들어온다고 하네? LG와 두산으로는 띠껍기 그지 없음. 뿐만 아니라 기타 구단도 꼴랑 60억만 내고 들어온다는 것에 지금껏 자기들 적자가 얼만데 그거에 해먹으려고 하냐고 분통. 물론 김응용 사장님같이 특검에 시달려도 주가가 튼튼한 모기업을 가진 분은 웃음을 지으며 대인배 정신을 발휘했으나 이거야 자기 돈 안 나가는 일이니까 하는 말이고 구단 운영하는 측에서는 당연히 짜증남.
고생해서 계약을 성사시켰더니 구단들이 반대하다니! 이제 KBO측은 난감해진다. 사실 KBO는 전혀 프로야구를 주무르지 못하는 존재다. 뭔 소리냐면 얘네들 돈은 결국 각 구단에서 나오고 안건도 전부 이사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그 이사회가 바로 돈 내주는 구단들 대표로 이뤄져 있다는 것. 한 마디로 부장이 계약 열심히 했더니 사장이 ‘너 왜 내 생각 묻지도 않고 도장 찍으려 하냐?’고 따지는 격.
이 와중에 KT 전혀 밀리지 않음. 바로 ‘한 푼이라도 더 내야 한다면 창단 안 한다’는 발표. 이거 역시 협상이란 협상은 다 해 본 기업은 파워게임에 임하는 자세가 틀림. 그 으름장에 KBO 완전 긴장, 타 구단들은 구라빨이란 거 알면서도 움찔할 수밖에 없음. 초반 ‘KT 날로 먹으려 하냐!’라던 시각도 점점 ‘그래도 8개 구단은 가야지’쪽으로 누그러짐. 이 와중에 스포츠조선에서 KT가 서울 입성비 54억에 빚으로 커버하던 유니콘스 운영비 134억을 낼 것이라는 기사가 터짐. 야구팬들 모두 만세를 부름. 그리고 KT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인수 백지화를 선언.
기존 서울 연고 구단인 두산과 LG 역시 무지 욕을 먹고 있다. 사실상 얘네들이 KT를 퇴짜놓았다는 것인데 어쨌든 무지하게 억울하다는 것을 생각해야 함. 현대는 54억이나 내고 입성하기로 했는데 공짜로 들어오겠다니! 얘네 재벌들이 ‘아, 씨바, 27억 없어서 야구 못 해!’ 문제가 아니라 서울, 경기라는 2000만 시민들의 로열티 뿜빠이를 해야 한다는 것. 물론 한국 구조를 생각할 때 지금까지 서울에 야구팀이 둘밖에 없다는 게 웃긴 일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자기 밥그릇은 지키고 싶다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뭐, 얘네들부터 화사하게 웃으면서 KT를 맞이하는 대인배 정신을 발휘했다면 KT가 지금과 같은 자세를 취하기 힘들었겠지만 입장 바꿔서 그런 말 하는 사람한테 ‘니가 그렇게 해 봐’라고 한다면 할 말 없을 것임. 서울연고가 좋기는 해도 어차피 적자 장사다. 여기서 풀을 줄인다는 것은 당연히 짜증. 당신 구멍가게 옆에 구멍가게가 하나 더 생기면 웃으며 맞이하겠는가?
KT, 왜 잘 나가다가 약속 깨냐고 욕 먹고 있음. 사실 얘네들은 처음부터 인수 의지가 명확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60억에서 더 받으면 창단 안 해’라고 선언한 것은 이미 통과되었다. 지금이라도 물린다면 이들은 60억 내고 그냥 서울에 팀 하나 꾸릴 수 있다. 그런데도 얘네들은 MOU를 쓰고 발표 계획까지 자신들이 잡고 그럼에도 인수를 철회한 것이라든지, 180억 낸다는 이야기가 샌 것처럼 이런저런 말들이 나온 것 모두 얘네들이 뭔가 내부적으로 충돌이 있었다고 봐야 함. 분명 MOU 쓰고 발표까지 하고 철회한 것은 잘못이나 사실 얘네들 탓하기도 힘든 게 이제 더 이상 프로야구가 예전 그것이 아니라는 점. 30억 가량의 유지비는 200억으로 불었고 이 중 50% 이상은 적자라 봐야 한다. 브랜드 이미지 알리려면 다른 일 하는 게 훨씬 좋다. 물론 이들 기업에게 수백억이 큰 돈은 아니지만 자기 돈 까먹으며 즐거워할 놈은 별로 없을 듯. 180억 이야기는 사실 KBO가 정식으로 한 소리도 아니고 그냥 찌라시가 떠든 이야기인데 여기에 자극 받았다기보다 이를 핑계로 빠졌다는 게 적절한 판단일 듯 하다.
이처럼 누구 한 쪽의 일방적 문제라기보다 세 주체 모두 문제가 있었다. 그렇다고 이들을 탓하기도 힘든 게 누구 하나도 크게 잘못했다고 보기 힘들다. 자잘한 미스는 있었지만 나름 합리적으로 행동했다. Win-win을 이끌어야 한다고? 분명한 것은 KT는 참여하는 순간 매년 적자를 감당해야 한다. 80년대 출범한 팀은 정치권에게 잘 보일수라도 있었지만 현재는 이전처럼 정치권과의 결탁은 꿈도 못 꾸는 일이다. 두산과 LG는 상호변경시 브랜드를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KT는 우리가 알기 싫어도 계속 보이니까 이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결국 KT는 들어오는 순간 무조건 lose가 되어버린다고 봐야 한다.
결국 이러쿵 저러쿵 해도 어느 한 쪽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야구판 전체의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솔직히 돈이 되면 알아서 오지 말라고 해도 알아서 몰려든다. 미국, 일본 모두 많은 팀이 흑자를 내고 있고 이에 창단을 노리는 사람도, 혹은 인수를 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한국은 어떠한가? 물론 KBO와 7개구단이 잘 힘과 입을 모아 타 기업을 영입해 8개구단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뒤는? 계속해서 적자의 늪에서 허덕일 것인가? 빠질 때 불이익이 두려워 적자를 감수하며 큰 돈을 내던질 것인가? 물론 KBO도, 각 구단도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하고 있다. 그러니까 관중 400만을 돌파하는 쾌거도 이룬 것이다. 물론 해외파가 몽땅 망한 것도 그 원인이기는 하다만 경기시간을 줄이려 한다거나 스타성을 높이려 한다거나 하는 시도가 계속해서 이어졌고 덕택에 언론도 비중을 높여줬던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올해 해외파가 몇 명 더 돌아왔고 현대가 정상화되었다면 500만 관중도 꿈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난 정말 의문이 든다. 야구, 살릴 수는 있는 건가? 사실 각 구단의 수입이 적은 것은 구장이 지자체의 소유라는 것 역시 큰 원인이다. 부대 수입을 올릴 수 없으니까. 그런데 그렇다고 각 구단이 구장을 지을만큼 투자를 할 수 있는 상황이냐면 그것도 아님, 그 큰 돈을 어디서 구해오겠는가? 큰 리스크를 안고. 덤으로 알아보니까 무슨 이상한 지자체 법 때문에 아예 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예전처럼 고교 야구가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그 끈이었던 광역연고제는 아예 폐지되어 버렸다. 실업야구는 하는지 마는지도 모르겠고 그저 국대전에 열광할 뿐이다. 월드컵 치르고도 비실대는 축구보다는 낫지 않나, 그 돈 야구에 투자하면 이거보다 잘 될텐데 하는 생각은 들지만 야구 좋아하는 나라가 손에 꼽히는 상황에서 나라가 그런 투자를 한다면 그야말로 이뭐병이다. 운하 다 파고 그래도 경기가 부양되지 않으면 하나쯤 지어줄지도 모르겠지만. 선수 몸값은 날로 비싸지지만 그나마 이것도 노예제 FA 덕택에 이 정도로 그치는 것 같다.
정말 모르겠다. 내가 무슨 경영을 아는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야구를 아는 것도 아니고, 아는 사람도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는데 내가 무슨 소리를 하겠는가? 야구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는 그 유지비용이 장난 아니게 비싸기 때문이다. 물론 유럽 축구 역시 돈이 무지하게 들지만 그것은 파이가 커지면서 함께 유지, 관리 비용도 커진 것, 기실 축구는 좀 싸게라도 할 수 있는 스포츠다. 농구나 배구는 창단 비용이 50억도 안 든다고 할 정도니 도시에서 앞서 유치할 정도고. 하지만 야구가 inactive까지 포함한 로스터가 겨우 15명에 불과한 농구와 달리 야구는 40명에 달한다. 여기에 2군까지 있고. 도무지 이 작은 나라에서 수지가 날 수가 없다. 애초에 시작 자체가 전두환의 3S 정책과 맞아떨어졌으니 시작부터가 잘못된 스포츠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렇게 전 구단 거액의 적자라는 기형적 프로스포츠가 유지되고 있다. 이런 게 정말 수도 안 되고 돈도 안 되는 야구팬을 위해서 지속될 가치가 있는 것일까? 물론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긴다고 당사는 아니겠지만 야구는 어디까지나 스포츠에 ‘불과’하다. 이거 없다고 사회 안정성이 팍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야구하던 양반들은 이명박이 알아서 건설노동자로 배치할 테니 어쨌든 밥은 먹고 살지 않을까? 그런데도 막상 하나의 구단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아프다. 난 쌍방울 레이더스의 마지막 팬으로 자처했고 그 이후 응원하던 구단이 하나도 없었는데도 말이다. 혹시 지금이라도 KT가 마음을 돌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나이가 드니까 나도 좀 보수적으로 변해가나 보다. 이미 있던 것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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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 하나 지적하고 갑니다.
밑보이면 -> 밉보이면
사족. 그나저나 짤방은 어느 쪽이 신상우 총재이고 어느 쪽이 하일성 사무총장입니까? 개인적으로 머리 삐쭉삐쭉한 쪽으로 해 주고 싶네요.
어차피 영계도 아닙니다 ㅋㅋ
암튼 프로야구 자체가 이렇게 돈 먹는 애물단지가 되었는디 누구의 잘 잘못을 따질 수 있을런지 모르겠구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