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고스피어라는 이상한 마을블로고스피어라는 이상한 마을

Posted at 2009. 4. 24. 22:43 | Posted in 수령님 정상인모드
1. 
주인장이 불만 투성이의 인간이라는 건 아마 여기 온 분들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맞는 말, 난 뭔가를 접하면 단점이 참 잘 잡힌다. 
 
'이걸 왜 이렇게 못 하지?'라는 생각.

세상이야 시스템이니까, 그리고 그걸 만든 놈들이 제대로 된 놈이 아니니까 그런 것인 건 아는데, 
그래도 가만 놔두기 싫어서 뭐라고 한 마디 하고, 그렇게 살고 있다.

사실 하고 싶은데도 몇몇 제약으로 못 하는 소리도 많다.


2.
높으신 분들이야 웹이건 블로고스피어건 뭐 이상한 동네로 보고 있지만,
그러니까 네티즌은 찌질이, 블로거는 광고업자로 알고 있지만,
나는 인터넷을 그냥 마을로 보고 있다. 

소주집처럼 맘 맞는 사람들끼리 논리도 없는 주장 좀 펼치다가, 같이 어우러지다가, 
싸우기도 하다가, 그러다가 결론은 없지만 이상한 화해무드도 좀 흐르고 같이 울고 웃고 찌푸리고 얼싸안고, 

필요에 의한 만남처럼 괜시리 폼 잡고, 명함 좀 돌리고, 그러면서도 혹시 자기 이미지 어찌될까 콩닥거리고,
커피숍처럼 소소한 잡담도 떨어대고, 일상에서의 긴장도 풀고,

놀이공원처럼 익스트림을 좀 느끼다가,
소풍처럼 한가함도 느끼다가,

이런 우리 사는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곳이 웹이라고 생각한다.


3.
그런데 블로고스피어는 좀 웃기다.
웹 중에서 꽤 구체적인 마을인데도 내 성격 때문인가, 일상에서의 긴장을 풀만한 공간이 너무 없다,

끊임없는 긴장만 눈에 보인다, 긴장이 있는 곳은 차라리 낫고 없는 곳은 가식 투성이,
일상에서의 긴장도 귀찮은 내가 과연 이런 공간에 자리잡고 있어야 할까?

내가 좋아하는 블로그를 쉽게 꼽지는 않지만 그래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블로그로 
wenzday님의 one fine wenzday와 오르페오님의 Visual Poem이 있다.

날이 갈수록 뭔가가 어긋나고, 점점 나와는 반대 방향으로만 가는 듯한 블로고스피어에서
이들 블로그는 내게 휴식처와 같은 이웃집이다.

사람이 살다보면 싸우기도 하고 가식도 부리지만 정념과 허세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래도 세상이 좀 더 따뜻한 공간임을 되새기게 하고, 현실의 한계에 멈추지 않도록 고무해주는,

그런 이웃집이 많은 블로고스피어가 보고싶다. 진심으로.

예쁜 카페에서 비싼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더라도,
싸구려 캔커피를 마시며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고,

고급 바에서 양주를 까며 마음껏 멋 낼 수 있는 공간이 아니더라도,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알아듣지도 못할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4.
그런 내게 힘이 되어주는 이웃집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또 내가 그런 놈이 못 되어 죄송하다는 말도 더해야겠다. 

그저 한 가지 약속드리자면 불만이 불만으로 끝나지 않고,
세상이 어떻든 난 나대로 노력하며 살 것을 약속드리고 싶다.


5.
오늘 짤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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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랜만에 1등이다!!
    이럴수가. 제 블로그도 휴식처 같이 편안하고 (아무것도 없는..)아늑한 곳인데. 순위에 없다니 서운하군요.
    이승환님의 블로그도 편안하진 않지만(특히 회사에서 접속할때는 몹시..) 흥미로운 곳이에요.
    짤방이 없는데 오히려 승환님의 의지가 돋보이는군요. 응원하겠습니다. 화이팅!
  2. 힘이 없어보이셔서.. 안쓰럽습니다.. 힘내십시요!!!
    저에게 이곳은 이미 소중한 마을입니다..
  3. 짤방이 없다니...
  4. 꺄아~ 초절정 꽃미남 아이돌 블로거에게 손꼽히다니 영광이에요! ...하고 농담 던지고 도망갈 분위기도 아니네요. ㅠㅠ 무엇보다 좋아하는 블로그라니. 일단은 기쁘고 이단은 게으른 블로깅에 대한 독려라고 생각할게요. 그리고 승환님은 나에게 아이돌 같은 블로거 맞아요.^-^
  5. 대야새
    환이는 블로그에 애정이 많구나...
    참 배울점이 많어...
  6. 현실창조공간을 현실휴식공간으로..
  7. 짤방이 없으므로 이 글은 무효
  8. 짤방이 없으므로 이 글은 무효(2)

    확실히 최근 블로고스피어는 왠지 전쟁터로 변한 느낌이지요. 뭐 나부터 그러니.. -.-;
    • 2009.04.25 23:50 신고 [Edit/Del]
      자주 오면서도 반가운 댓글을 달아주는 학주니님의 따뜻함에 녹아 들어갈 것 같습니다.
      상대가 전쟁을 할 가치가 있는 상대인지 파악하는 센스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
  9. 흔히 하는 말로 사람냄새 나는 블로그를 블로고스피어에선 찾기가 힘드네요.
    기계적으로 쏟아내는 블로그들로 점점 채워져나가니까 자연히 조금씩 멀어지게 되고
    뭐 그렇습니다.
  10. 짤방이 없이 이 찝찝함이란.......

    우리 4/30 이나 5/1 어떠신지?
    • 2009.04.25 23:52 신고 [Edit/Del]
      내일 중 연락 드리겠습니다. 이상하게 집에서는 삼룡이님 이글루에 댓글이 잘 안 달려요.
      그렇다고 회사서 볼 수는 없는데 -_- 다행히 내일 조용한 사무실에 나간답니다 ㅋㅋ
  11. 블로그는 좀 개인적인 공간으로 '가벼운'느낌이 제 취향입니다.
    블로그들 돌아다니다보면, 어쩐지 집단화 현상이랄까, 점점 묵직해지는 것 같아요.
    온라인의 세계도 사람들이 만든 사회인 만큼 어떠한 성향을 띄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반대 성향의 포스팅이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서로간에 너무 눈치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트랜드를 쫓기 위해 맹수처럼 웅크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말이죠.)

    제가 블로고스피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블로그 공간은
    좀 가볍고 편한 느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2009.04.25 23:54 신고 [Edit/Del]
      정도를 넘어서 지위를 얻으려는 모습이나, 감정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한국인이 평소에 쌓여 왔던 게 폭발하는 느낌도 좀 나기는 합니다. 좀 더 멋진 공간이 될 여지는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고민했으면 좋겠고요.
  12. 블로고스피어는 언젠가 상인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하기도 한 마을입니다 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장기하스탈의 블로그가 취향이시란 말씀인지.
    근데 애석하게도 장기하스탈 블로그는 몇안되는것 같습니다 그려.
    • 2009.04.27 13:55 신고 [Edit/Del]
      상인은 많은데 상인이 아니라 우기죠.
      장기하는 좀 컬트적 매력이고 그런 게 아니더라도 자기 이야기가 담긴 공간이 보고 싶습니다.
  13. 이 사람 저 사람 모여 재미도 있고, 가끔은 짜증도 나는 마을인데, 가만 보면 현실(일단 구분을 위해)의 모집단과는 너무도 다른 표본들만 득시글 거리는 요상한 표본집단이 아닌가 싶어요. 블로그스피어의 떠들썩함 대로였으면 울 가카는 벌써 뭐, 아니 애초에 가카과 되지도 못 했겠죠. 하하.
  14. 블로그가 본업이 되는 거 부럽기도 하고, 또 그만큼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머라 참견할 수 없겠지만... 허리들은 다들 어떡하는지 궁금해. 허리 정말 아플거 같은데. 난 허리 아파서 블로그만 매일 못하겠던데...음.
  15. 취향이 과도하게 감상적이시군요, 아니면 지나치게 깊은 생각에 멍들었다고 해야 하나. (위에 선호한다는 블로그가 특별히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16. 반성...
    익명의 공간이지만, 가식의 옷을 모두 벗어던질 자신만 있다면,
    좀더 사람 냄새 나는 공간으로 만들수 있으련만...
    아직은 벗자니 용기도 없고, 누군가 알아볼까 창피합니다.

    그것이 악취일지라도 용기내서 진솔한 삶의 냄새를 저도 담아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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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의 5단계논쟁의 5단계

Posted at 2008. 3. 27. 17:55 | Posted in 수령님 사상전집

SuJae님의 글 '사람답게 살고, 인터넷하고, 댓글 달자'을 보고 문득 생각이 들어서 사람들의 논쟁 단계를 한 번 정리해 보았습니다. 사실 넘쳐나는 사람들의 논쟁을 단계별로 분류함은 쉽지 않은 일이겠으나 제 경험에 의거해 볼 때는 대충 들어맞지 않을까 합니다. 제 나름대로 생각한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 정념(情念)의 단계
말 그대로 상대방의 논리를 받아들이기보다 자기 감정에 근거해서 이야기합니다. 물론 감정적인 부분도 서로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중요한 부분이겠으나 이가 우선해버리면 아예 경청이 불가능하기에 절대 좋은 결과를 낼 수 없습니다. 누구나 이가 잘못되었음은 알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2단계 : 변증(辨證
)의 단계
상대방의 전체 논지를 바라보기보다 부분적인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물론 문제 지적은 언제나 유의미하지만 그것이 전체적인 맥락과 유리되어서는 비생산적일 뿐 아니라 논지 이탈마저 낳기 쉽습니다. 그리스에서 소크라테스를 좋아하지 않은 이유는 어차피 모든 주장은 일정의 오류를 포함할 수밖에 없는데 어떠한 대안을 낳으려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죠. 대개 지식과시욕이 강한 이들이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단계 : 투아(投我)의 단계
단순한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자기 의견을 내세웁니다. 언제나 그렇듯 비판은 쉽지만 작은 대안 제시는 물론 의견 개진조차도 쉽지 않습니다. 일단 이 단계에 이르르면 적어도 비생산적인 논쟁은 사라집니다. 내 의견과 상대방의 의견 중 무엇이 더 나은지를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도 변증법이 더욱 효율적으로 이용되는 등 더 나은 대안을 찾아 나갈 수 있습니다.

4단계 : 수용(受容)의 단계
기본적으로 3단계와 비슷하지만 자기 의견 개진을 넘어 상대방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을 연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inuit님의
경청의 3단계에서 open to your mind가 이에 해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5단계 : 소쟁(消爭)의 단계
제가 생각하는 논쟁에서의 최고 단계로 '論爭'에서 '論'만 남으며 '爭' 자체를 무화시킵니다. '누구의 의견이 옳은가'에서 '주어'가 사라지며 오직 '올바름'만이 남습니다. 엄연히 論과 爭으로 구성된 개념에서 절반을 때어낸다는 게 모순처럼 보일지 모르겠으나 가능합니다. 물론 이러한 경험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겠으나 일단 한 번 누군가를 통해 경험하면 이후 논쟁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뀔만큼 마법과 같은 단계입니다.

어느 단계든 분명한 점은 이들 단계간의 차이가 어떠한 '기술'이나 '능력'에 의겨하기보다는 오히려 '인격'과 '품성'에 의거한다는 점입니다. 2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경청과 감정 자제가 필요하고 3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저 높은 곳에서 바라보지 않고 자신을 걸고자 하는 예의가 있어야 합니다. 4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포용력과 상대 존중이 필요하며 마지막 5단계를 위해서는 양 쪽 모두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풍요의 심리는 물론 상대방에게 배울 점이 있다는 '겸허함'이 있어야만 가능한 단계입니다.

사실 각 단계는 종이 한 장의 차이에 불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쉽게 글로 옮겨낼 수 있는 것이죠. 그러나 그 종이 한 장의 차이는 대단히 큽니다. 한 단계를 넘어설 때마다 자신을 둘러 싼 세계는 극적으로 변화하고 넓어질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은 어떤 단계에 서 있습니까?

결론 : 걍 술로 풀자논쟁의 최고수는 나경원,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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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바나나
    오크 여사 무시하시나요?
  2. 어떤 단계냐구요?
    상대에 따라서 단계가 바뀌니 1단계도 5단계도 될 수 있겠네요. 아리따운 여성분에게 대하는 것과 극렬마초(마초를 비하하는게 아닙니다.), 꼴통페미(역시 페미니스트를 비하해 하는 말이 아닙니다. 꼴통페미는 따로 존재합니다.)와 대화를 나눌때 논쟁의 정도가 달라질 뿐더러 상대에 따라 감정개입의 정도도 달라지니 분명 단계는 오르내리락하겠죠..

    역시 이런 글 보면 너무 재밌습니다. 이 맛에 승환님 블로그 들어옵니다.ㅋㅋ
    • 2008.03.30 16:33 신고 [Edit/Del]
      상대에 따라 단계가 변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제 경우에는 아예 안 되겠다 싶으면 말을 않고 조용히 피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반대로 자신이 좋은 상대가 된다면 상대방 역시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말은 고맙게 받아먹겠습니다 ^^
  3. 오홋, 대단하시네요.

    rss로만 구독하는 유령블로거가 댓글을 남기게 할 정도로 인상적이네요.

    중국에 계셔서 그런지 한자글도 많은 것도 같구.. ^-^
  4.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사람들이 저하고 말이 안통한다고 하는게 저의 인격과 품성 때문이었던거군요. 크흑.
    근데 저도 아리따운 여성과 대화할때는 급 5단계화 얍삽함을 보입니다.
  5. 아, 좋은 글입니다. -_- 근데 인터넷이 뭐죠?
  6. OK목장
    저의 경우는 욕먹는 게 두려워 아예 자기의견을 안 내려고 하죠..
  7. 무아무쟁의 단계.
    나의 의견을 주장하기보다는 다른 이의 의견을 수용하고 이를 통해 또 다른 자아를 생성하는 단계. 언듯보기에는 매우 이상적인 모습 같으나, 끊임없는 논쟁꺼리를 만들면서도 싸우지 아니하고, 밤새 키보드를 두드리는 절대 폐인의 단계.
    내가 없고 너도 없으니 아무런 이익이 없고, 다만 헛된 지식으로 밥 굶기 딱 좋은 단계입니다.

    이 단계는 이승환님의 5단계 어느 사이에도 존재하지 아니합니다.
  8. 전 엄마랑 대화할 때 항상 정념의 단계 수준이었다는 사실을 이 글을 읽고 깨닫게 되었네요. 1단계 aka 말싸움이라고 해석해도 되나요? -_-;
    수령님의 흥미로운 글 항상 재밌게 읽고 있슴니다. 이상 유령구독자였습니다.
  9. 형님 퍼가도 괜찮겠죠?
  10. 준석
    허허 좋은 글 읽어서 기분이 좋네요. 염치 불구하고 출처밝히고 퍼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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