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맨십과 커뮤니케이션을 모르는 두 대통령, 노무현과 이명박쇼맨십과 커뮤니케이션을 모르는 두 대통령, 노무현과 이명박

Posted at 2008. 6. 1. 19:51 | Posted in 없는게나은 정치부

최근 들어 사랑받는 노무현, 미움 받는 이명박이라는 공식은 아주 기정사실화 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 머리 속에 이들은 여전히 비슷한 부류로 남아 있습니다. 이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둘 다 정통 정치인의 길을 걷지 않았음에도 둘 다 정치의 최고 지위에까지 올라섰다는 점, 그리고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예전 방식을 고집하고 있고 그것은 기존 정치 행태와 부딪히는 길이라는 점입니다. 둘 다 정당을 내치고 독선적인 길을 걷고자 하며 기존의 조직 구조를 물려 받는데 인색합니다. 가뜩이나 정당 내 씽크탱크가 약한 한국 정당 구조에서 이는 정치 기반은 물론 정책의 안정성마저도 해치며 결국 이들의 지지율을 끌어내렸죠. 결국 두 대통령은 '정치를 싫어하는' '반정치적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sonnet님의 글을 인용하는 게 빠르겠군요.

시간이 흘러 이윽고 노무현이 퇴임하고 이명박이 새로운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이명박은 '말뚝뽑기' 내지는 anything but Roh를 표방하며 노무현과의 차별화를 강하게 외쳤지만, 이상하게도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지지했던 큰 흐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이명박 역시 방향은 좀 달랐지만 노무현과 마찬가지로 강한 반관료 "개혁" 성향을 띄고 있었던 것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노무현의 반관료성향이 기득권층을 문제시하는 재야 내지는 아웃사이더적 성향에서 온 것이라면, 이명박의 반관료성향은 민간기업이나 자영업자 출신들이 공무원을 보는 전형적인 시각에서 출발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공조직은 일도 열심히 안하는 등 민간기업에 비해 말할 수 없이 글러먹었으며, 혹독하게 군살을 빼 작은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강조는 sonnet님 직접)

이처럼 정치를 싫어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지만 이들이 '정치를 모른다'는 것은 더 큰 문제일 수 있다고 봅니다. 정치의 본질이 무엇이건 간에 현대 사회에서 정치는 상당히 '쇼'의 성격을 가집니다. 즉 '어떠한 정치를 하느냐' 이상으로 '어떠한 정치를 보여 주느냐'가 중요한 사회인 것이죠. 때문에 대통령은 단순히 공식적 지위를 넘어 일종의 '연예인'이자 '얼굴 마담'이 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관료와 정당을 쳐내는 '반정치적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좀 다르지만 정당 정치를 기초로 하고 복잡한 관료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현대 사회의 대통령은 아래 수 많은 조직과 인물을 대표해 심판, 평가를 받는 부분이 대단히 큽니다. 때문에 대통령의 행동 하나하나의 무게는 더욱 막중해지는 것이죠. 연예인 + 연예 기획사 사장 = 대통령...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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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하고 보아를 믹스하면떡을 치면 이명박이 나옵니다. 진짜에요.

그러나 '대통령'은 '연예인'과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연예인은 욕을 먹더라도 팬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에 반해 대통령은 되도록 적을 만들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은 최고의 위치에 있고 '표밭 장사' 와 '안정성 유지'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연예인만 해도 최고 지위에 오른 연예인은 아이돌 스타가 아닌 한 티비에 너무 모습을 비추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영화 배우는 그러한데 너무 쇼 프로그램에 자주 얼굴을 비치면 무게감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대통령 역시 되도록이면 아젠다를 생산해서 좋을 것은 없습니다. 자꾸 꼬리 밟힐 여지를 남기기 때문이죠. 차라리 확실한 결과물을 하나 내 주는 게 낫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시장' 시절은 성공한 정치인으로서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줍니다. 저는 이명박 재임 시절 서울에 살았으면서도 이명박이 뭘 했는지 잘 모릅니다. 단 두 가지는 분명히 압니다. '청계천'과 '교통 개선'이 그것이죠. 물론 일각의 비판도 받았지만 이 굵직한 족적은 이명박을 대표하는 성과로 자리매김했고 지금의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와 비슷한 시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전혀 다른 길을 걷습니다. 노무현은 '행정 개혁'에서는 다소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어지간히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면 그가 무엇을 했는지 잘 모릅니다. 그가 겪은 두 번의 지지율 반등은 '탄핵'과 '한미 FTA'였고 이 중 족적이라 할 만한 후자는 결국 재임 기간 비준에 실패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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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준에 성공했다면 저기 MB가 MH로 바뀌어 있을 듯, 인생 몰라요...

이에 반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아마 역사상 가장 많은 아젠다를 생산한 대통령이었을 것입니다. 만약 그가 한 사람의 논객이라면 상당히 이름을 떨쳤을 것입니다. 물론 그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동의하는 사람도 많았을 테고 늘어나는 적들은 되려 그의 명성을 키워 주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계속해서 아젠다를 생산하면 국민들은 되려 불안해 할 뿐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것에 대해 어떠한 뚜렷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으면 '무능력'하다는 딱지가 붙기 쉽상이죠. 차라리 집권 여당 시절 개혁안을 강행했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지금보다 높을 것입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한나라당과 타협안을 마련할 뿐이었고 그것은 그의 지지자들조차 그에게서 등을 돌리게 만들었죠.

이명박 대통령은 '불도저'라는 별명답게 노무현처럼 아젠다를 생산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실행력을 최대한 강조하고자 집권 초기부터 다양한 정책을 펴 강하게 밀어 붙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정책이 국민들의 입맛에 전혀 맞지 않음에도 이를 밀어 붙이고자 하는 데 있습니다. 앞서 밝혔듯 대통령이 내세우는 정책들은 되도록 '다수의 입맛'에 거슬리지 않을 필요가 있습니다. 설사 그것이 다수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도 입맛에 거슬릴 경우 피하는 게 좋죠.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는 가능한 일도 아니다보니 대개 소수를 족치는 정책 위주로 나가게 것이고요. 그래도 이러한 정책이 꼭 필요하다면 그 비용이 얼마나 들건 커뮤니케이션에 최대한 투자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토록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지던 노무현 정부도 이 점에서 이명박 정부보다는 훨씬 나았습니다. FTA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는데 사실 쇠고기 수입은 노무현 정부가 이미 FTA의 4대 선결 조건으로 받아들인 일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그저 자연히 이어 받은 거죠. 그럼에도 이가 크게 비판받지 않았던 것은 '광우병 괴담'이 널리 퍼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FTA라는 대의제 속에 살며시 숨어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초기에는 FTA에 대한 여론도 과히 좋지 않아 반대가 70%에 달했지만 노무현 정부의 어마어마한 투자로 이것조차 극복했습니다. 지하철에서까지 FTA 예찬을 하며 세뇌하는데 어느 국민이 배기어 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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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뇌는 어릴 때부터

제가 볼 때 이명박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신경제 100일'을 롤 모델로 삼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정치를 매우 잘 이해하는 훌륭한 연예인이었습니다. 그가 내세우는 정책은 기본적으로 '욕 먹지 않는 굵직한 정책'이었습니다. 하나회를 쳐내는 일이나 금융실명제, 결국 좋을 것은 없었지만 OECD 가입까지 그가 내세우는 정책은 내실이 어떻든 국민의 환영을 받기에 충분한 정책이었습니다. 비록 정작 내실은 엉망인지라 말년에 다 뽀록나고 말았으나 삼당합당에서부터 보여지는 그의 쇼맨십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이명박 현 대통령의 막무가내식 커뮤니케이션과 비할 게 아닙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그를 두고 수구 세력과 타협만 일삼았다고 비판하지만 사실 원내 다수 정당도 아니었고 언론의 지원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는 되도록 조신한 선택을 택합니다. 노무현 정부와 달리 공권력 투입도 대단히 신중하게 행했고요. 좋은 정책은 아니었지만 카드를 통한 인위적 경기 부양도 그의 '연예인'적 기질을 잘 보여 줍니다. 물론 이가 정권 말기에 역시나 뽀록 나며 되려 역효과를 낳고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도 고생하게 만들었지만 만약 성공했다면 적어도 정권 이양은 좀 더 용이했을 것입니다. 어차피 한국 사회 특성상 5년 후에 자기 정당이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고 있어도 분당, 탈당 등이 있었을 것이며 심지어 이 나라가 없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막 나가는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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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들이 있는 한 한반도는 내일 당장 어찌 될지 모릅니다.

저는 '국가 안정성'을 지키는 것이 정부의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하고 여기에는 '대통령의 쇼맨십'이 필수적이라 봅니다. 그리고 그 '쇼맨십'에는 기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받쳐 주어야만 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대중의 수요를 파악하지 않고서는 성공적인 쇼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점은 미디어와 무관합니다. 요즘 촛불 시위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뉴 미디어 시대를 예찬하는데 저는 그 전파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구 미디어 시대라 해도 마찬가지의 상황이 발생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느 국가의 국민이든 '안전 문제'에 있어서는 극히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국민 다수의 이익에 반하는, 정확히는 '반하는 것처럼 보이는' 선택을 하고서 국민들이 반발하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입니다. 이런 결정은 되도록 내리지 말든지, 충분히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든지 해야 합니다. 과거라고 해서 조중동이 이를 막을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 정부가 필요한 것은 국가 손익 계산이 아닙니다.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입니다. 기본적인 라디오조차 얼마 보급되지 않은 시절 4.19 혁명이 일어났고 모든 언론이 정부의 통제 하에 있었던 시절 5.18 항쟁이 일어났습니다. 그것이 잔머리이고 쇼맨십이라고 해도 저는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이 그립습니다. 그 잔머리와 쇼맨십이 먹혀 들어갔음은 적어도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를 염두해 두고 있었다는 것이니까요. 노무현 정부가 남 신경 안 쓰고 자기 할 말만 하는 이미지였다면 이명박 정부는 엠티가서 튀려고 오버하는 이미지라고만 느껴집니다.

  1. 저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더 '정치같은 정치'가 굴러갔다는 생각이 듭니다.-_-; 이건 쇼맨십이 결여된걸 넘어서 아예 없는 정도에다가, 커뮤니케이션이 아예 안되는 상황이니;;;
  2. 미토
    적어도 "정치공학"적이고, 권력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의 관점에서는 백점짜리 교과석적인 글이네요.
    또 보수적인 국가운영에 관련된 대통령의 처신에도 딱 맞는 글인것 같구요.
    시대적인 배경이나 시대상을 반영하면 약간 이상하다는 부분도 있지만, 머리가 끄덕여지는 글입니다.

    안정적이고 훌륭한 대통령되기 관점이 아닌,
    일반 국민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관점에서도 소중한 글 한 편 부탁드려봅니다.

    글 잘봤습니다.
  3. darthvader
    이젠 깔께 없어서 쇼멘십으로 폄하하신다?!!!
    이런 물타기 수법 정말 질리고 질린다!
    이 따위글 더이상 올리지 마라!
    뭐 커뮤니케이션 따위를 끄집어내어 쥐새끼와 노무현 대통령을 동일시해?
    애시당초에 비교 조차 안되는 둘을 억지로 초록동색화 하려는 너의 의도가 정말 무엇이냐고?
  4. 승환씨의 정치포스트를 보면 상당히 중립적이시고 cynical 한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
    덕분에 상당히 노무현 전대통령쪽의 성향인 저도 다른 관점으로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경우가 많네요.
    역시 세계어디를가도 정치판은 재미있어요.
    • 2008.06.05 22:21 신고 [Edit/Del]
      중립이라기보다는 남과 같은 글 굳이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국민 안주 이명박 대통령 (이라 부르면 길에서 맞을지도) 만 하겠습니까 ^^
  5. 낙타등장
    ↑ 위의 전혀 다른 글...ㅋㅋㅋ
    정치는 하는 것보다 바라보고 까는게 더 재밌다
  6. 노무현 정부가 남 신경 안 쓰고 자기 할 말만 하는 이미지였다면 이명박 정부는 엠티가서 튀려고 오버하는 이미지라고만 느껴집니다.-->멋진 비유....ㅎㅎㅎ
  7. 커뮤니케이션 문제라 하기엔 마우스 일당의 의사소통 구조 자체에 의문이 가는 요즘 입니다. 노무현은 그나마 최소한의 상식으로 아젠다라 불릴만한 소릴 떠들었지만, 이 인간하고 일당들은 국민에게 웃음을 주려고(...) 그러는 건진 몰라도 허구헌날 말 같잖은 소리(ex. "촛불 무슨 돈으로 샀어, 엉?" "땅을 사랑해서.";) 만 해대니 답이 안 나오네요.

    근데 모처럼 들어오니 폰트가 구리게(삐뚤빼뚤하게 랄까요?) 보이네요. -_-

    덧_이 이모티콘은 대체 어디서...컥...
  8. 정책연구소의 부재 혹은 허약성이 낳고 있는 한국정치의 현실인 듯합니다.
    대통령을 얼릉 얼굴마담으로 만들수 있는 대한민국을 바랍니다.

    1인의 대통령에서 좌지우지되는 허술한 정책이 아닌
    최고의 전문가들이 세계강국들과 당당히 맞서서 훌륭한 정책들을 만들고 이를 실수없이 반영시킬수 있는 그런 강력한 전문가 집단들을 기대합니다.

    민주주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한국이라고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
    • 2008.06.05 22:24 신고 [Edit/Del]
      확실히 해외에 있으면 그런 게 많이 느껴지죠. 이번 중국 방문이 그것을 여실히 보여 준 것이기도 하고요. 중국이야 독재국이니 그렇다 쳐도 어찌 우크라이나와도 그리 큰 차이가 나는지...
    • 2008.06.09 01:26 [Edit/Del]
      중국의 개방상황이 급격해져서 후폭풍이 염려될때가 많습니다. 제가 생각해 볼때 체제의 붕괴에서오는 강력한 파장이 그리 길지않은 시간에 올것도 같습니다. 대한민국정부의 현명한 대비책들이 필요하지 않을까합니다.
    • 2008.06.09 17:51 신고 [Edit/Del]
      공산당이 알아서 잘 하겠죠. 인터넷 정보통제도 하는데 뭐 -.-
  9. 일단 주인장님하는 콜렁탕시식부터 시작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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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파업은 불법인가?정치파업은 불법인가?

Posted at 2007. 6. 22. 11:13 | Posted in 없는게나은 정치부
어제 금속노조의 반FTA 파업에 대해 정부가 “근로조건 개선과는 관계없는 정치파업으로 목적과 절차상 명백한 불법파업”이라 규정하며 “총파업을 강행할 경우 노조 집행부는 물론 불법파업을 주도하는 세력에 대해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불이익이 반드시 따르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대기업노조, 정규직노조에 여러 불만사항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 정부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힘들군요.

정부의 시각은 '모든 파업은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할 때만 정당하며 그 이상을 요구할 때는 정당하지 못하다'입니다. 그런데 이 근로조건이란 게 그리 단순한 게 아닙니다. 임금, 복리후생, 노동시간 등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가 내부의 역량 뿐 아니라 제도적인 측면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 70년대 보호무역시기를 생각해 보도록 하죠. 당시 중공업에 엄청난 지원이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이러한 정책이 없었다면 아마 한국은 지금도 제3세계로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경우가 반대일 뿐, FTA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로 인해 수익률이 높아질수도, 낮아질수도 있는데 낮아지는 쪽에서는 결국 사용자측이나 노동자측이나 그 환경이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제경제에서 자국내 사양산업이 개방문제에 대해 한편이 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단순히 이러한 파업을 정치적 파업이라 규정하기는 힘듭니다. 한국에서는 노조에 대해 인식이 좋지 않기에 금속노조 파업에 부정적 인식이 큰데 경우를 달리 예를 들어보죠. 제주감귤을 대규모로 가공하는 공장이 있는데 이 곳에서 반FTA 파업을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이가 과연 정치적 파업일까요, 경제적 파업일까요? 이처럼 정치와 경제는 상호간에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습니다. 정치가 경제를 움직이고 경제가 정치를 움직입니다. 이 둘이 분리되어 있다는 사고는 고전적 자유주의 시대에나 가능한 발상이지, 현대 사회처럼 복잡한 곳에서는 더 이상 가능한 논리가 아닙니다.

국가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원칙을 편한대로 들이대어서는 안 됩니다. 금속노조가 뭐 그리 대의를 가지고 파업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끌어가는 수뇌부층이라면 모를까, 일반 직원들이 서민의 삶의 질, 이런 데 그리 큰 관심이 있겠어요? 그냥 밥그릇 뺏기기 싫다는 거죠. 하지만 우리 사회는 바로 이런 기본적인 밥그릇 싸움을 보장해야 합니다. 옳고 그름에 앞서 정부가 편한대로, 필요한대로 밥그릇 싸움을 막거나 한 쪽의 편을 든다면 그게 이미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죠. 얼마 전 국제노동기구에서 한국을 최악의 노동단결권 보장국가 top5로 꼽을만큼 한국은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은 국가입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빠르게 이익을 추구하고 싶겠지만 그토록 스스로가 내세우는 '원칙'이 무엇인지 돌아봄이 더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1. 그 후배
    "밥그릇 뺏기기 싫다"는 것이 대의라고 생각해요. 세상은 결국 '밥'의 문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까. 정치파업이든 뭐든, 생각을 표출하는 것이 두려워지는 세상은 정말로 끝장난 세상인 것 같습니다.

    탈정치화는 결국 재앙을 부를 뿐이지요.
    • 2007.06.23 14:05 [Edit/Del]
      생각을 표출하지 못하는 세상이 위험한 것은 맞는데 그건 대의라기보다는 그냥 목적이라 해야겠지 -_-a
  2. 정치적 파업이 불법인 이유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파업이 불법이기 때문입니다. 단 한번도 우리 사회에서 합법적 파업이라는 말을 들어본적이 없습니다. 파업은 보장된 노동자들의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파업은 불법이라는 이름으로 비판을 받아왔죠. 파업이 보호하려고 하는 노동자로부터도..
    \..
    • 2007.06.24 23:18 [Edit/Del]
      그러고보니 정말 합법파업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네요. 다른 나라라면 당연히 합법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넘어가겠지만 한국은 전혀 다른 상황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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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아닌 시작으로의 FTA끝이 아닌 시작으로의 FTA

Posted at 2007. 4. 4. 12:29 | Posted in 세금도둑 경제부

어쨌든 FTA가 체결되었다. 국민 소수가 바라는 정책이 추진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결국 FTA는 국정홍보처가 그토록 열심히 정당성을 주장했음에도 다수의 국민들을 끌어들이지 못했다. 이미 개방된 쌀 가지고 생색이나 내는 언론 플레이를 펼쳤음에도 말이다. 분명히 해외시장 확대는 필요하지만 그것의 손익을 떠나 시작부터 4대 선결조건을 받아들이고 협상 내내 미국에 끌려다니기만 한데다가 제대로 된 검토장치마저 부실했으니 그 협상주체를 신뢰할 리가 없다.

사실 한미FTA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앞으로 산적한 FTA들이다. 한미FTA를 체결한 이상 그 어느 국가도 미국에 밀리는 계약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같은 질의 상품을 판매한다면 가격에서 조금이라도 경쟁력을 가지려 할 것이고 같은 가격의 상품이라면 질에서 조금이라도 경쟁력을 가지려 할 것이다. 어떻게 바라보면 소비자가 싼 값에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드나 다른 한편으로는 일단 내 준 분야는 끝도 없이 내 주게 되리라는 점 역시 중요하다. 설마 경쟁력을 갖춘 산업을 버리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이렇게 바라보면 일단 FTA에서 내 준 분야는 사실상 포기를 의미한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FTA에서 이익을 얻은 산업의 수익을 통해 보조금으로 커버를 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가능한 이야기이다. 언제나 예산을 초과하는 농어촌 지원금을 애물단지로 취급하는 정부에게 이를 바라는 것은 나이브한 생각일 따름이니까.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바랄 이유도 없다. 만약 그럴 생각이 있었다면 FTA협상 과정에서 이미 국민들에게 지겹도록 떠들었을테니 말이다.

결국 한미FTA는 앞으로 다가올 어떠한 자본주의의 서막이 아닌가 한다. '무한경쟁'이 아닌 '국제경쟁력을 갖춘 산업에 대한 실질적 지원'과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산업의 포기'를 특징으로 하는 형태로 말이다. 그리고 자유무역이론이 당당하게 이야기하듯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다. 물론 양국간 빈부격차가 준다는 이론이 언제나 옳다면 한국의 파이는 커질테지만 분배는 고사하고 복지,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열악한 한국 사회에서 파이 조각이 우리 호주머니에 들어올지는 의문이다.

예전에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나온 분이 특강 도중 FTA에 대해 '러닝머신'이라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이 말이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러닝머신'으로 비유되는 'FTA무역체제'는 '자전거'로 비유하는 '자본주의'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무언가이다. 자전거는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서 타면 된다. 그 과정이 괴로울수도 있겠으나 어쩌면 더 튼튼한 신체를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러닝머신은 뛰지 않으면 미끄러져 떨어진다. 그 뒤에 무엇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러한 무역협정이 많아질수록 뒤를 돌아볼 여유는 줄어들 것이다. 대외시장 확보는 중요하다. 그러나 뒤를 돌아볼 최소한의 여유는 가져야 하지 않을까?

  1. 휴.. 앞으로 90세까지 일해야 될지도 모르는데.. 그 때까지 뒤도 못돌아본다면.... ;;
    아무튼 긴장해야 겠습니다.
  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FTA에 대해 찬성하는 글을 썼지만, 현실의 냉혹함과 기계적인 자본주의는 슬프네요. 저도 님의 글에 트랙백을 달께요...감사합니다^^ _트랙백이 걸리질 않는데, 서로 자주 왕래하면서 지내시자구요...짜이찌앤
  3. 보내주신 트랙백 보고 들렀습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신세계(?)의 문이 열린거죠. 허허...
  4. 저는 FTA찬성입니다. ㄱ- 왜냐면 제가 몸담고 있는 곳은 이미 경쟁이 치열하거든요. 혼자만 힘들면 괜히 심통이 나니까 찬성!! -_-
    농담이구요. 경쟁력이 약한 부분의 산업에 대해서 약간 걱정이 됩니다. 주위에 농민들도 몇분 계시거든요. 흑. 그래도 전 우리나라 쌀이 좋아요!
    • 2007.04.08 20:52 [Edit/Del]
      저처럼 미국식 자본주의에 적응한 이라면 모르겠지만 엘윙님처럼 편의점 알바하시는 분은 더 힘들어질 듯 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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