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놈 딜레마잘난 놈 딜레마

Posted at 2009. 11. 16. 13:10 | Posted in 노동착취 경영부
요즘 NBA에는 신기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에이스(잘난 놈)가 빠진 팀들의 선전이 바로 그 놈이다.

새크라멘토 킹즈는 에이스 케빈 마틴이 빠진 후 5연승을 달리고 있고 (마틴 있을 때는 4연패)
밀워키 벅스도 에이스 마이클 레드가 빠지고 4승 1패라는 호성적을 거두고 있고 (있을 때 1승 1패)
휴스턴 로케츠는 아예 팀 연봉 절반을 차지하는 두 놈이 빠졌는데 5승 4패 중...

이에 대해서는 아래 정도로 해석해 볼 수 있겠다.

1. 이가 없어도 잇몸으로 대체할 수 있는 팀이 좋은 팀이다.
2. 나머지 이빨들도 꽤 쓸만했지만 기회를 얻지 못해 그 잠재력이 현실화될 수 없었다.
3. 잘난 이빨에 얽매인 나머지 팀의 구조가 최적화되지 못했다.

1번이야 워낙 당연한 말이니 제외하고 (아마도 저 세 팀 중 휴스턴만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2번과 3번은 꽤 눈여겨볼만 하다. 결과적으로 잘난 놈이 팀에 해를 끼친 꼴이기 때문이다.

잘난 놈의 비중이야 다르겠으나 대개 팀은 잘난 놈을 중심으로 짜여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개인의 뛰어남과 그것이 팀과 잘 맞물려 돌아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팀은 그대로 돌아가야 했을까? 아마도 '잘난 놈 중심'을 버리지 못하는 보수성이 문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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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놈이 의사결정권자를 겸하고 있을 때 우리는 이를 '꼰대'라고 한다.


대부분의 팀은 보수적인 변화를 시도한다. 연습에서 좋은 결과를 보이는 멤버가 있다면 점차적으로 출전시간을 늘려 줄 것이다. 그러나팀은 여전히 잘난 놈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기에 그 변화는 구조적 변화는 아니다. 여전히 팀은 잘난 놈을 중심으로 한 전략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결국 이러한 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에이스의 공백을 통해 기존 구조가 와해되고서야 드러나게 된다.

얼핏 보면 이는 매우 당연한 일이다. 구조를 한 번에 바꾸다가는 무슨 일이 또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수적 변화를 취하게 된다. 하지만 구조적 변화가 겉으로 보이는 큰 기회 비용을 수반하고 있다면, 동시에 보수적 변화는 내재적으로 큰 기회 비용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무언가를 유지하는 동안 변화로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기회를 그만큼 희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의 예는 운이 좋을 때 이야기다. 대개의 팀들은 잘난 놈이 빠지면 이후 삐걱거리는 경우가 더 많다. 솔직히 그게 정상이고, 잘난 놈들이 죽죽 빠져도 왠만큼 성적을 내고 있는 휴스턴같은 팀은 오히려 예외적 경우이다. 그러나 동시에 휴스턴은 잘난 놈 중심의 조직관을 지니지 않았기에 이처럼 강팀으로 자리잡았다고도 볼 수 있다. 소수의 잘난 놈에 의존함은 잘 되도 그 소수가 빠지면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며, 역으로 안 될 경우에는 개편조차도 힘들 수밖에 없다.

잘난 놈은 분명 잘난 놈이지만 그 외 인간들도 주의를 기울이면 잘난 놈 못지 않게 팀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분위기를 리드하는 20%를 자르면 조용히 따르던 80% 안에서 다시금 20%가 창출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침묵하는 다수는 가능성을 열지 못하고 잉여 전력으로 남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 팀의 잘난 놈은 누구이고, 그를 제외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잘난 놈에게는 기분 나쁜 일이겠지만 꽤 유의미한 질문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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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잘난 놈들을 묻어버리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1. 우리나라에서 젤 높은 놈은 묻는게 개념일수가..있을거 같기도 하고...ㅡㅡ;
  2. 오옷 블로그가 확 바뀌었네요... 적응이 안되서 ㅎㅎ
    아무튼 "실제로 분위기를 리드하는 20%를 자르면 조용히 따르던 80% 안에서 다시금 20%가 창출된다고 한다."는 말이 와닿는군요. 어서 잘려야지 ( - -);
  3. 비밀댓글입니다
    • 2009.11.16 20:27 신고 [Edit/Del]
      아, 감사합니다. 그런데 내용을 둘러 볼 때 책의 질과 관계 없이 제가 그렇게 좋게 언급할 내용은 아닌가 합니다. 사실 출간하신 책 중 (모 회사에 관계된) 두 권을 읽었는데 이 책들도 내용은 괜찮았는데 제 취향은 아니었는지라_-_ 좀 거시기할 듯 하네요. 지속적으로 관심 가지다가 딱 이거다 싶으면 제가 먼저 인사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대박을 기원합니다 ^^;
    • 2009.11.17 07:13 [Edit/Del]
      아, 저희 책 읽어보셨다니, 감사드립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관심 지속적으로 가져주시고요, 저도 자주자주 놀러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4. 비밀댓글입니다
  5. 아...진짜 블로그 적응 안되네...
  6. 마오
    블로그 적응이 안된다는 테츠님 말씀에 동감.. ㅋㅋㅋ
    언제 술 한잔해요~~~
  7. 혹시 전자랜드의 연패도 저런 원리일수도 있겠네요. 서장훈이 좀 까이는 분위기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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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경기에서 경험이 중요할까?큰 경기에서 경험이 중요할까?

Posted at 2008. 5. 4. 21:27 | Posted in 정력은국력 체육부

'큰 경기는 경험'이라는 말은 아마 스포츠에 별 관심 없는 분들도 꽤나 들어봤을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명제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물론 기업과 같은 조직이라면 이게 어느 정도 들어 맞을 수 있겠지만 스포츠에서는 별 관계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최근 플레이오프 시즌을 맞아 중국에서는 NBA 중계를 줄창나게 해 대는데 정말 플레이오프에서 경험이 중요한지 그간 전적을 살펴 보았습니다.

방법인 즉 1984시즌(83~84)부터 2002시즌(2001~2002)까지 19시즌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를 대상으로 하여 3년 이상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팀(귀차니즘에 '언더독'이라 부릅니다)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을 때 일반 팀에 비해 어떤 성적을 거두는 지를 비교했는데요.  대상을 이렇게 한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0. 우선 농구가 그나마 의외성이 적고 홈 코트 어드벤티지는 더럽게 높다는 점.
1. 84시즌부터 8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는 점. (과거는 4팀)
2. 03시즌부터 플레이오프 1라운드가 7전 4승제로 변경되었다는 점. (이전까지는 5전3승)
3. 3년 이상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 않으며 그간 젊은 선수로 리빌딩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
5. 2라운드는 7전 4승제인데다가 팀간 격차가 적고 언더독이 거의 없기에 제외.
요약하면 귀차니즘과 능력의 한계로 발로 만든 모델이라는 것입니다 -_-

여하튼 이 발로 만든 모델에 따르면...

19시즌간 총 152번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가 있었고 그 중 언더독이 진출한 경우는 26회입니다. 이들의 성적은 26회 중 총 11회 승리로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 진출했으며 15회 탈락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경험이 나름 의미 있는 변수로 보이지만 이는 팀간 실력 격차를 생각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아무래도 언더독은 대개 홈코트 어드벤티지가 없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이를 고려하기 위해 업셋의 발생을 살펴 보겠습니다.

언더독을 제외한 팀끼리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 총 126회 중 업셋은 25회 발생했습니다. 즉 19.8%의 업셋 확률로 뒤집힌 것이죠. 언더독은 홈 코트 어드벤티지를 9회 가졌고 2회 업셋당했으니 업셋당할 확률은 22.2%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 업셋할 확률 역시 언더독 쪽이 더 높습니다. 총 17회 중 4회를 뒤집었으니 23.5%네요. 여러 한계로 통계적 적합성은 별로 높지 않겠지만 이를 볼 때 언더독이라고 딱히 큰 경기, 플레이오프에서 불리할 것은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큰 경기에 '경험'이라는 요소를 중시하는 것일까요? 저는 사람들이 범주화할 수 있는 요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 그 중 영향력 있는 범주를 찾기도 힘들고요. 흔히들 자주 하는 범주화가 '선수 포지션'(가드/포워드/센터...)이며 그 다음이 '선수의 역할'(에이스/리더/수비전담...)입니다. 그리고 '팀의 각 능력'(공격력/수비력/선수층...), '선수들의 경험 정도'(베테랑/중견/애송이...)이겠죠. 물론 그 외에 온갖 범주가 등장할 수 있으나 (모범생/또라이, 깜둥이/흰둥이, 고졸/대졸) 실질적으로 선수 평가에 해당하는 요소는 아닙니다. 또한 감독의 작전이나 벤치의 깊이는 아무래도 정규시즌에 비해 플옵에서는 살짝 뒤로 쳐지는 요소이고요.

앞서 언급한 주요 각 범주에서 플레이오프에서 중시할만한 요소는 하나씩 다 나옵니다. 플레이오프 가면 골밑과 에이스, 수비가 중시되죠.  여기서 수비(팀의 각 능력)와 골밑(선수 포지션)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팀을 운영하는 데 중요한 요소고 에이스(선수 역할)는 터프한 게임이나 불리한 상황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여기에 있어서는 어느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그런데 왜 '경험'이 또 등장할까요? 저는 이것을 인간의 '범주화'시키는 인지 능력에 따른 하나의 착시 같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선 대개 강팀은 경험이 많은 선수로 채워지게 마련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성적이 좋은 팀은 드래프트에서 항상 뒷순으로 밀리게 마련이고 좋은 선수의 수급은 상대적으로 트레이드에 의존하게 마련입니다. 이 트레이드도 대개 유망주를 내 주고 나이 좀 든 선수를 받아오게 마련이죠.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강팀은 평균 연령이 좀 높습니다. 어떤 놈이 사고를 쳐도 그것이 경험으로 귀착될 여지가 큰 것이죠.

'경험 정도'라는 범주에 앞서 타 범주가 우선됨은 물론입니다. 그러나 강팀일수록 에이스나 리더와 같은 선수의 명성이 높고 나머지는 대개 자기 역할에 충실한 롤 플레이어가 대부분입니다. 어중간한 선수들로 짜집기된 팀이 어중간한 성적에 그치는 경우가 많음은 이미 많은 팀들이 몸소 돈 낭비하며 보여 주었습니다. 이런 선수들이 사고를 칠 경우 딱히 뭔가 내세울 게 없기에 '경험'이 아무래도 전면에 보이게 되지 않을까요?

경험 있는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흔히 말하는 '영리한 플레이'와 '적은 실수'이 그것인데 사실 이는 정규시즌에도 얼마든지 해당되는 요소입니다. '영리한 플레이'는 대개 '파울 유도'로, '적은 실수'는 대개 팀의 흐름을 끊지 않는 것으로 대표되는데 굳이 플옵에만 이게 적용될 이유는 어디에도 없어 보입니다. 말 그대로 이는 한 해 한 해 쌓이며 변화하는 것이지, 큰 경기 간다고 갑자기 발현되는 게 아닙니다. '경험'이 상당부분 '허상'임은 수치에도 어느 정도 드러납니다. 예로 대표적인 플레이오프의 사나이 '로버트 오리'를 들여다 볼까요?

오리 출전시간 야투 삼점슛 자유투 리바운드 어시스트 득점
정규시즌 24.5 0.425 0.341 0.726 4.8 2.1         7.0
플레이오프 28.6 0.429       0.360 0.722 5.4 2.7 8.2

물론 로버트 오리가 '플레이오프의 사나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단순히 '빅샷' 한 방만은 아닙니다. 몇 번 날아다닌 경기가 있었죠. 그러나 위 통계는 그것도 어느 정도 경험이 집적되면 결국 평균에 상당히 수렴함을 보여줍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에이로드로 대표되는 플레이오프에 약한 선수들을 두고 '새가슴 논쟁'이 자주 일어나지만 통계 좋아하는 '세이버매트릭스 주의자'들은 이 역시 플레이오프 경기가 적음에 기인한다고들 하죠. 물론 농구에 비해 경기수가 적고 의외성이 큰지라 완전히 증명하지는 못하고 있으나 상당히 설득력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 '경험'이 강조되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의 인식에서 '귀납'이 가진 문제점과도 관련됩니다. 물론 지금은 자연 법칙을 과학으로 상당히 밝혀 냈지만 여전히 우리의 사고는 상당히 '귀납'에 지배당하고 있고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계속 아침에 태양이 떴으니 오늘도, 내일도 뜬다는 거죠. 이 때문에 아무래도 강팀은 계속 이길 것처럼 보입니다. 작년에 이긴 팀이 하루 아침에 몰락함을 생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게 몇 년간 지속되었다면 더욱 그러하겠지요. 이렇게 이야기하는 저도 샌안토니오가 질 거라 생각하기 힘드니까요. 참고로 역대 대통령들이 초뻘짓은 자제했기에 이명박이 운하를 안 팔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_-...

저는 '경험'이란 게 가진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게 굳이 플레이오프에 크게 중요성을 가진다고만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타 다른 조직에서 '경험'을 중시하는 이유는 새롭게 일어나는 것이 과거의 일과 무조건 일치하지 않기에 어느 정도 유연하게 대처할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정규시즌의 경기와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미 수 차례 해당 팀과의 경기를 경험한 상태입니다. 그런데도 경험이 그렇게 승패에 중요한 요인, 혹은 의외의 결정요인로 작용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군요. 결국 적어도 농구에 있어서는 큰 경기에서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은 인간의 인지 능력이 빚어 낸 하나의 '허상'이 아닐까 합니다.

  1. 실력과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은 시야를 넓혀주지요. 일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한번 실패를 경험한 사람은 같은이유로 하지 않지요.
    다만 다른이유로 실패한다는...
    결론은 자본이 없으면 월급쟁이로 살아라?!
  2. "같은 일" 이라기보단, "동류의 범주에 넣어도 될만큼 비슷한 일"에 대한 실수가 준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세상이 복잡해도 본질적으로 사람이 하는 일은 공통 분모가 있다보니, 한번 실수 했을 때 교훈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다방면에 영향을 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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