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왜 아티스트 아이돌을 원할까?한국은 왜 아티스트 아이돌을 원할까?

Posted at 2009. 2. 21. 22:25 | Posted in 풍기문란 연예부
식당에 밥 먹으러 갔다가 조선일보에서 빅뱅 극찬 글을 봤습니다. 빅뱅이 아이돌의 아주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데 본인은 그다지 찬성이... 기사는 여기서 보면 되기는 하나 게으른 독자들을 위해 대충 요약하자면...

빅뱅은 새로운 아이돌사를 쓰고 있음. 이유인즉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양립 성공. 다큐와 자기계발서 통한 스토리텔링, 기획이라는 컨베이어 벨트를 빠져나와 각 멤버의 개성 발휘, 신비주의가 아닌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전략, 후렴구로 귀에 익숙해지는 멜로디, 표절 의혹에 대한 정면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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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찐따같은 소리하고 있네...

제가 생각할 때 빅뱅의 대박 이유는 G드래곤, 이 놈 외에는 없다고 봅니다. 양사장님 물건 하나 건지셨어요. 반박하기도 귀찮지만 대충 늘어놓자면...

다큐와 자기계발서를 빙자한 자서전 운운인데 데뷔 이전 소녀시대는 아예 m.net까지 동원해 연습 및 데뷔 과정을 찍었고 그 외 아이돌들도 성공에 대비해 약간 필름이야 찍어 두는데 나중에 편집이야 일도 아니겠죠. 자기계발서인지 자서전인지도 대필 작가 불러 와서 발로 쓰면 되는 거고, 어차피 사진으로 땜질인데... 결정적으로 책은 성공의 결과지, 원인이 아닙니다. 제가 지금 자서전격 자기계발서 쓰면 누가 보겠어요? 그리고 이거 빅뱅만 쓴 거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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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아이돌들의 자서전

기획이라는 컨베이어 벨트를 빠져나왔다굽쇼... 할 말이 없습니다. 요즘 대세가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 아닌가요? 쇼프로가 왜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영어조합으로 이뤄지고 토크쇼도 전통형 박중훈쇼가 무릎팍도사에게 캐발리는 건가여... 케이블 프로그램은 돈이 없어서 스타들 말 장난으로 때우는 줄 아나여... 결정적으로 대형 기획사 YG가 '돈 대 줄테니 니들 맘대로 뛰어 놀아'라고 했을 리가... 양사장님, 제게도 자비를. 저 집안 좀 좋아요. 원래 YG 계열은 SM 계열과 다르게 좀 자유분방한 이미지로 나옵니다.

표절에 대한 대처는 정말이지, 그야말로 이건 또 뭥미... 빅뱅 표절건은 그냥 내용만 보면 거의 사실로 보면 됩니다. 이거 한 번 들어 보세요. 그러고도 나중에 표절곡 아티스트와 함께 했다고 표절 아니라고 넘기다니. 이것도 앞과 마찬가지로 이미 힘이 있으니 가능한 일입니다. 무릎팍 도사에서 이승철이 이건 샘플링이고 나중에 돈 줬다라고 넘어간 식이죠. 이것도 한 번 들어 봅시다. 듣보잡 가수가 이런 소리 해 봐요, 당장 매장이지. 다 힘이 있으니까 뭉개고 넘어가는 겁니다. 서태지도 한 번? 사실 이들에 비하면 SM 계열의 표절 논쟁은 오히려 약합니다.

결국 G드래곤 덕택에 타 아이돌 그룹과 달리 아티스트적인 이미지를 획득했고 이를 통해 트렌드 세터로 자리매김할만큼 엄청난 인기몰이.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이를 통한 결과란 거죠. 시대와 상황은 좀 다르지만 서태지도 마찬가지고요. 예능 프로그램 나가서 장난 떨고 있는 승리, 대성이나 내가 바람피워도 넌 바람 피지 말라고 병맛 나는 가사 주절거리는 태양 덕택도 아니고 반반한 얼굴로 여자애들 홀리고 있는 탑 덕도 아니죠. 얘네 대신 누구를 써도 별로 달라질 건 없지만 G드래곤 없으면 그저 그런 아이돌 그룹으로 남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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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1등이면 적당히 넘어감을 잘 보여주는 두 분

여기서 제가 쪼끔 궁금한 건 한국은 왜 아이돌이 굳이 아티스트까지 원하느냐는 겁니다. 아니라고 하는 분들도 있겠으나 사실이 그래요. SM에서 내놓는 가수들마다 대히트를 치는 와중에도 '음악성 없는 인형'이라는 비판을 쏟아내지 않습니까? 우리의 위대한 수만이형은 그걸 눈치채고 HOT 멤버들에게 자작곡을 만들게끔 했고 이후로도 어느 정도 전통을 이어 내려가죠. 이 위대한 선택 덕택에 문희준 오빠는 드디어 아티스트 입성을... 두둥!

한국은 좀 이상하게 대중문화도 뭔가 격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아요. 강준만 교수가 벌써 10년도 전에 한국인들이 오락영화를 보고서 '재미있는데 내용이 없어'라고 말하는 이중성을 꼬집었는데 이는 다른 부문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그냥 노래만 잘 하거나 이쁘고 잘 빠진 걸로는 아무리 곡이 좋고 연기를 잘 해도 트렌드 세터로의 지위를 부여받지 못 해요.

빅뱅과 서태지가 지금까지 전국구 트렌드세터로 자리매김한 두 경우라는 게 이를 잘 보여줍니다. 단 차이가 있다면 서태지는 그룹 이름에서부터 그렇듯 알맹이를 혼자서 독식한 경향이 있는데 빅뱅은 G드래곤이 이뤄낸 결과를 잘 나눠먹었죠. 뭐라 할 필요는 없는 게 서태지와 달리 YG라는 기획사가 그 성공 배경에 큰 역할을 했으니 당연한 결과겠죠. 여하튼 둘 다 음악적 능력을 갖춘 아이돌이라는 능력, 이미지로 트렌드 세터 자리를 꿰어 찼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얘네들의 복장이나 행동이 이들을 트렌드 세터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분도 있지만 결국 그 핵은 여기에 있습니다. 얘네 말고도 시대 앞서가며 입고 나온 애들은 넘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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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시대를 앞서간 가수, 그러나 트렌드 세터는 되지 못 했다...

저는 이런 한국 문화를 그리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뭔 소리냐면 이걸로 아이돌 가수나 가요판 전체에 '음악성을 갖추세요'라고 메시지를 던져 줄 수는 있지만 이게 각각이 가진 가치를 좀 무시할 수가 있거등요. 아이돌 가수 좋아하면 빠순이, 인디 음악 좋아하면 음악적 소양이 뛰어나시군요, 이런 게 우리 나라 분위기에요. 음악 됴아하는 블로거들 중에도 예인님 정도를 제외하면 아이돌 가수의 음악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분은 거의 없는 듯 하구요.

또 노래나 춤 잘 추는 가수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쟤는 노래는 잘 하는데, 쟤는 춤 잘 추는데... 한참 옛날에는 한국도 이런 애들에 대해 평가가 박하지 않았어요. 조용필처럼 그냥 자작곡 위주로 까는 애들이 사기 유닛이었지. 근데 언젠가부터 (아마도 서태지?) 한국은 가수가 그냥 노래만 잘 하면 뭔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있는 거 같아요. 아이돌은 특히 그게 심한지라 지금은 꽤 노래나 춤도 되는 편인데도 평가는 여전히 야박하죠.

굳이 이런 실력 평가를 떠나 트렌드 세터로의 역할 부여에 대해서는 더 그렇습니다. 옆 섬나라나 양키제국은 아이돌 틴에이저들이 그냥 트렌드 세터 하면서 나름 다양한 문화가 펼쳐집니다. 이 경우는 아이돌도 나름 차별성을 취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데 이 나라는 뭐 아이돌이 아티스트가 아니면 이 지위를 부여받지 못하고 결국 트렌드 세터는 아티스트로도 인정받는 소수만이 가지게 되거든요. 다른 애들 따라가면 좀 빠순이 양아치 취급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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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극단적인 예이지만 여튼...

어쨌든 그런 측면에서 한국의 지나친 평가 잣대는 앞으로 다양성을 창출하는 데 장벽이 되는 것 같아 좀 바뀌었으면 합니다. 아이돌 문화도 까면 깔 것은 천지겠지만 좀 긍정적으로 뭔가 펼칠 수도 있을텐데 말이죠. 어차피 전 아이돌이 아티스트가 되는 것은 미국이나 일본도 불가능한 일인데 말입니다. 뭐, 인디에 대한 배려 문제야 말 하면 끝도 없겠지만 그건 제가 설칠 영역은 아니고 민노씨silent man님, 최근 돈 없어서 계정정지된 너바나나님 등이 까 줘야 할 문제니 아이돌이나 보고 즐거워하는 저같은 찌질이는 여기서 짜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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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러니까 결론은 빠돌이라고 무시하지 말라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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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arajevo
    좋은글 보고갑니다..

    제가봐도 권지용이라는이름 하나밖엔...
  3. 가뭉비
    한국은 왜 아티스로 아이들을 원할까? 라는 제목으로 본 ㅡㅡ;
  4. 메인테인
    자서전 이라고 불리는 책은 핑클도 썼었습니다!
    저도 가지고 있습죠
  5. 문제의 기사 보고 뭐 이런 병맛 했는데 시원합니다.
  6. 사유미치시게
    와우~좋은 글 잘보았습니다. 음~그렇죠. 요즘 보니깐 동방신기도 준수나 재중 유천이 작사나 작곡을 시도하려는듯하던데...뭐, 자신들이 만든 기존의 앨범보다 더 뛰어난 앨범을 만들고 싶다면야 환영이지만 너무 무리는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죠. 빅뱅도 마룬5처럼 앨범 늦게 내도 좋으니, 기존 앨범보다 완성도 높은 노래들로 꽉꽉채워서 발매해줬으면 좋겠네요. 개인적으로 카라에서는 에...구하라와 햄토리한승연양이 좋더군요..아 니콜도요~

    ps.에프터스쿨은 경고받기전의 의상으로 돌아가라~돌아가라~
    • 2009.02.26 13:41 신고 [Edit/Del]
      어차피 SM의 편곡 능력이 워낙 좋아서 적당히 맞춰줘도 쓸만한 곡은 나올 겁니다.
      개인적으로도 한승연이 좋습니다. 슴가가 좀 작기는 하지만 조선 땅에서 많은 걸 바라면 안 되죠.
      ps. 돌아가라 돌아가라!
  7. 그래서 저는 아이돌을 가수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제가 분류하는 가수의 기준은
    1. 가창력
    2, 가사
    3. 음악성
    4. 목소리
    인데, 아이돌은 4가지에 모두 안들어가서 그냥 가수로써 취급을 안하죠.
    리더들은 노래를 그나마 잘 부르니 리더는 가수로써 취급이 합당하다고 생각해 리더는 가수라 생각합니다.
    가장 간단하게 끝내는 방법이 있습죠.
    가수로 취급안해버리는 순간, 그냥 모두다 필요없습니다.
    모델이 될뿐입니다.
    아이돌리즘에 쩔은 한국을 거슬러간다고나 할까요?
  8. 민트
    이 글 V.I.P 에게 보여주면 여기는 성지가 될 듯...후훗. 근데 쥔장님 언제부터 카라빠? 글고 G-dragon은 사상이 좀 불건전해 보임..-_-;
  9. 예전에는 모르겠지만...

    여자 아이돌 그룹이 왜 필요한지는 나이들면서 알게되었습니다.

    역시 남자의 로망은 '로리'..........;;
  10. 저련
    저 처자들이 '시사 상식을 선택' 이라고 말한 겁니까?!

    그나저나 연예계에 관심이 없으시다면서 죄다 연예계 이야기라니.. 소재 발굴을 위하야 분발하셔야겠습니다 그려.
    • 2009.02.26 13:41 신고 [Edit/Del]
      '시사 상식은 선택'입니다. 멜로디도 그렇지만 가사가 참 병맛나는 노래입니다 -_-
      연예계보다는 젊은 처자에 관심이 있어요 -_-;
  11. 굿
    글 매우 잘 쓰셨군요.
    근데 이 과정들도 다 제대로 된 아티스트 문화와
    아이돌 문화가 정착되어 가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우리나라가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섬나라 놈들처럼 공장형 아이돌 색으로 갈지
    양키들처럼 4차원 아이돌로 갈지
    유럽애들처럼 되다만 그룹 사운드가 될지가 결정나겠죠.
    위의 세 케이스중에서도 방향성이 어떻든 간에 되다만 인간만 안되면 됩니다.
    공장형 유닛이면 충실한 공장형 유닛으로, 4차원이면 제대로된 4차원으로, 그룹 사운드면 제대로된 그룹사운드면 되는 겁니다.
    • 2009.02.26 13:44 신고 [Edit/Del]
      네, 시간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지금 이대로 나아갈 때 그리 긍정적으로 펼쳐질지는 모르겠습니다. 인디가 약하다 뭐다를 떠나서 기초적 음악 교육이 공교육에 찌들고 있는 놈들의 유흥에 그치는지라...
  12. g드래곤이 작곡? 프로듀서 능력이있는지는 의심스러움.
    그냥 남이 한거 지이름으로 내놓은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노래들이 다른 곡들과 비슷비슷한거 보면 자기가 직접 만드는거 같기도 하고..
    빅뱅 노래들은 가끔 보면 어디서 다 듣던 노래들 같아서 별로 독창성이 없어 뵙니다.

    뭐 쩔어주시는 양군의 언플도...
    • 2009.02.26 13:45 신고 [Edit/Del]
      그래도 현재까지 등장한 아이돌과는 격을 달리함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하네요.
      확실히 하루하루 이후 나오는 곡들 스타일이 좀 비슷해서 예전만큼의 임팩트는 없어 보입니다.
  13. 홍대방랑
    아름다운 글입니다. 이페이지를 성지화하고싶은 욕구가 샘솟음치네요

    요사이 글이줄어들어서 아쉽지만 언제나 글잘보고있습니다. ㅎㅎ

    여덟시에어디가봐야되고 할일이 산더민데 저는 뭘하고있는건지...
  14.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누가누군진 전혀 모르겠지만 그래도 글 내용은 잘 이해되네요.
    예전 '비틀즈'도 아이돌이었다능;;;
  15. big bang = 우주 대폭발
    g드래곤은 뉘신지....
  16. 돈 내서 살렸구만요..........................

    음악 시장이 엔터테이먼트 시장으로 변모하다 보니 그 최일선에 있는 아이돌이 공격을 많이 받는 듯싶구만요. 음악 시장이 음악을 갖춘 사람이 벌어 먹는 곳이 되면 아이돌에 긍정적인 면도 많이 얘기될 수 있을 듯싶구만요. 하지만, 그건 꽤 시간이 걸리는 일이 될 듯싶네요. 음악성=가창력이며 그 가창력은 대부분 얼마나 고음처리가 되느냐로 평가하는 MR논란 같을 것을 보고 있자면 말이죠. 음악을 즐기는 다양한 관점들이 언제나 생길는지..
  17. 아.. 저는 스쿨빠라는... 무르팍도사 "이은미"편을 다시 보고 싶군요!!
  18. 잼나는 글 잘 봤습니다.
    이런 글은 '다음 블로거뉴스'에 송고하면 메인 쯤에 나오고 대박 트래픽과 댓글이 달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애드센스 깔고 함 시도해 보시면..?
    ^^
  19. 김선생
    뭐 아이돌에게 아티스트의 역량을 바라는것은
    AV를 보면서 연기력까지 기대하는것과 같은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닥치고 하악.
  20. 각각의 장르는 나름의 가치를 지니고 그에 따라 평가의 기준 역시 약간씩 달라진다고 봅니다. 하지만 아이돌이나 인디(말 그대로 최대한 자본이든 뭐든 간에 어떤 큰 흐름이나 시스템으로부터 독립적으로 만들 뿐 특정한 음악적 형태는 결코 아니죠)처럼 장르라고 하기도 애매한 기준으로 음악을 다르게 평가해야 한다고 보진 않습니다. 그리고 기준이 달라진다 해도 스스로 아티스트니 뮤지션이니 가수니 할 거면 결국 음악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하단 대명제에서 벗어날 수도 없을테구요.

    그런 점에서 대체로 이 땅에서 유행하는 주류 음악(요즘은 특히 아이돌들이 하는 음악이겠죠)에선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아 영 좋아지지가 않아요. 물론 그네들이 참 예뻐 보일 때도 있고, 므흣한 망상이라도 펼치고 싶을 때가 있지만 것과 그들의 음악은 사실 상관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사실 무엇 보다 무대에 오르는 갸네들(어쨌든 예쁘고 귀여워 보일 때도 있긴 한지라...)이 문제가 아니라, 뒤에서 돈 좀 만지며 웃고 있을 SM이나JYP를 생각하면 도무지 배알이 꼴려서 부러 무시하고 있다능. 하하.
  21. 빅벵
    왜제눈에는빅.뱅.을욕하는글로보일까요..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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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냐 신화냐은퇴냐 신화냐

Posted at 2008. 7. 22. 21:21 | Posted in 풍기문란 연예부
곧 서태지가 돌아오네요. 전 당연히 서태지 팬이 아닙니다. 여자 보기도 바쁜데 제가 왜 남정네를 좋아하겠습니까? 여하튼 서태지가 워낙에 대단한 인간인만큼 이번에도 언론이 시끌벅적, 덩달아 우리도 시끌벅적한데 대체 서태지는 어느 정도에 위치시켜야 할까용?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저는 적어도 '음악'으로 서태지는 더 이상 한국 대중음악계를 주름잡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물론 그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의 바람은 단순히 마케팅이나 시운(時運)에서 온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4집까지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했고 그것들은 한국 대중음악계에 항상 놀라움으로 등장했죠. 더군다나 거기에 대중성까지 절묘하게 덧칠한 그의 능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듯 합니다. 표절 문제가 붉어져 있고 그게 사실이라고는 해도 그가 세운 업적을 무너뜨리기에는 부족합니다.


그래도 표절은 좀 인정했으면...

그러나 솔로 전향 후 그의 음악들은 그다지 충격적이지도 대단하지도 않았습니다. 평론가가 따라잡지 못하던 서태지와 아이들 1집, 그저 입 벌리고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던 서태지와 아이들 2~4집과 달리 솔로 앨범 두 장에 대한 평가는 과거의 그것들에 비해 많이 떨어졌음은 부정할 수 없죠. 더군다나 앨범 발매 때마다 긴 공백 기간이 있었음을 생각하면 이미 그가 한국 대중음악계의 압도적 존재가 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서태지 팬들은 이에 대해 반발하고 있지만 한 명의 천재가 계속해서 음악계를 주름잡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입니다. 예전에는 시장도 작고 원하는 음악을 듣기 위해 라디오를 켜야 했으며 해외 음악의 유입도 매우 작아 소수만의 것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곡을 다운 받을 수 있으며 외국에서 생활하며 현지 음악을 느끼던 이들이 귀국해 국내에 다양한 장르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디계에는 더욱 다양하고 뛰어난 음악이 존재하여 천편일률적 대중음악계에 또 다른 동력원으로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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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는 다르지만 우리는 하나

서태지가 비록 명성을 위해 은퇴한 것은 아니겠지만 은퇴가 그의 능력을 과대 포장하고 있음은 사실이라 봅니다. 비단 서태지만이 아니고 대중음악계만이 아닙니다. 당시 서태지와 함께 칭송받던 듀스의 이현도를 보세요. 힙합 구조한다고 나오더니 요즘은 거처도 궁금할 정도이지 않습니까? 신해철이 그나마 네임 밸류가 있다고는 하나 그가 내놓는 앨범이 압도적이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꾸준히 인정받고 호응을 얻는 거죠. 영화 평론 쓰던 듀나가 당시 압도적인 해외 정보를 통해 자리를 굳혔으나 지금은 전혀 대단해 보이지 않는 것도 비슷한 현상이죠.

가요계 외에도 은퇴를 통해서 신화가 된 이들은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마이클 조던이죠. 조던이 신화화 된 이유는 NBA가 세계화를 위해 그를 내세운 게 큽니다. 그리고 그러한 신화를 유지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6회 우승 후 NBA를 은퇴했기 때문입니다. 공백기를 거쳐 복귀한 그는 협회의 '뜨거운 감자'였는데 그로 인해 인기를 되살릴 수는 있겠으나 역으로 그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협회는 신화를 무너뜨리지 않게 하려 했으나 나이가 마흔인지라 (...) 젊은 애들에게 치이며 결국 올스타전 투표에서 밀리고 감독 추천으로 올스타전에 출전하죠. 거기다가 반강압적(...) 분위기로 선발출전을 하더니 (원래 감독 추천 선수는 후보입니다) 올스타전에서 머라이어 캐리가 'hero'를 열창하기까지 하는 등 온갖 배려를 하며 신화를 유지시키고자 했습니다. 뭐, 결국 게임은 반쯤은 조던 때문에 졌습니다만...


좋든 싫든 양키들 쇼맨십은 인정해야 할 듯...

마리아 타카기 역시 은퇴를 통해 전설로 남은 인물 중 하나입니다. 단지 농구나 음악계가 아닌 AV계(...)라는 차이가 좀 크기는 합니다만... 여하튼 2003년 최우수 신인상, 여배우상, 작품상, 미소녀상, 화제상을 해 먹으며 주요 6개부문 중 5개부문을 싹쓸이하는 진기록을 세우고서 다음 해 돌연 은퇴했습니다. 은퇴했으면 노모 하나쯤은 내 주는 센스도 없이 연예계로 진출해 많은 이들의 그리움을 받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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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한국과 일본야구 역사상 5관왕은 각 한 명 씩 뿐이다. 이승엽과 이치로...

죽은 사람 들볶는 것 같기는 하나 저는 김광석도 마찬가지라 봅니다. 김광석이 사실 구리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서태지도 마찬가지이지만) 사라진 덕택에 그리움이 극화되어 그 평가가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죠. 그러나 사람은 결국 비슷한 것에는 조금씩이나마 질리게 마련입니다. 적어도 지금처럼 계속해서 찾고 하지는 않았을테고 열성 팬들을 만들지는 못했을 것이란 게 제 생각입니다.

인간 심리는 참으로 신기해서 가까운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자신의 선택한 것이 잘못됨을 후회하지만 긴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선택하지 않은 일을 후회합니다. 되돌아 올 수 없기에 그 아쉬움이 더욱 큰 것이겠죠. 여하튼 서태지도 이제 계속 얼굴 비추며 그 명성은 조던이 올스타에 탈락했듯 조금씩 깎여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대중 음악이 죽는다고 징징 짜도 10년 전과 비교하기는 좀 그렇죠. 저같은 독거 노인이야 취향이 올드한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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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마리아 타카기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여기
  1. 요즘 서태지의 컴백에 대해서 말이 많은데..
    욕을 하든 뭘 하든 별로 신경 안쓰이고
    빨리 앨범이나 나왔으면
    콘서트 날짜도 빨리 다가왔으면
    하악하악..
  2. 비밀댓글입니다
  3. 비밀댓글입니다
  4. 여자 보기도 바쁜데 제가 왜 남정네를 좋아하겠습니까?...명언입니다.
    제가 남자 가수를 싫어하는 이유죠.
  5. !@#... 하지만 역시 정점에 있을때 자빠져서 신화가 되는 것보다, 계속 좋은 작품을 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좀 덜 신화스럽더라도 최소한 무척 우수한 결과 정도는 내주니까요. (카나분의 노모 컴백을 환영했던 1인)
  6. 은퇴를 하던 안하던 신화였는데...
    은퇴했다고 능력이 과대포장 됬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다만 최고의 기억으로 남는다는것...


    서태지가 꼭 충격적이고 새로운 음악만 들고 나와야 하나요?
    음악적으로 평가를 받아야지...
    지금까지 3장의 솔로앨범을 냈는데 2장은 어떤 앨범을 말하는지 모르겠요.
    솔로1집은 명반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정도면 괜찮은거 아닌가??



    그리고 원래 초기에는 영향을 받으면서 발전하는거 아닌가?
    내가 보기엔 영향을 받았지만, 그것을 자기 것으로 재창조했다는것에 큰 의의를 두지
    나쁜 의도에 표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또 그런소리 들을만큼 완전히 똑같다고 생각들지 않는데요??

    밀리바닐리는 뭔가 전체적으로 똑같은 리프나 멜로디가 반복되서 그렇지 정작
    서태지랑 비슷한건 몇 부분 안돼고, 그것도 영향을 받았다고 느껴질뿐이지 완전히
    똑같다고 생각들지 않습니다.

    댄스음악 초기에 그 정도 영향은 여타 다른 가수도 있는건데 왜 서태지한테만 화살을
    집중하면서 표절이니 어쩌니 하면서 표절가수로 몰고 가는지 모르겠네요.
    차라리 서태지는 완벽한줄 알았는데 비슷한 부분을 들으니 실망이다 그렇게 표현하던가
    그쪽이야 말로 뭐 얼마나 알고 있다고 서태지한테 표절을 인정하느니 말라느니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무슨 밀리바닐리와의 관계가 지금와서 우연히 밝혀진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이미 서태지와 아이들 당시 서태지 본인이 밀리바닐리한테 영향을 받았고 좋아했다고
    직접 밝힌적이 있고, 물론 평론가들이나 음악관계자들도 그 정도 사실은 알고 있었겠지만
    표절이라고 그런식으로 비하한적은 없었습니다.


    전 서태지 비판하는 사람들을 보면 솔직히 공감이 안가는게 많아요.
    자기딴에는 객관적으로 거론한다고 거론하는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자기 기준에서 서태지를 엮어둘려는걸로 보이거든요.
    정작 진지하게 음악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은 별로 못 본것 같아요.
    그냥 새롭지 않다, 충격적이지 않다, 표절이다 이런걸로 한방에 평가하려는 듯.
    물론 그것도 삐뚤어진 시선으로....
    • 2008.07.23 13:47 신고 [Edit/Del]
      은퇴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야 급이 낮겠죠. 팬, 평론, 일반 대중은 모두 따로 놉니다.

      저는 음악에 별 관심이 없어 개인 감상은 언급할 필요가 없으나 솔로부터는 평가가 확실히 낮아졌죠.

      90년대에는 되려 지금보다 표절이라 불릴 곡은 적었습니다. 외국 음악의 유입이 적었던지라 베끼면 대놓고 베끼던 시절이고 들여 올 때도 한국틱한 변방의 매력을 가지고서 수입했죠. 하지만 서태지 정도면 표절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입니다. 영향 받고 좋아했다고 해서 곡을 가져다 쓰면 안 된다고 말할 수는 없죠.
  7. 윗분이야말로 음악적으로 서태지가 어떤지 좀 생각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

    나도 서태지 솔로 1집은 정말 안습이었음. 싸구려 하드코어~반면 시대유감이나 프리스타일 같은 곡은 지금 들어도 좋더라. 초큼 촌스러운 감은 있지만....
  8. 죽거나 사라지면 그 가진 바에 비해 크고 아름답게 포장되기 마련이라지요. 쩝.
    어쨌거나 서씨 아자씬 주위에서 '언제나 짱이에염', '당신이 개척자' 이 딴 소리만 안 하면 그냥 슥 지나치면 그만인데 하도 여기저기서 떠드는 통에 괜히 심술을 부리게 만들더군요. -_-;

    마리아 타카기라...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한데 얼핏 보니 제 취향에 맞는 처자는 아닌 듯...컥)
    • 2008.07.24 22:27 신고 [Edit/Del]
      명성의 힘이란 게 대단한 만큼 또 쌓기도 힘들죠. 아직까지 서태지 붙들고 늘어지는 건 그간 가요계에 얼마나 빅 스타가 없었나를 보여주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도 해 봅니다. 취향은... 보다 보면 또 바뀌덥니다 -_-;
  9. 서태지에 대한 관심이 거의 전무한지라... 지나쳤던 글을 이제야 읽었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인간 심리는 참으로 신기해서 가까운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자신의 선택한 것이 잘못됨을 후회하지만 긴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선택하지 않은 일을 후회합니다" 이 말씀에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득도하신듯한 표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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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면 불륜, 남이 하면 로맨스?내가 하면 불륜, 남이 하면 로맨스?

Posted at 2008. 2. 12. 10:48 | Posted in 예산낭비 문화부
숭례문이 불탔다고 분노하는 민족정신에 불타고 정의감 넘치는 한국인들.
미군 땜시 강제철거당하는 사람들에게 '집단이기주의'라 말하는 이유는?

한국 영화는 다들 똑같다며 무시하는 소위 영화 좀 안다는 양반들.
사실 헐리우드 영화보다 똑같은 서사적 구조를 지닌 영화가 있나여?

한국 영화는 나올 때마다 구도가 조금 비슷하면 표절이라는 딱지가 붙음.
미국 영화가 한국 영화랑 비슷하면 그게 뭐가 표절이라굽쇼? 여부야 나도 모르지만.

서양 학자들에 열광하며 빠순이 모드를 보이는 학자들, 동양의 그것에 제대로 관심을 가져 보았아염?
혹은 한국 현실에 적용하려는 노력이나 있었나염? 하다못해 돌아보려는 노력이라도?

요즘 한국가수들, 곡을 내면서 항상 '정통XX'를 내세우는 이유는?
80, 90년대 음악은 짝퉁이었나염? 요즘 왜 그리 표절 소리 많이 들을 수 밖에(!) 없나요?

글로벌 스탠다드를 외치는 당신, 왠지 모르게 어깨에 힘 주며 뿌듯해하는 당신.
당신은 지금 어디 서 있습니까? 그리고 어디를 바라보고 있습니까?

결론 : 본인은 코 낮고 눈 작은 원숭이 영어를 배웁시다
  1. 비밀댓글입니다
  2. 우왓..태그가 정말 화려합니다.
    그리고 죄송하지만 문화사대주의는 야동때문에 고수할수 밖에 쿨럭..
  3. 여러 사람 뜨끔할 포스팅입니다. 전 내츄럴 본 된장남이라;
  4. 겉은 노랗지만 속은 하얀 '바나나맨'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박민규의 '지구영웅전설' 생각나는군요.
  5. J-Rock은 있어도

    K-Rock은 없다죠....(오히려 K-Rock 소리는 80년대 쯤에 나올법한 이야기...)
  6. Favicon of http://pouramie.com BlogIcon k
    그거 아나? 나 여기와서 가장 쪽팔렸던게 "한국에선 남자들이 하얘지고 싶어한다며?" 라는 말을 들었을때야. 그 이후로 스킨도 안써.

    두번째로 쪽팔렸을땐, 친구들이랑 놀러갔다가, "바디 클린저 있는 사람?" 했더니 샴푸를 가리키며 "저기 있자나." 라더군. 그래서 말했지. "아니 샴푸 말고 바디 클린저"
    무리중에 가장 이쁘고 하야다 못해 투명한 기집애가 한마디 뱉더군. "남자가 왜 저래."

    유럽에 와서도 죽어도 하얘보여야겠다고 하얗게 화장하고 다니는 아시아애들이 많지. 그리고 유럽애들은 노란-혹은-갈색이 되고 싶어서 돈 들여가며 태닝하지. 여기선 "너 우유빛이야"라면 욕인 것을 한국에선 "우유같은 하얀살결"이라지.

    한번은 이탈리아 놈 하나가 참 멋지게 잘 하고 다니길래 "너 참 메트로-섹슈얼이다."라고 했더니 주먹을 불끈 쥐더군. 왜? 욕이니까.. 한국에서 "참 메트로-섹슈얼 하시네요."라고 하면 같은 반응일까?

    졸라 무슨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4가지 예시를 든 것 같이 보이겠지만, 요지는, 우리가 미치도록 환장하고 숭배하며 따라하는 그 유럽풍(서양이라고 하긴 그렇고,유럽에 한정하자. 내가 미국은 모르니깐)이라는 게 알고보면 좆도 말도 개 뿔도 안되는 소리라는거지. 얼굴에 죽어라 화이트닝개새끼 발라봐야 결국 우리는 하얗지 않다는거지.


    영어도 영어고 지랄도 지랄이지만, 참 난 아직도 이해 못하는게 영어가 국력이라는 생각. 필리핀은, 남아공은 뭐했다나? (사실 영어 공부 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런말 하면 우스워 보일수도 있지만 내가 국가를 위해 영어공부하는건 아니니..)



    미안, 요새 회사가 너무 한가해서 하는 짓이 이런거 밖에 없어. 여튼, 형은 된장남하고 거리 8씹키로 떨어져있으니, 내가 욕하는 해당사항에 없어. 걱정마. :P


    ps) 졸업 나 돌아가기 전에 안할꺼지? 중국간다더만
    • 2008.02.25 11:17 신고 [Edit/Del]
      거 참 어떻게 된 세상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의 생존 전략일지도... 몽고가 세계 지배할 때는 양키가 그들 용모를 부러워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ps 난 중국 갔다가 곧 돌아오지만 문제는 니가 언제 돌아오느냐겠지 -_-
  7. 낙타등장
    우리나라 최고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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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권과 게임특허권과 게임

Posted at 2007. 7. 9. 19:05 | Posted in 폐인양성소 게임부

서울중앙지법에서 리듬액션게임 EZ2DJ에 대해 특허권 침해로 판정, 총 117억여원을 원고에게 배상하고, EZ2DJ 제품 4가지 버전의 하드디스크 완제품과 반제품을 모두 폐기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링크) 특허권이 중요하고 지켜져야 함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특허권을 무조건적으로 중시할 경우 오히려 창작활동이 더욱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듭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왼쪽이 EZ2DJ, 오른쪽이 Beat Mania입니다.

Beat Mania는 98년 출시된 게임으로 대전액션 게임이 주류였던 아케이드시장의 판도를 리듬액션 게임으로 바꿀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게임입니다. 그리고 EZ2DJ는 그보다 1년 늦은 99년 등장했었죠. 이번에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결이 난 부분은 '미리 입력되어 흘러나오는 배경음악에 게임자가 게임기를 조작하여 나오는 효과음 등을 중첩시킴으로써 마치 게임자가 음악연출행위를 하는걱과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음악연출 게임기 및 그 게임기에 적합한 컴퓨터 판독 가능한 기록매체에 관한 것'입니다. 쉽게 말해 게이머의 어떠한 동작이 배경음악에 이펙트로 들어가는 것에 대한 특허죠.

이 특허에 따르면 EZ2DJ의 특허권 침해는 너무나 명백합니다. 두 게임 모두 건반과 턴테이블을 사용하여 배경음악에 이펙트를 넣는 게임 방식이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넓은 범위의 특허를 주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이 특허는 게임의 세부적 방식이 아니라 아예 리듬액션 게임, 그 자체를 규정하고 있거든요. 즉 이러한 식으로 모든 게임들이 특허를 냈다면 아마 '액션' '시뮬레이션' '롤플레잉' 등의 장르는 한 회사에서만 나오게 되었을 것입니다.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당연히 재미는 절대 보장할 수 없고요.  

실제로 게임의 발전사에서 큰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는 게임은 모두 개성있는 게임들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게임들은 이러한 몇몇 게임이 하나의 패러다임을 성립한 상태에서 나름 각자의 개성을 추구하는 형태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구미에 맞는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고요. 예를 들어 점프 액션게임의 경우 닌텐도의 슈퍼마리오가 그 장을 연 후 많은 제작사들이 아이템 등 약간의 시스템을 변경해 다른 점프 액션 게임들을 내놓을 수 있었고 그 중 소닉이나 크로노아 등의 경우 상당히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며 사실상 새로운 장르로 인정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만약 닌텐도에서 '점프 액션'을 특허로 냈다면 우리는 취향대로 점프액션을 플레이하기는 커녕 평생 마리오만 하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비록 작은 시스템의 변화라 해도 이를 단순히 표절이라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발전으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대전액션은 그 예를 잘 보여줍니다.  캡콤의 Street fighter2가 아케이드 시장에서 전무후무의 인기를 끈 이후 SNK에서는 '아랑전설'에서 2라인 시스템을, '용호의 권'에서는 대쉬, 기력 게이지, 도발 등의 시스템을, '사무라이 쇼다운'에서는 무기를 추가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의 추가는 후속작에서도 점진적으로 발전되었고요. 캡콤 역시 Street figher3시리즈에서 블로킹 시스템을, 뱀파이어 시리즈에서 가드 캔슬 등의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이처럼 양사는 자사의 게임 시스템뿐만 아니라 서로의 시스템을 조금씩 모방, 발전시키며 더 나은 게임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아예 협력하에 양사 캐릭터가 모두 등장하는 게임을 만들기도 했고요. 그러나 만약 캡콤이 대전액션 자체를 특허화 시켰다면 이러한 발전은 이뤄지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시 EZ2DJ와 Beat Mania 이야기로 들어가면 두 게임의 방식은 내려오는 노트를 박자에 맞춰 건반을 눌러 음악에 이펙트를 준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지만 EZ2DJ의 경우 Beat Mania와 달리 그래픽이 전체 화면에 나오며 페달의 추가, 이펙트 조절 가능, 건반을 길게 누르는 등 여러 부가 요소가 가미되어 있습니다. 즉 단순 아류작으로 보기는 힘들며 오히려 Beat Mania보다 여러 부분에서 발전된 면을 보이죠. 그런데도 이가 단순히 특허권 침해로 인정된다면 앞으로 좋은 리듬액션이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저는 유사 게임 자체가 등장할 수 없게 만들어버린 코나미가 가지고 있는 특허에 상당히 문제가 많다고 생각되네요. 좀 수정을 가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언젠가 포스팅하겠지만 저는 게임계 자체가 상당히 위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롬팩 시대가 가고 CD, DVD가 주매체가 되어 용량의 장벽이 사라진 현재 점점 게임은 독창성을 추구하기보다 점점 그래픽, 사운드 등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게 되면서 제작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고 있거든요. 이 때문에 대자본이 아니고서는 경쟁 자체가 힘들고 대자본 회사는 모험을 회피하고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어버립니다. 헐리우드처럼 인디계를 통해 신선함을 공급받는 시스템으로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가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고요.

이러한 상황에서 코나미와 같은 특허권 행사는 개발자들의 역량을 발휘하는 데 큰 장애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저도 독특한 게임들을 많이 접하고 싶지만 이러한 게임들의 등장은 단순히 유사 게임을 금지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간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응용하고 접목시킬 때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어쨌든 이런 면에서 저는 법원의 판결이 게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특허만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며 나온 졸판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군요. 또 석궁이라도 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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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음, trackback 전송이 실패하네요.
    khrislog.net/entry/where-is-EZ2DJ-going
    수동으로 남기고 갑니다.
  2. 유상훈
    나는 철권 밖에 모른다오.ㅋ
  3. intherye
    이런 경우 특허권 무효화 소송 같은 것을 할 수 있는 걸까요. @_@
  4. 지나가다
    등록된 특허에 대해서 무효심판을 거는 것도 가능합니다.
    특허의 범위가 너무 넓다는 것만으로 무효가 되진 않지만, 그 넓은 특허가 이전부터 알려진 기술과 겹친다든가 하면 무효화될 수 있죠.
    특허결정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만큼 완벽할 수 없고, 그에 따른 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거죠.
  5. 별가
    ez2dj는 표절 맞습니다. 아무리 변명을 해봐도 표절맞는데 꼭 ㄱ소리들 많이 하더군요
  6. 좋은 글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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