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의 5단계논쟁의 5단계

Posted at 2008. 3. 27. 17:55 | Posted in 수령님 사상전집

SuJae님의 글 '사람답게 살고, 인터넷하고, 댓글 달자'을 보고 문득 생각이 들어서 사람들의 논쟁 단계를 한 번 정리해 보았습니다. 사실 넘쳐나는 사람들의 논쟁을 단계별로 분류함은 쉽지 않은 일이겠으나 제 경험에 의거해 볼 때는 대충 들어맞지 않을까 합니다. 제 나름대로 생각한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 정념(情念)의 단계
말 그대로 상대방의 논리를 받아들이기보다 자기 감정에 근거해서 이야기합니다. 물론 감정적인 부분도 서로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중요한 부분이겠으나 이가 우선해버리면 아예 경청이 불가능하기에 절대 좋은 결과를 낼 수 없습니다. 누구나 이가 잘못되었음은 알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2단계 : 변증(辨證
)의 단계
상대방의 전체 논지를 바라보기보다 부분적인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물론 문제 지적은 언제나 유의미하지만 그것이 전체적인 맥락과 유리되어서는 비생산적일 뿐 아니라 논지 이탈마저 낳기 쉽습니다. 그리스에서 소크라테스를 좋아하지 않은 이유는 어차피 모든 주장은 일정의 오류를 포함할 수밖에 없는데 어떠한 대안을 낳으려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죠. 대개 지식과시욕이 강한 이들이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단계 : 투아(投我)의 단계
단순한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자기 의견을 내세웁니다. 언제나 그렇듯 비판은 쉽지만 작은 대안 제시는 물론 의견 개진조차도 쉽지 않습니다. 일단 이 단계에 이르르면 적어도 비생산적인 논쟁은 사라집니다. 내 의견과 상대방의 의견 중 무엇이 더 나은지를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도 변증법이 더욱 효율적으로 이용되는 등 더 나은 대안을 찾아 나갈 수 있습니다.

4단계 : 수용(受容)의 단계
기본적으로 3단계와 비슷하지만 자기 의견 개진을 넘어 상대방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을 연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inuit님의
경청의 3단계에서 open to your mind가 이에 해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5단계 : 소쟁(消爭)의 단계
제가 생각하는 논쟁에서의 최고 단계로 '論爭'에서 '論'만 남으며 '爭' 자체를 무화시킵니다. '누구의 의견이 옳은가'에서 '주어'가 사라지며 오직 '올바름'만이 남습니다. 엄연히 論과 爭으로 구성된 개념에서 절반을 때어낸다는 게 모순처럼 보일지 모르겠으나 가능합니다. 물론 이러한 경험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겠으나 일단 한 번 누군가를 통해 경험하면 이후 논쟁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뀔만큼 마법과 같은 단계입니다.

어느 단계든 분명한 점은 이들 단계간의 차이가 어떠한 '기술'이나 '능력'에 의겨하기보다는 오히려 '인격'과 '품성'에 의거한다는 점입니다. 2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경청과 감정 자제가 필요하고 3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저 높은 곳에서 바라보지 않고 자신을 걸고자 하는 예의가 있어야 합니다. 4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포용력과 상대 존중이 필요하며 마지막 5단계를 위해서는 양 쪽 모두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풍요의 심리는 물론 상대방에게 배울 점이 있다는 '겸허함'이 있어야만 가능한 단계입니다.

사실 각 단계는 종이 한 장의 차이에 불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쉽게 글로 옮겨낼 수 있는 것이죠. 그러나 그 종이 한 장의 차이는 대단히 큽니다. 한 단계를 넘어설 때마다 자신을 둘러 싼 세계는 극적으로 변화하고 넓어질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은 어떤 단계에 서 있습니까?

결론 : 걍 술로 풀자논쟁의 최고수는 나경원,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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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바나나
    오크 여사 무시하시나요?
  2. 어떤 단계냐구요?
    상대에 따라서 단계가 바뀌니 1단계도 5단계도 될 수 있겠네요. 아리따운 여성분에게 대하는 것과 극렬마초(마초를 비하하는게 아닙니다.), 꼴통페미(역시 페미니스트를 비하해 하는 말이 아닙니다. 꼴통페미는 따로 존재합니다.)와 대화를 나눌때 논쟁의 정도가 달라질 뿐더러 상대에 따라 감정개입의 정도도 달라지니 분명 단계는 오르내리락하겠죠..

    역시 이런 글 보면 너무 재밌습니다. 이 맛에 승환님 블로그 들어옵니다.ㅋㅋ
    • 2008.03.30 16:33 신고 [Edit/Del]
      상대에 따라 단계가 변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제 경우에는 아예 안 되겠다 싶으면 말을 않고 조용히 피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반대로 자신이 좋은 상대가 된다면 상대방 역시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말은 고맙게 받아먹겠습니다 ^^
  3. 오홋, 대단하시네요.

    rss로만 구독하는 유령블로거가 댓글을 남기게 할 정도로 인상적이네요.

    중국에 계셔서 그런지 한자글도 많은 것도 같구.. ^-^
  4.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사람들이 저하고 말이 안통한다고 하는게 저의 인격과 품성 때문이었던거군요. 크흑.
    근데 저도 아리따운 여성과 대화할때는 급 5단계화 얍삽함을 보입니다.
  5. 아, 좋은 글입니다. -_- 근데 인터넷이 뭐죠?
  6. OK목장
    저의 경우는 욕먹는 게 두려워 아예 자기의견을 안 내려고 하죠..
  7. 무아무쟁의 단계.
    나의 의견을 주장하기보다는 다른 이의 의견을 수용하고 이를 통해 또 다른 자아를 생성하는 단계. 언듯보기에는 매우 이상적인 모습 같으나, 끊임없는 논쟁꺼리를 만들면서도 싸우지 아니하고, 밤새 키보드를 두드리는 절대 폐인의 단계.
    내가 없고 너도 없으니 아무런 이익이 없고, 다만 헛된 지식으로 밥 굶기 딱 좋은 단계입니다.

    이 단계는 이승환님의 5단계 어느 사이에도 존재하지 아니합니다.
  8. 전 엄마랑 대화할 때 항상 정념의 단계 수준이었다는 사실을 이 글을 읽고 깨닫게 되었네요. 1단계 aka 말싸움이라고 해석해도 되나요? -_-;
    수령님의 흥미로운 글 항상 재밌게 읽고 있슴니다. 이상 유령구독자였습니다.
  9. 형님 퍼가도 괜찮겠죠?
  10. 준석
    허허 좋은 글 읽어서 기분이 좋네요. 염치 불구하고 출처밝히고 퍼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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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노동조직 한국프로야구반노동조직 한국프로야구

Posted at 2008. 3. 4. 11:22 | Posted in 정력은국력 체육부
이 글의 목적은 현재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의 구조조정이 합리적이라고 박수치는 네티즌들에게 한국 프로야구가 얼마나 반노동적인지 알리고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의 짓거리가 상도덕에 어긋나는지를 알리는  것이다. 글이 드럽게 기니까 적당히 짧게 끝내고 싶은 분들은 전문 스포츠 블로거 kini님의 글만 읽고 치우는 것도 효율적인 선택이겠다.어쨌든 시간이 많거나 승환오빠, 사랑해요~ 하는 분들을 위해 긴 글을 좀 펼쳐 보겠다.

야구에 관심 없는 분들은 관계 없겠으나 야구 좋아하는 분들의 요 몇 달 간 최고 화제거리떡밥는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라는 종자모를 투자회사였다. 자본금 5천만원에 설립 일 년도 채 되지 않어 연 운영비 200억이라는 야구구단을 인수했으니 당연히 관심이 될 수 밖에. 뭐 홍정욱이같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집안 빨로 언론사 인수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듯 한국 사회에서는 별로 이상한 일만은 아니다. 솔직히 난 요 놈들 사기꾼이고 KBO는 낚인 고기, 현대 구단은 봉이라 생각했으나 어찌 신기하게 연 백억을 바친다는 스폰서bong도 구하는 등 구단다운 모습을 하나 둘 갖춰가고 있다. 덤으로 담배 회사를 스폰서로 하자는 이야기는 야구 게시판에서 농담으로 오르락거렸는데 정말 현실화 될지는 몰랐다. 역시 세상은 넓고 기업bong은 많다. 참고로 내가 과거 센테니얼에 가지고 있던 시각은
ozu님의 글을 참고하도록.

어쨌든 감독에게 직접 표 끊고 서울로 올라오라거던 구단이 스폰서를 구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지만 이들의 행보는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이슈는 현대 선수단과의 마찰. 박노준 단장바지사장은 취임하자마자 몇몇 고액연봉선수들은 나가야 할 거라는 선언을 하며 선수들과 대립각을 그었고 이에 현대 선수단은 선수단과 만나지도 않고 뭔 개소리냐며 아예 100% 고용승계를 주장했다. 사실 이들도 실제 100%가 가능하리라 생각하지는 않았을 게다. 왜냐면 타 구단도 매년 몇 명씩은 방출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신인 선수 및 2군 선수가 치고 올라오고 로스터는 한정되어 있으니까. 물론 잘릴 놈은 고액 연봉 노장 몇 명으로 한정될 게 뻔하니 대부분의 선수가 걱정은 않았겠으나 그래도 같이 먹은 밥이 있는데 그들이 잘린다는 게 기분이 결코 좋지 않을 터, 연봉삭감을 감수하며 고통분담하겠다는 명분까지 내세웠다.  

알 사람은 알겠지만 한국은 반노동정서가 강한 국가다. (웃긴 것은 반노동만큼은 아니지만 반기업정서도 강하다-_-) 덕택에 선수들의 고용승계 주장에 네티즌들은 물에 빠진 색히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 지랄이냐며 함께 다구리를 깐다. 그러나 이런 일 사실 흔해 빠졌다. 기업 인수할 때 구조조정이 있는 것도 흔히 있는 일이지만 동시에 회사 노조원들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일도 흔하다는 것. 이는 개인의 이익을 추구함이 제도의 전제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아주 당연한 일이며 노동법상으로도 제3자가 끼어들지 못하는 영역으로 본다.

사실 이 싸움은 시작부터 고용주가 무조건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야구단의 경우 기업과 달리 '명목적'으로는 인수가 아닌 '창단'의 형태이다. 과거 쌍방울을 현대가 인수했을 때도 이와 같은 형태였으나 당시 목적이 '드래프트 지명권' 및 '지역 연고' 때문이었다면 센테니얼의 경우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했던 측면이 크다고 봐야 하겠다. 그런데 센테니얼 이 놈들 미쳤는지 100% 고용승계에 OK 싸인을 내 버린다. 나도 무지하게 놀랐는데 그 전까지 박노준 단장바지사장은 선수단과 제대로 된 협상 의지를 내비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작스레 완전 고용승계 보장이라니, 이 놈들이 갑자기 휴머니스트가 된 건지, 로또 삼연속 1등이라도 맞은 건지...

이런 나의 고민은 며칠 후 깔끔하게 사라졌다. 알고보니 프로야구 연봉 최대 삭감폭이  철폐되어 버린 것. 연봉 최대 삭감폭의 철폐라니, 이건 또 뭥미? 고로니 이제까지 한국 프로야구에는 전해 연봉에서 40% 이상을 삭감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었는데 이게 사라진 것. 고로 과거에는 3억을 먹던 선수가 아무리 깎여도 2억 8천은 먹었으나 이제는 이론상으로는 3000만 먹을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이게 이사회를 통과한 것을 알고서 박노준 단장바지사장은 여유 있게 꽁수를 둔 것. 그리고 최대 80%까지 삭감안을 제시하며 '싫음 나가삼, 갈 데도 없을 거임'이라는 여유 있는 자세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연봉 거품 빠진다고 '센테니얼 만세'를 외치며 이제 한국 프로야구도 메이저리그처럼 연봉이 합리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현재의 모습이다.

나는 한국 프로야구에 먹튀가 많음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까놓고 이야기 해서 지금까지의 FA 중 실패한 놈들은 수두룩한데 성공한 인간은 정말 소수다. 그런데 이 FA들이 받는 돈이란 적지 않아서 기본이 억이오, 여기에 계약금이라는 괴상망측한 돈까지 얹어주고 있다. FA 계약이 아니더라도 고액 연봉을 받는 이들 중 제 값을 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메이저리그는 한 해 못 뛰었다고 연봉이 ㅂㅈ되는 일은 흔하디 흔한 일인데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란 찾아 보기 힘들다. 조용히 은퇴하는 인간들은 좀 있는 듯 하지만.

문제는 그럼 이런 먹튀들을 제외한 놈들은 제대로 돈을 받고 있냐는 것. 글쎄다, 이건 정말 그렇게 보기 힘들다. 먼저 한국은 메이저리그처럼 FA가 쉽게 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가 6년간 열심히 뛰면 FA 자격을 주는 데 비해 한국은 무려 8년이다. 긴 인생, 뭐 2년 가지고 쪼잔하게 씹어대냐고 물을 수 있지만 그게 아니다. 우선 한 시즌에 대한 잣대가 한국이 훨씬 엄격하다. 덤으로 군대가 2년이나 잡아 먹는다. 즉 사실상 10년인데 여기에 덤으로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선수 관리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고로 걔네들이 전성기가 되는 33세 즈음, 즉 한국 프로야구 FA를 맞이하는 때에 이미 노쇠화가 시작되어 버린다. 한 마디로 구단에서도 FA로 선수를 사기에 매우 망설여지는 것인데 이는 지금까지 망해 왔던 FA들이 솔선수범하며 보여주고 있다. 좀 더 자세한 자료를 알고 싶다면 롯데나 LG팬에게 술 한 잔 사주며 물어보면 된다. 덤으로 메이저리그, 일본 프로야구, 한국 프로야구의 FA제도 차이를 알고 싶다면
손윤님의 글을 한 번 참고하도록.

이에 따라 무려 8시즌간, 그것도 거의 풀로 뛰어야만 주어지는 FA는 한국 프로야구에는 이외에는 대박의 찬스가 없다. 즉 연봉 책정은 어디까지나 구단의 손에 있지, 선수에게 있지 않다. 물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봉조정제도라는 놈이 존재한다. 이 제도는 FA가 되기 전 구단에 처신이 맡겨진 선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존재하는 제도로 선수와 구단이 끝내 연봉 협상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양측의 제시 연봉을 연봉조정위원회에 제시, 이 중 합리적인 연봉을 선택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연봉조정위원회가 KBO 맘대로 짤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구단의 손을 든다는 것. 이미 1984년 전두환 정권 때부터 존재한 이 제도에서 선수가 승리한 것은 내 기억으로 2002년 유지현 선수가 유일하다. 더군다나 이것조차 이병규에 대한 연봉조정위원회의 꽁수를 언론서 무마하기 위한 술책이라는 이야기가 넘친다. 기억으로 이병규가 협상용으로 블러핑 때린 연봉을 제시 연봉이랍시고 그대로 구단이 제출한 개꽁수였는 듯... (언제나 그렇듯 이 블로그는 주인장의 기억에 의존하기에 온갖 오류가 난무함을 양해 바란다)

이처럼 선수들은 구단과의 협상에서 무지하게 불리하다. 정말 끔찍하리만큼 말이지. 어차피 프로야구 시장 자체가 개방형 모델이 아니다. g-market처럼 아무나 입주하고 그 중 싼 상품을 고르는 게 아니라 입주하려면 입주금(KBO 가입금)도 내야 하며 각 구단으로부터 승인도 받아야 하며 이후 거래(트레이드 및 연봉 책정)도 규정을 따라야 하는 등 온갖 제약이 뒤따른다. 물론 이러한 폐쇄형 모델이 무조건 안 좋은 건 아니다. 잘 짜놓은 폐쇄형 모델은 그 나름의 안정성을 부여한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수익금 분배 제도를 통해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small market 구단을 생존시키기까지 한다. 이 부분의 자세한 이야기는 역시
손윤님의 글을 참고하자.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위에서 보았듯 1. FA가 되기까지 더럽게 험난하며 2. FA가 되기 전까지 연봉에서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으며 3. 여기에 추가로 FA에 대한 보상이 장난 아닌지라 FA가 되어도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큰 돈 만지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전 해 연봉 450%를 갖다 바치라면 삼성, 롯데, LG 등 정신나간 구단을 제외하고는 쉬운 일이 아니다.

자, 지겨운 이야기 그만두고 다시 초반으로 돌아가 보자. 한국에 먹튀들 많다. 그런데 그 먹튀들이란 선수가 되기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이렇듯 불공평한 입장에 놓인 상황 속이기에 최고급 활약을 계속해서 구가해야만 얻을 수 있는 지위가 바로 그 먹튀들의 지위이다. 연봉액이 낮아지며 차츰 해당 연봉대의 선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미국과 달리 한국 연봉에 양극화가 심한 것은 이 때문이다. 연봉을 합리화하자는 주장은 좋다. 그러나 연봉 합리화를 운운한다면 구단에 유리하도록 고액 연봉자의 연봉을 삭감함과 동시에 사실상 노예계약에 얽매어 있는 다수 선수들의 연봉을 상승시킴이 옳다. 정확히 말하면 이득을 보는 선수 뿐 아니라 손해를 보는 선수들도 시장 가격으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쯤 되면 나오는 이야기가 구단은 이미 적자를 충분히 보고 있다는 것. 고로 자신들은 더 이상 연봉으로 돈 낭비할 여유가 없다는 게다. 사실 구단이 쓰는 돈 중 가장 큰 부분을 연봉이 차지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질문 하나, 대체 누가 그 돈 쓰라고 했나? 오버페이, 오버페이 하지만 그 돈을 지른 것은 어디까지나 구단이다. 한 마디로 그들은 오버페이라 말할 자격이 없고 정말 그들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면 돈을 쓰지 않았어야 한다. 일류 에이전트들은 블러핑을 무지 잘 친다. 이에 대해 누가 그딴 가격에 사냐고 사람들은 욕하지만 한 구단만 걸려들면 그게 시장가격이고 합리적 가격이 되어버린다. 사실 지금까지 자신들이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돈 팍팍 써제끼다가 갑작스레 선수들의 연봉을 문제 삼는다는 것은 뭔가 어불성설인 것 같다. 참고로 합리적 가격에 대한 생각은
inuit님의 글을 참고하였음.

이제 슬슬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나는 이러한 이유로 연봉 최대 삭감폭 폐지가 가뜩이나 여러 불리한 조항에 얽매인 선수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한다고 생각한다. KBO에서는 상한폭 폐지가 없다는 주장으로 맞서지만 이는 상황이 다르다. 주식하는 친구들이 자주 하는 이야기가 10% 오르고 10% 내리면 결국 본전 이하라는 것. 더군다나 이는 그 액수가 클수록, 그리고 비율이 높을수록 더욱 잃는 정도가 크다. 한 마디로 숫자 장난이라는 것. 게다가 연봉이 높은 비율로 오르는 선수들은 대개 신인급이라 실제 상승액은 그다지 높지 않은 데 비해 깎이는 선수들은 노장급인지라 고액에서 깎인다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굳이 고액 연봉자가 귀찮다면 일본 프로야구처럼 선수들의 연봉 정도에 따라 연봉 삭감폭 제한을 달리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물론 일본은 연봉 1억엔 이상의 선수가 40%, 이하의 선수가 25%인지라 한국 프로야구보다 훨씬 괜찮은 환경이라는 것도 참고했으면 좋겠고.

사실 한국 프로야구 운영 비용을 줄여야 함은 피할 수 없다. 나는 쌍방울 레이더스의 마지막 팬으로 프로야구에 별 관심을 갖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스포츠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희열을 안겨주는지 정도는 충분히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업은 bong이 물론 우리담배는 bong이지만 아니다. 프로 스포츠는 수익을 내야만 한다. 광고효과를 이야기하는데 광고효과까지 고려해도 여전히 프로스포츠는 적자 놀이다. 기업들이 욕 먹을까봐 빠져나가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이는 적극적 사고로 수익 창출을 꾀해야지, 무조건적인 비용 삭감에 얽매어서는 안 된다. 물론 필요한 부분은 과감한 구조조정을 해야 하지만 FA와 용병 폐지 등으로 경기의 질을 낮추면서까지 비용 삭감에 얽매이는 것은 정말 공멸로 향하는 길과 다름 아니다. (
관련기사) 이거 뭐, 농구대잔치 보고 싶다는 것도 아니고...

이제 구단들도 선수들의 목을 조르는 카르텔을 벗어날 때가 되었다. 세계를 무대로 누비는 기업이 하청업체 모가지 조를 때가 아닌 자기 경쟁력을 높일 때 성장하듯 프로야구 구단도 타 구단보다 더 효율적이고 더 고객 친화적일 때 팬을 얻고 수익을 키울 수 있지, 선수에 불리하고 구단에 유리한 제도만을 취하려다가는 단기적 이익은 가능할 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불이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윈윈이 가능하다는 풍요의 심리로 파이를 키워야지, 현재 파이를 조금이라도 더 취하려는 사고로는 영영 적자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게 주제에 벗어난 소리로 여겨진다면 한 가지는 분명히 했으면 한다.
비록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상도덕이 있다는 것이다.
  1. 열심히 읽었습니다. ^^;;;; 야구장에는 지금까지 2번정도 가본 것 같습니다. ;;;;;; 사실 경기는 야구가 축구보다 더 재미있는데... 웬지 야구는 한물 간 느낌입니다.
  2. 부산갈매기.. 이전에 야구팬(;;)이지만 요즘 야구 돌아가는거 보면 참 슬픕니다.
    안그래도 야구팬이 점점 줄어가고 있는 듯한데...(위에님 처럼 한물갔다는 소리 들으면 진짜 슬퍼요.ㅠ.ㅠ)
    그래도 전 야구가 좋아요.
    같은 날에 우리나라가 월드컵 결승전 : 롯데 PO 하면 무조건 야구 ㄱㄱㅅ인데.....
    쩝쩝..
  3. 과객
    오늘도 글 잘읽고갑니다.
    요새는 시사에대한 여러사람의 의견을 접하기 힙드네요
  4. 비밀댓글입니다
    • 2008.03.06 18:26 신고 [Edit/Del]
      재미있는 추측이네요. 하지만 저는 하일성과 신상우가 일머리가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_- 동의가 힘드네요. 어쨌든 지금까지 꽤 성공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은 신기합니다. 봉이 많기는 많은 듯...
  5. 그렇지 않아도 ... 연봉 문제나 그와 연관된 부분을 포스팅할 생각이었는데 ...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6. 민트
    아..모르겠다. 그냥 한화 이글스 이번엔 우승해라. 빠샤!?
  7. mike
    읽은 사람중에
    1. ""어쨌든 시간이 많거나"". 2. ""승환오빠, 사랑해요~"" 의 비율이 궁금해집니다.


    아무튼 1번인 저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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