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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국대학 좋은대학 (25) 2007.08.27

한국대학 좋은대학한국대학 좋은대학

Posted at 2007. 8. 27. 22:50 | Posted in 사교육산실 교육부

드디어 복학을 했는데 수업 들은 시간보다 온갖 사무실을 찾아다닌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대개 좋은 행정기관은 이용자의 발품을 적게 팔게 하는 게 당연한 일임은 상식, 당연히 좋지 않은 일 때문에 돌아다녔습니다. 이유인 즉 지난 학기까지는 각 과목의 수강인원이 제한인원을 초과해도 교수 허가 하에 그 학생들을 모두 받아들였거든요. 그런데 이번 학기부터는 이러한 일을 원천적으로 불허한다는 공지가 뜬 겁니다. 과 홈페이지에 장문의 항의글을 올렸지만 제대로 글을 본 것 같지도 않고 그저 동어반복식의 답변이 돌아 온 덕택에 발품팔이를 한 것이죠.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이야 블로그에 적기는 뭐해 넘어가겠지만 저는 이런 모습이 제가 다니는 학교에 국한된 문제이기보다 한국 대학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 꽤나 씁쓸합니다. 어지간한 대학은 강의실이 빼곡히 넘쳐납니다. 예전에 출강을 나오신 KDI 연구원분은 80명에 이르는 학생들을 보고는 민방위 훈련장 온 지 알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다음 시간에 와서는 자기가 인기 강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더 많은 반은 분반까지 했음에 아쉽다고 농담을 던지던데 이게 말이 농담이지만 웃을 이야기가 아니에요.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더 골치 아픕니다. 외국 유수 대학의 교수 대 학생 비율이 1:20에 이르지 않는 데 비해 한국은 1:40에 이릅니다. 교수 대비 강사 비율은 한숨이 나올 정도이고요. 이러다보니 가뜩이나 넘치는 교실의 수업 질은 더욱 떨어집니다. 급변하는 사회에 반해 대학의 커리큘럼은 내가 80년대에 살아가는지 21세기에 살아가는지 잠시 고뇌하게 만들고요. 왜 사회인들이 대학만 뒤쳐져 있다고 하는지 이해가 갑니다. 여기에다가 등록금까지 언급하면 눈물이 질질 새서 더 이상 글을 못 쓰겠어요, 제가 마음이 좀 여리거든요.

이런 할 말 없는 수준인데도 대학들의 마음은 딴 데 가 있습니다. 한국 애들 자기 학교에 대한 애착 엄청난데 사실 학교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졸업생이건 재학생이건 별 관심 안 가집니다. 성공하면 이름과 돈 올려줘서 좋지만 아니면 그냥 졸업장 받은 인간일 뿐이에요. 오죽하면 성공했다는 이유로 등록도 안 한 최수종씨를 동문으로 인정하는 외대같은 대학도 있겠습니까?

학교의 밸류가 올라가는 것은 학벌사회에서 의미가 없는 행동은 아니지만 반드시 학생들의 수준을 높이는 것과 동반되어야 합니다. 아니, 당연히 후자를 우선시해야 합니다. 여기에 학교측에서 비용 대비 산출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당연히 교수의 수를 늘리고 강의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것이겠죠.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은 그보다는 국제화 어쩌고 하면서 외국 학생들 데려 와 돈 버는 데 더 관심을 기울이죠.  고대같은 경우는 아예 원어강의 늘리는 데 혈안이던데 정작 고대생 중 그 강의에 만족하는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어요. 수강인원도 제한 추세로 가는 게 외부평가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저희 학교는 조사결과 직원들의 책임회피라는 어이없는 결과로 귀결되었지만)

무엇 하나 좋은 일은 아니지만 가장 슬픈 일은 학생들이 여기에 대해 아무런 문제를 느끼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대학은 학생의 위치가 참으로 애매한 곳입니다. 일반적인 소비자로만 생각하기에는 대학의 탄력성이 극도로 낮기에 맘에 들지 않는다고 쉽게 이탈이 가능하지 않은 곳이에요. 이 때문에 일정부분 적극적으로 주권의 행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도 학교는 모든 행정을 학생을 분리한 채 자신들이 독단적으로 처리하고 학생 측에 일방적으로 전달할 뿐이죠. 그리고 학생은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고요.

이것도 소수가 개입할 경우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자신의 시간만을 빼앗기는 수인의 딜레마에 빠지게 되니 나름 합리적인 판단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학생의 개입이 사실상 원천봉쇄되어 있는 대학을 이대로 내버려 두면 학생을 위해 대학이 있는 것인지, 대학을 위해 학생이 있는 것인지 애매한 상황이 연출될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지금도 충분히 애매하지만 말이죠.

  1. 경쟁이 필요합니다. 직원이던 교수던간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먹고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한다 이거죠. 자신들이 하는 일이 '교육/행정' 서비스 업이라는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이 거의 없는거 같더라구요. 그래서 장기적으로 볼 때 많은 학생들이 해외 대학으로 유학하는 것과 외국 대학 법인이 국내에 학교를 세우는 것이 국내 대학들을 변화시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부에서 변하지 않으면 외부에서 압력을 가하는 수 밖에요. 물론 현재 학생이신 분들이나 졸업한 사람들한테는 상관 없는 얘기이지만요.
    • 2007.08.29 10:46 [Edit/Del]
      개인적으로 경쟁에는 절대 찬성하지만 해외 대학이 들어올 경우 어느 정도 교육의 질을 제공할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저 한국을 돈 벌 시장 정도로 인식하고 들어오지나 않을지... 하지만 학벌에 안주하고 돈 벌어먹는 국내 대학의 모습을 볼 때 이대로 있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도 드네요.
  2. 쯧. 정치장사 종교장사 학교장사들만큼 편하게 벌기 좋은 직업도 별로 없죠.
  3. 맞아요. 수강신청할때마다 저런 일들이 발생하죠. 제가 학교다닐때도 느꼈던 점들이군요. 그렇지만 다들 취업준비하느라 바빠서 학교를 개혁(?)해야겠다는 생각은 못할겁니다. 대학을 그냥 지나가는 과정중에 하나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아쉽네요.
  4. 그 후배
    오늘 <사회학의 이해> 들으러 갔다가 <문예사조사>라고 다른 학생들이 그래서 혼자 학교를 백방으로 뛰어다녔죠, 행정처리의 문제로 강의실이 겹쳐서요. 근데 알고보니 제 수업은 두시간 뒤더라고요-_-
  5. 울나라 대학은 학생들을 인재로 '만들어' 유명해지려고 하지는 않고 인재를 '뽑아서' 유명해지려고 하죠. 맨날 본고사니 뭐니 쬐끔이라도 공부 더 잘하는 고딩 뽑을 생각만 하고 있고, 영양가 있는 학교를 만들 생각은 안 하고.
  6. 우리나라 대학 교육이라는 것은 취업을 위한 관문일뿐...이라 학교도, 학생도 서로에게 요상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게 아닐까 싶은데요.
  7. 제가 오늘 싸인받아 수강신청한 '파생선물시장'은 대충 200명이 들을듯;;;
  8. 서원
    이제 수강신청 같은건 안해도 된다는 안도감!
    졸업해서요..ㅎㅎ아- 그것도 추억으로 남을지도...^^
    수강생 200명에서 딱 2명 빠지는 수업까지 들어본 저로서는 아주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9. 오랜만입니다...
    8학기... 우울의 극을 달립니다...
    개강도 딴 학교보다 일주나 일찍... 썅썅..
  10. 다행히? 싸인받고 다들 등록은 안 했는지
    170여명이 될거 같네요.. 다시 역대 2위로~_~;;
    저도 이미 개강해서,, 무엇보다 섭을 진행하는orz
  11. 서원
    이로서 저는 역대 1위 랭크 되겠습니다.ㅋ
    (이게 자랑할 일일런지.. 그러나 이런것에 경쟁심이 생기는 건 무엇?;ㅋ)

    감사합니다.(졸업 축하를요)
    - 그러나 이것도 축하받을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12. Thanks for this original post.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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