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과 현실 사이고전과 현실 사이

Posted at 2009. 4. 25. 23:55 | Posted in 책은곧배게 학술부
두목께서 나의 포스팅에 열폭한 나머지 - 마흔 살이 어린 아이 사진이면 충분하지, 무엇을 더 바라는가! - 자신의 최측근 행동대원 황씨에게 사주, 본인을 토요일인 오늘도 업무의 늪으로 빠뜨렸다. 돌아오는 길 부르주아 황씨와 고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떡밥찾아 삼만리 인생인 본인은 생각이 슬며시 민노씨네에서 일어났던 논란으로 옮겨갔다. 

좀 뜬금없는 이야기이지만 주인장은 맥루한은 좆도 모르는고로 생략하고, 그 논쟁(혹은 그 비슷한 거)을 보며 고전의 해석을 가지고 물고 늘어지는 게 생산적인가 하는 엉뚱한 물음을 떠올렸다. 책, 특히 고전의 해석에 대한 논쟁이 비생산적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대개 책에 파묻혀 현실에 대해 검토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맥루한의 말은 A다, B다... 이러한 물음도 의미가 없지는 않겠으나 그보다 A로 해석할 때 현실이 어떻게 해석되고, B로 해석할 때 현실이 어떻게 해석되는가? 그 두 가지 시각 중 한 가지 시각이 완벽하지 않다면 두 가지 시각인 보완관계인가, 대립관계인가? 시각들에 문제가 있다면 우리는 이들을 어떻게 다듬어 더 좋은 현실에 대한 해석틀로 삼을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이 담보되어 있지 않다면 그 질문이 과연 효과적일까?

역사에서 상당히 긴 시간이 그러했듯 고전을 신주단지 모시듯 대하는 경건한 자세도 좋다. 그러나 그보다는 부족하고 서투르더라도 그것을 끊임없이 현실에 투영해 보고 대안을 찾아보는 작업이 복잡한 세상에서는 더 소중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그것이 고전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라 무시하기보다, 오히려 지평을 넓혀주는 또 다른 하나의 계기로 받아들여주는 포용성이 있을 때 세상은 조금씩 더 나아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만화계의 맥루한이라 불리우는 스콧 맥클라우드가 맥루한에 미친 학자보다 그의 뜻을 정확히 해석할 수 없을지라도 그보다 맥루한을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강한 인사이트를 심어 준 이가 있었을까? 

성리학이 최한기의 기학까지 받아들여 줄 수 있는 포용성을 갖추었다면 동양철학은 경험주의를 스스로 이루어 낼 기회를 맞이하게 되지 않았을까?

지금까지 성서 근본주의가 세상에 가져다 준 이로움은 무엇일까? 오히려 예수야말로 가장 근본주의를 경멸했던 이가 아니었을까?

모든 해석이 유연해져야 하고, 동등해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세상에는 마땅히 지켜야 할 규준은 아닐지언정 존중해 주어야 할 규준 정도는 있다. 그것이 모든 대상을 완벽하게 평가내릴 수는 없을지언정 '더 나은'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기대할 수는 있을 것이며, 우리가 이를 맹신할 필요는 없을지언정 무시하는 것보다는 나은 경우가 꽤 될 것이다. 물론 과학과 달리 인문학의 영역에서 이가 꽤 애매하고 힘들어지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정말 어이 없이 자기 주장만 떠드는 소리가 아닌 한에서야 조금은 귀를 기울여도 좋지 않을까? 읽어 놓고도 뭔 소리인지 알 수 없는 책의 anything goes라는 말이 떠오르는 하루다. 아으, 우재엉아가 한국에 있었으면 이 책이나 좀 해설해달라고 할 셈이었는데...

저 대인배의 사랑스러운 표정을 보라!
  1. 그런다고 이런 것을!ㅎㅎ 좋은 주말 보내세요. 저는 월요일에도 시험이...
  2. 2빠.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는 책은 파이어아벤트의 <방법에의 도전>이군요. "Against method"를 "도전"으로 번역한 게 좀 ㅎㄷㄷ하다는. 아무튼 한글 제목답게 수령님도 "도전"해 보세요! 수령님다운 멋진 독후감을 기대하겠다능. 화이팅!
  3. 짤방만 구경함
  4. 내용과 짤방이 관계가 있는.....
    여튼 저넘 어기저기서 많이 흔들고 다니길래 부러웠는데..
    나름 고생도 하고 사는 군요..
  5. 앗. 깜박 속을뻔했다.
    "마흔 살이 어린 아이 사진이면 충분하지, 무엇을 더 바라는가!"
    ========

    이게 고도의 빠짓이란걸 놓칠뻔했네요. -_-
    • 두목
      2009.04.26 09:31 [Edit/Del]
      수령님! 이 분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듯하오.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
    • 2009.04.27 13:46 신고 [Edit/Del]
      저거 수정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날렸군요-_-
      사실 저는 저 분에 대해서도 스토킹 중입니다, 잃을 것 없는 저만 좋군요...
  6. 저련
    그 파이어아벤트도 과학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규범을 제시한다는.. ㄲㄲ 경험을 통한 검증 가능성이 없다면 과학이 아니라 자연 형이상학쯤 된다고 하는 뉘앙스의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맥루한은 아마도 미디어 연구에 있어 가장 중대한 비빌 언덕이기 때문에 고전 취급 받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분명히 후기 비트겐슈타인(이하 W)의 그림자 아래 있는듯한 직관을 밀어붙이고 있는 양반이라는.. ㄲㄲ 다만 그놈의 메세지가 통사론적 구조와 의미론적 외연/내포에 모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둔다면, 맥루한은 통사론적 차원에 대해서는 별무관심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W의 '삶의 양식'이란 말에 너무 꽂힌 것인지 오만 것들의 form을 서술하는데 열중하지만 공적인 것으로 입증될 수 있는 것인지 불분명한 아리까리한 개념들을 남발해가며 자신의 이론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W의 또 한가지 축인 공적인 것의 공유 가능성 또는 검증 가능성을 좀 많이 무시하는 듯 하고. 맥루한의 경향성에 더해, 영미 비주류에서 선호하는 철학이 철학계의 전부인 것 처럼 생각하는 경향까지 더해진 일부 미디어 연구는 분석철학쪽에서 강조하는 주제랑 별로 안친한 듯 한데, 그런 경향성은 좀 비판적으로 찔러봐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요새 듭니다.
    • 2009.04.27 13:51 신고 [Edit/Del]
      넹, 근데 그 부분 무시하고 온갖 사이비들이 파이어아벤트 인용하는 거 보면 쪼끔 기가 차다는 ㄲㄲ

      아래 부분은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곧 있을 만남에서 가르침을 청해야겠군요 _(_ _)_
  7. 맥루한이 누군지를 몰라서 지금 말씀하고 계신 '고전'이라는게 제가 이해하고 있는 문학적 의미의 '고전'과 같은 것인지 모르겠군요.(찾아보긴 귀찮고;;)

    어쨌든 제 이해범위 하에서, 고전의 해석에 대해 왜 서로 열을 올리며 경쟁하는지 이해가 안되는군요.
    이해라는 것은 스스로 그것을 통해 모종의 '깨달음'을 얻었다면 그것으로 되는 것은 아닌지.
    다른 '이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그것을 다른 '가능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쪽이 더 생산적이지 않나 싶네요.
  8. 아, 짤방의 저 남성에게선 순교자적 희생이 느껴지는군요.-_-b
  9. 오오, 오랫만에 듣는 맥루한 아자씨의 이름 석자(...)하며 읽었으나 포스팅의 내용을 한 순간에 휘발시키는 짤방의 힘이란...

    이차시각피질이 쪼그라들어 제 기능을 잃는다면 건 다 이 포스팅 때문입니다.
    덴, 아윌 수우 유! ......
  10. 본문 내용은 난해했는데. 사진을 보니 정리가 되네요.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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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들의 공통점애널리스트들의 공통점

Posted at 2008. 9. 5. 21:31 | Posted in 대안없는 사회풍자부
1. 옆 애널리스트의 말을 듣고 따라한다.

2. 물론 옆 애널리스트도 자기 옆의 펀드매니저의 말을 듣고 따라하는 것이다.

3.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4. 그들이 따라하는 말은 언제나 "관망하라"이다.

5. 가끔씩 사거나 팔라고 할 때도 있다.

6. 이 때도 항상 조심하라고 한다.

7. 그리고 단서도 꼭 붙인다.

8. 이 단서들의 공통적 특징은 '해석하기 나름'이다.

9. 절대 자기 돈은 굴리지 않는다.

0. 어쨌든 얘네는 돈을 버는 것 같다.

결론 : 아버지께서 증권 회사 그만두고 할 일이 없다고 한탄했는데 점점 이해가 간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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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3은 많이 동감합니다. 근데 5~8은 펀드매니저가 아니라 애널리스트에 대한 얘기 같네요.
  2. 게이들에 빗대여서 욕을 많이 먹는 직업이기도 하지요. ㅎㅎ 발음을 잘해야 한다는
  3. 민트
    ㅠ.ㅠ 우리집도 좀 털렸습죠. 애널리스트 따윈 믿지 않아..전 돈 벌어도 그냥 은행에 짱 박을래요; 아님 땅 살거야!!!
  4. 언제까지 관망만 할텐가
  5. 역시 강건너불구경은 아주 쉬운가봅니다. ㅎㅎ
    재밌게 봤어요 ^*^

    날씨가 오락가락하니 감기 걸리기 딱 좋습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6. Favicon of http://pouramie.com BlogIcon k
    애들이 analyst가 아니라 analist들이라서 그래.
  7. ㅋㅋ. Definitely ag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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