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자멸화법 '조롱'진보의 자멸화법 '조롱'

Posted at 2009. 4. 16. 13:56 | Posted in 없는게나은 정치부
본인이 예전에 소개한 노정태씨 블로그에 들어가서 눈쌀이 찌푸려졌다. 

[판]모차르트와 베토벤의 결정적 차이


솔직히 노정태님의 이번 글은 좀 헛갈린다. 

자작나무님 지적대로 베토벤과 합창단의 문제가 그다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역사적 일화를 이야기함은  흥미를 돋우거나 감성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도입부로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는 하나, 너무 주장하려는 바에 얽매어 쓸데없는 이야기를 끌어들였다는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의 반응도 좀 비논리적이고 감성적인데 난 여기에 노정태님이 일말의 책임감도 느끼지 않는 데에 약간의 당황을 느낀다. 솔직히 이러다가 허지웅 기자의 블로그화되지 않을까 걱정까지 든다.


손가락을 바라보지 말고 달을 바라보라 하지만 사실 '손가락'은 어떻게 보면 달만큼이나 중요하다. 

우리는 사소한 미디어에 큰 영향을 받는다. TV, 인터넷 등 거대한 구분이 아니더라도 TV내에도 얼마나 많은 채널이 있는가, 심지어 블로그의 폰트에조차도 자유롭지 못한 게 우리들인데 달만 보라기에 손가락이 좀 심하게 굽어버린 느낌이다.

사실 글이야 그렇다치고 내가 이번에 노정태님께 꽤 실망한 부분은 댓글에 대한 대응이다. 위 글에 달린 댓글 중 인신공격성 댓글이 다수 있는데, 노정태님은 여기에 일관적으로 조롱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글은 매우 정치적인 글이며, 정치란 자신의 의견에 동감하는 이를 늘리는 행위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댓글 대응이 정말 조금이라도 자기 의견에 동감하는 이를 늘리는데 도움이 될까? 노정태님은 댓글을 통해 스스로 '원래 차분한 글쓰기를 선호하며 사람들이 상당히 비열한 행태를 보이길래 좀 흥분했을 뿐, 문제의 그 '골룸' 글을 쓸 때에도 전혀 흥분한 상태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난 이런 인식과 행동은 정말 위험하다고 본다. 

냉소, 조롱 등은 자신의 주장에 반대하는 이는 원한감, 혹은 복수심만 가지게 하며 심지어 지켜보는 이들마저도 등을 돌리게 할 행동이다. 남는 것은? 자신의 주장에 동조하는 이들에게는 상대방을 농락했다는 쾌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정도가 남을 것 같다. 그래서 무엇이 변했는가? 혹은 무엇이 나빠졌는가?


수구는 조롱하지 않는다, 무시한다.

아무리 개새끼, 씹새끼 XXX당이라고는 해도 어쨌든 그들의 현재 위치는 그들이 얼마나 강한 생존본능을 가지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언제나 그렇듯 강한 자가 승리하는 게 아니라 승리하는 자가 강한 것이다. 그들은 조롱이라는 행위가 갖는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그들은 조롱하지 않고 조용히 덮고 넘어가려 한다. 한미 FTA 반대에 대해 '야, 이 병신들. 그것도 모르냐'고 하지 않고 적당히 다른 사건으로 덮고 넘어갈 줄 안다. 

수구의 무시 정책의 적절한 예(개그-_-입니다)

그런데 어찌 진보세력에서는 그 반대가 눈에 잘 띄는 것 같다.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도 될 것을 사족을 붙이며 쓸데없이 문제를 키운다. 진중권씨의 성공이 뭔가 새로운 대안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묻고 싶다. 성공한 쪽이 진중권씨인지, 진보인지 말이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 매스미디어를 잘 사용할 줄 아는 진보 지식인의 존재는 너무나 소중하지만 아쉽게도 대중이 진중권씨를 지지하는 경우는 그가 대중의 구미에 잘 맞는 입장에서 조롱할 때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정치는 의지와 감성, 그리고 정념이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세상은 자연법칙의 지배를 받으나 정치는 사람들로 하여금 냉철한 이성으로 그 모든 것을 고려해 최선의 선택을 꼽도록 이끄는 영역이 아니다. 타락한 목동님의 글은 이러한 행태를 비판하는데, 어찌되었듯 사람들로 하여금 열정을 불러일으켜 어떠한 주장에 감성적으로 동화시키는 게 '현실정치'에서는 더욱 중요한 일이다. 왜 일등신문 조선일보가 그토록 선정적인 언어들과 주장을 남발하는지는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는 다음 블로거뉴스를 통해 기자를 구함을 추천한다

그러한 현실정치계에서 수구와 진보가 보여주는 태도는 사뭇 다르다. 물론 정치조직은 단일체가 아니고 정상적인 집단은 그 내부에서 수많은 갈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처음으로 돌아가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금 묻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허지웅 기자를 비판할 때 이야기했듯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마음 맞는 이들끼리 신나는 게 아니라 제3자가 볼 때 품위를 잃지 않고 이를 통해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게 아닐까 한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팔지 않으면 단지 취미활동이듯, 제 아무리 좋은 생각과 정책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적절하게 설득시킬 수 없다면 역시 취미활동이다. 만일 단순히 취미가 아닌 현실정치임을 인식한다면 복잡한 전략적 판단까지는 나아가지 않더라도 사소한 일에 신경쓰지 않는 여유 정도는 가지는 게 좋을 것 같다. 

성공한 정치인은 모두 가랑이 사이를 지나갈 줄 알았다. 현실정치에서 이 정도 대인배 마인드는 필요하지 않을까?
  1. 후디
    일등.!!

    죄송합니다.. 저는 가끔씩 수령님을 뵈러오는 일개 대학생인지라 아직 유치합니다
  2. 허지웅 기자의 블로그화...라기보다는 이미 허지웅씨를 훨씬 앞질렀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 2009.04.16 17:22 신고 [Edit/Del]
      저기 글을 보면 알겠지만 '허지웅 기자의 블로그화'라는 게 가면 사람들 흥분하게 해서 싸우게 하고... 하는 이야기인데, 허지웅 기자는 글 자체로 사람들을 일으키는 반면 노정태님은 댓글로 사람들을 일으킨다능...-_-;
  3. 후ㄷㄷ
    영업정지 두달... 덜덜.. 대인배네요.. 그럼에도 감사를...
  4. 뭐 솔직히 가끔은 저런 인신공격성 댓글은 조롱조 리플로 응대하는 것도 스트래스 푸는 방법이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일단 상대가 정상적인 내용이 아닌 것으로 올렸으니 비슷하게 대응하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라고 봅니다. 뭐 좀 심하면 삭제되겠지만요.. -.-;
    • 2009.04.16 17:23 신고 [Edit/Del]
      학주니님이야 워낙 시달렸으니 이해는 갑니다만 그냥 고이 무시하는 게 오히려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그냥 악플러랑 노는데 요즘은 악플이 너무 없더군요.-_-;
  5. 허지웅씨 블로그와 노정태씨 블로그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허지웅씨는 포스팅 자체를 자기 스타일대로 하지만 노정태씨는 글은 나이 오십 이상 교수처럼 쓰면서 댓글은 디씨갤러들처럼 답니다. 보는 사람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요.
  6. neo
    지양해야 할 태도이긴 하나 블로고스피어, 혹은 인터넷, 어디를 둘러 보더라도 다소 성급하신 결론인 듯 합니다. 노정태의 대응방식이 두호리와 나름의 대비를 보여준다는 점은 공감합니다만, 두호리 글의 댓글 중 한 분이 지적했듯이 "사랑합니다, 고객님~" 식의 무시는 더한 조롱이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인터넷의 쥐만원이라 불리는 이나, 이글루스의 몇몇 수구 블로거들이나, 아고라 또는 뉴스댓글 등지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는 수구 계열의 생계형 망언가들을 보면 조롱이 진보의 자멸화법이라 특정짓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예의 상황들을 이런 각도에서 한번 살펴보고 유의하자는 뜻으로 읽었습니다만, 요즘들어 부쩍 글의 본 뜻은 아랑곳없이 제목과 일부만을 부각시켜 저들 편한 용도로 인용하고 가져다 쓰는 이들이 너무 많다보니 노파심이 들어 살짝 딴지를 걸어 봅니다.
    • 2009.04.16 17:25 신고 [Edit/Del]
      아, 저 예는 제 개그-_- 입니다. 제 블로그는 자주 오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좀 있어서...
      진보와 수구의 가장 큰 차이는 진보는 이런 아래쪽이 어느 정도 대표성을 지니는 반면 수구는 전혀 그렇지 않은지라 찌질이들 좀 설친다고 해서 수구가 까이는 일이 없는 신기한 현상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수구의 또 하나 놀라운 능력이 정말 병짓 하는 애들은 지 발로 차내며 자기 정당화를 꾀합니다. 민노당이 종북 논란 일으킨 것과는 좀 다른 모습일수도 있죠. 어느 정도 제스쳐를 취할 필요는 있다고 봐요.
  7. 제 필명을 언급하셔서 순간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지?" 하며 이리저리 헤맸다는... 자작나무를 좋아하는 건 나 말고도 많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깨달았습니다.
    각설하고, 조롱과 무시...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내공 만땅 글입니다. 특히 마지막 사진은 쵝오.
  8. 그런데요. 오늘 여길 몇 번 드나들었는데요. 그래도 모르겠어서 함 물어봅니다.
    맨 아래 있는 사진 말입니다. 저게 무슨 뜻인가요?

    <덧> 노정태라는 이름은 http://blog.mintong.org/348 <== 이 글 쓰면서 첨 알았는데(제가 몇 년 속세를 떠나 있어서), 그때는 몰랐더니 저 친구가 왜 그렇게 진중권을 레닌에 견주는지를 얼마 전 진중권이 어떤 강연에서 20대인 한윤형 (이 친구는 안티조선 하던 당시 싸가지 밥 말아먹은 짓은 골라 하던 애로 기억에 있다는 -_-), 노정태, 누구씨(누구를 말했는지 기억이 안 남) 이렇게 세 사람을 주목하라 말했다고 해서 그 관계가 비로소 어슴프레 짐작이 가면서 한마디 했더라는. 진중권이 어린 애 몇을 아주 배리놨구나. 하고.
    <덧2> 아, 이따위 이바구를 왜 하느냐구요. 저거 저 싸가지들 제대로 몬 고치면 희망이 없어서입니다. 얼마 전에 변희재 깐 글 하나 쎄운 거 보믄서 참 얼척이 없었던 게, 변희재 잘 된 거 배아파 죽겠다는 얘기 말고는 도무지 알맹이조차도 없는 야구를 하고 있어요. 근데, 이걸 역으로 뒤집으믄 딱 변희재 되고싶다는 말의 다른 버전입니다. 새파랗게 젊은 친구들이 벌써 저러면.. 희망 없어요.
    • 하하
      2009.04.17 03:33 [Edit/Del]
      참.... 이런 넘 보면 조롱을 하고 싶어 참을 수가 없네요.

      쥔장 말씀대로 쫌 씨크하게 넘어갈 필요도 있을텐데 말이죠.

      하민혁 이분은 왜 이리 사나 몰라요.

      나이든 분이 아직까지 이러면.. 희망이 없어요.
    • 2009.04.17 12:08 [Edit/Del]
      하하/ ㅎㅎ

      조롱하세요. 단, 니 말대로 '시크'하게 하세요.
      에? 이게 지금 니딴에는 '시크'하게 한 거라구요?

      ㅎㅎ
      니는 참 희망이 있어서 좋겠습니다. 에효~ -_
    • 2009.04.17 13:28 신고 [Edit/Del]
      미성년자 들여 보낸 술집이 영업 정지 먹었다는 거죠...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 담에 트랙백을...

      ps. 남의 집에서 싸움은 좀 -_-...
  9. 비밀댓글입니다
  10. 음.. 제가 보기엔 이글도 하나의 조롱에 불과한것 같네요.
    아니, 애초에 이 블로그의 정체성이 "조롱" 아니었던가요?
  11.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가서 보니 좀 한심한 생각이 들어 저도 한마디 적어놓고 왔습니다. 그렇다고 사람이 바뀔 것 같지는 않지만... 아직 어린 것 같은데 저대로 자라면 안될 것 같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요 ^^
  12. 마지막 짤방 때문에 눈에서 땀이
  13. 오옷 뭔가 어렵... 저같은 무지랭이들은... 그냥 열심히 사는거죠 뭐...ㅋㅋ
  14. 들어가서 읽어봤는데 팩트에 대한 포스트를 새로 작성하셨더군요. 일일이 과민한 댓글을 달 게 아니라, 그냥 빨리 새 포스팅을 하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그랬다면 팩트놀음이 되지 않고 원래 의도했던 글의 내용을 더 잘 알릴 수 있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승환님하만 봐도 그렇고 블로거들의 개성과 자존심이란 실제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글빨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어야 하지, 오히려 저해한다면 치명적인 것 같아요. 그 블로거의 진심이나 지성이 어떠하냐는 건 아무것도 아닌 게 될 만큼이나요.
  15. 뜬금없는 질문 한가지...
    토익 공부 어떻게 하면 승환님처럼 되지 않을까요?
    열심히만 하면 가능할까요? -_-;; 늦게 영어 공부하려니 힘들어서 끄적거리고 갑니다.
  16. 모차르트, 베토벤에서 넘어가는 부분도 무리가 있지만
    모차르트 이야기를 가져오는 부분도 무리가 많더군요. 아직도 그의 죽음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
    어찌 엘리아스 한 사람의 의견만 가지고 판단을 하는 것인지...

    하다 못해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의 모차르트 편이나 위키만 보더라도 그런 소리를 함부로 못할 건데요.
    • hss
      2009.04.18 00:07 [Edit/Del]
      보고싶은 팩트만 보는 꼴을 보니 편식하는 초딩을 보는 거 같아 마음이..
  17. 도덕성, 품성 이런 걸 다 갖추고도 실력이나 적절한 대안제시가 없으면 사람들이 호응해주지 않을텐데 조롱만 있다면 그건 화풀이 밖에 안되겠죠. 물론 조롱이라는 것도 찰리 채플린처럼 하면 멋진 풍자가 되고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되겠지만 단순하게 욕하는 것, 저급하게 조롱하는 것은 결국 '괴물'로 가자는 것 밖에는 않될 것 같네요..
    • 2009.04.19 12:10 신고 [Edit/Del]
      높은 곳에 조롱하는 거야 일장일단이 있겠으나 아래에 조롱하는 것은 정말 아닌 것 같습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며 어딘가의 선을 긋는 데 매우 조심스럽게 됩니다. 그 균형감각을 가지는 자가 빛을 발휘할 것 같기도 하네요 ^^
  18. 딱히 제대로 달을 가리키지도 않으면서 읽는 이에게 왜 달을 보지 않느냐고 호통치는 거만함.
    손가락 밖에 안보이는데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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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과 쥐떼의 소통 - 거대조직과 블로그공룡과 쥐떼의 소통 - 거대조직과 블로그

Posted at 2009. 3. 17. 23:38 | Posted in 불법복제 통신부
공개하기 뭐해서 묵히던 글인데 갑자기 필 받아 방생합니다.

백악기에 공룡이 꽤 고전한 데에는 물론 기후 등의 환경적 요인이 크지만 대통령과 비슷한 포유류, 혹은 설치류에게 어느 정도 고전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대통령들이 살을 살짝 떼어 먹고 도망가는데 그것을 공룡의 큰 덩치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다는 것이죠.

공룡은 덩치에 비해 뇌가 워낙 발달하지 않은지라 물린 후 신경자극에서부터 뇌로, 그리고 뇌에서의 판단, 판단 후 반응 결정, 반응 결정 후 동작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은 대통령께서 공룡의 살을 떼어 먹은 후 도망가기 충분한 시간을 제공했다고 합니다. 쓰고 보니까 열라 불쌍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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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쥐는 예외다, 대통령보다 더 큰 유일한 쥐로 기네스북에 등재

저는 정부나 대기업의 소통이 위의 상황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을 대통령에 비유한 점, 대통령께 심히 죄송하지만(...) 그들의 의사결정구조는 개개인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들어 '소통'이라는 이야기가 화두입니다. 노무현 정부 말기도 그랬지만 이명박 정부는 그야말로 '귓구멍을 막은 정부'로 통하고 있죠. 귀가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는.....

그런데 귀막은 정부는 그 이전이라고 아니었을까요? 이명박, 노무현 이전 정부 중 어느 정부도 딱히 현 정부보다 소통의 레벨이 나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이가 크게 문제시화되지 않은 점은 사람들이 이를 당연하게 여겼기 때문입니다. 미디어들의 기술적 한계 때문이었죠.

그러나 인터넷이 보급되며 사람들의 상식과 전제가 완전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소통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죠. 지금 정부와 국민간의 갈등은 이러한 모순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전기를 통한 시공간을 초월한 쌍방향적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진 국민들과 이를 따라갈 수 없는 오프라인에 기반한 조직 구조간의 갈등. 암호걸린 컴퓨터로 성질내는 누구 빼고 정부라고 해서 컴퓨터를 쓸 줄 모를리야 없지만 적어도 조직의 의사 결정이 개인을 따라갈 수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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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를 위한 용량 2MB 컴퓨터

최근 기업은 물론 정부도 이른바 소셜 미디어, 블로그를 사용한 홍보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거대한 조직이 블로그를 사용한 결과는? 아마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을 겁니다. 사람들은 인터넷에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원합니다. 블로그로 그 물꼬는 터졌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블로그를 '당연히' 쌍방향적 매체로 여깁니다. 이를 접하는 이들은 티비, 라디오 등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제대로 된 소통'을 기대합니다.그런데 쥐의 사고와 행동 속도를 공룡은 절대 따라잡을 수 없듯 국민의 소통욕구에 정부가 대응한다? 아니, 기업조차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거대 조직일수록 의사 결정은 늦어지게 마련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접하는 미디어에 따라 소통의 기대 정도가 전혀 다릅니다. 티비를 보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 그것에 반영되기를 바랄지언정, 반영되지 않는다고 해도 크게 불만을 가지지 않습니다. 이에 반해 라디오에느 약간의 참여 폭을 기대합니다. 비록 자신의 이야기가 반영되거나 미디어를 통해 송출되지 않는다고 해도 남들의 이야기가 진행자의 목소리를 통해 방송되는 것을 당연시하죠.

그리고 블로그에는 빠른, 그리고 많은 소통을 원합니다. 그러나 거대공룡이 재빠른 개미들의 속도에 맞는 반응을 보일 수도 없을테고 그 많은 개미들에게 주의를 분산시킬 수도 없을 겁니다. 사람들의 소통욕구에 대응할만한 툴을 찾았지만 그 욕구에 부응할 수 없는 조직 구조가 발목을 잡는 것이죠. 그러니까 기업이건 정부건 올리는 컨텐츠가 신뢰받지 못하고 되려 역효과를 낳는 경우도 종종 생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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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단순화시키긴 했지만 여하튼 거대조직의 이상한 결론

이러한 모순에 대해 거대 조직은 '잃지 않는 장사'라는 답안을 찾았습니다. 좋은 이야기만 쓰고 예쁜 말만 쓰는 겁니다. 나쁜 부분은 언급하지 않고 좋은 부분만 언급하고, 좋지 않은 이야기에는 침묵하고 좋은 이야기에는 웃음 짓습니다. 이것으로 세련미가 떨어진다고요? 그럼 좋지 않은 이야기에도 친절히 응대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을 구축해 나감으로 그들은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얻은 것은? 글쎄요. 여하튼 잃은 것은 얼마 없어 보입니다.

저는 그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냥 소통을 포기하세요"라고. 그들을 욕하고 비웃는 게 아니라 그게 차라리 낫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그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한계입니다. 그 대신 거대 조직은 나름의 잇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삼성이 노키아가 된다고 그게 좋은 결과입니까? 구글이 MS가된다면? 닌텐도가 소니가 된다면? 완전한 소통이 능사는 아닙니다. 사람들은 인격화된 소통을 원하지만 조직이 그러한 요구에 대응하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그것을 흉내낼 수는 있지만 그보다는 차라리 더 나은 구조의 소통을 모색함이 나을 것입니다.

그래도 소통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차선으로의 방향을 몇 가지 생각해보자면, 먼저 소통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소통이라는 말을 살짝 집어넣고 그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 보여주세요. 그것을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방안은 투명성입니다. 블로그를 통해 어설픈 인격체를 상정하거나 '홍보팀 XXX'입니다, 같은 이야기보다 현재 어떠한 소통 한계가 있고 이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또 어떻게 소통 구조를 개선해가기 위해 노력하고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를 어필하는 게 나을 겁니다. 예로 거대 조직의 블로그는 조직의 한 부분임을 천명하며 이들의 문제 해결 프로세스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간섭하지 않는 것입니다. 놀림거리가 된다고 발끈할 필요 없습니다. 인터넷에서는 부시 대통령이건 오바마건 네티즌들의 조롱거리라는 점에서는 평등합니다. 간섭은 되려 역효과만을 낳습니다. 네티즌들에게 비판은 놀이이자 삶입니다. 그 어떤 비판에도 대인배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악플이나 조롱을 두려워해 삭제하고 관리해봤자 이미지 하락만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노이즈 마케팅은 지양해야겠지만 쪽팔리는 일에 대한 최고의 대응이 알아서 자폭하는 것이듯, 조롱거리가 되는 게 두렵다면 차라리 놀이터를 만들어주는 쪽이 그 형태가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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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욕먹고도 아직도 배고프다는 대인배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트래픽 장난이나 치는 것은 이미 인터넷 광고업계에서도 지양하는 일입니다. 더군다나 블로그는 역사가 누적되는 툴이고 소통이 전제되는 툴이기에 부정적 이슈로 떠오름은 브랜드 가치 하락을 이끌어내기 쉽상입니다. 개인 블로거들 중에서도 구독자가 많고 조회수가 높지만 구설수에 휘말리고 가볍게 취급받는 이들이 있는 반면, 그리 많은 방문자나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지 않음에도 조용히 신뢰를 형성해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정량적보다는 정성적인, 의식적보다는 무의식적인 부분에 세심하게 신경쓰며 장기적으로 거대 조직을 브랜드화시키는 하나의 요소이자 거점으로 초점을 이동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여하튼 이런 이야기들은 다음에 다시 언급하고... 이러한 조건들을 충족시키기 힘들다면? 그냥 기존 구조에 남아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때로는 1.0이라는 이름으로 격하당하지만 여전히 기존 커뮤니케이션 툴의 영향력은 강력합니다. 또한 대형 조직은 이러한 툴에 훨씬 익숙하며 궁합도 훨씬 잘 맞는 편입니다, 쓸데 없이 리스크를 안을 이유도 없고 투자 대비 효과도 안정적입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역사가 그 효과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비록 공룡은 멸종했지만 나름 긴 시간의 흐름 속에 적응해 나간 생물이며 또한 그 시대의 강자였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블로그라는 툴이 브랜드를 공고히 하는 매우 강력한 도구로 사용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단 앞서 이야기한 몇몇 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면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을 뿐이죠. 다시금 반복하지만 당신들은 그 넘치는 개미들의 속도에 대응해 소통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또 그들을 통제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아무리 열심히 머리를 싸맨다고 해도 그 효과가 단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물론, 측정하는 것조차 힘들 겁니다. 이 모든 위험 요소가 '매우 당연한 것'이라 여겨질 때 블로그는 거대 조직은 물론 그들을 둘러싼 수많은 개미들에게도 후생을 낳는 강력한 도구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1. 민트
    저 컴에 빠진 기능이 하나있네요. 오해라고...ㅋㅋ 이게 말 안들어 쳐먹는 프로그램과 소통할 때는 만능키 아닌가요?
  2. 근데 이명박 정부는 1.0식 소통인 정책토론도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터라... 소통의 방법론을 떠나 그냥 소통할 맘이 없는것 같습니다.
  3. 마지막 문단을 읽으니 왠지 떠오르는 연설문이 있네요.

    지름신(마음 속의 소리를 질러라고 외치는 신)의 가호 아래 이 블로그세상은 새로운 자유의 탄생을 보게 될 것이며, 블로거의, 블로거에 의한, 블로거를 위한 현실창조공간은 이 인터넷 세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승화리함 컨닝-

    아이템 선정, 글의 내용 다 좋으나 평소 수령동지의 유머스러움이 2% 부족해 무효.
  4. 차분하고 설득력 있게 잘쓰셔서 동감하고 갑니다. 정말 현실적인 대안을 쓰신것 같습니다. 정부가 귀는 귀울이데 발끈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5. 처음부터 끝까지 동감하며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ㅎㅎ
    좋은하루 되세요~
  6. 원투원마케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써 참 공감하는 말입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블로그라고 들어가보면 이건 글만 덜렁, 자기랑 다른 의견이 적히면 바로 삭제. 이건 소통은 커녕 홍보라고 부르기도 힘든 것이지요. 강력한 채널을 저렇게 쓰면서 '소통'이라고 하다니..소 잡는데 메스 들이대는 격이지요; 에휴
    • 2009.03.18 20:49 신고 [Edit/Del]
      아, 그 쪽 업종에 종사하고 계셨군요. 거대 기업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좀 더 머리를 써야 할텐데 애초에 그럴 구조가 안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7. 저련
    바퀴벌레들이 많은 곳에서 잠을 자다가 살을 뜯겼던 경험이 많이 있다는.. 그런 것들에 비하면 사람도 열라 둔하다는
  8. 까까를 위한 용량 2Mb컴퓨터가 제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이거 제 블로그에 퍼다 놔도 되겠지요? 이렇게 잼나는 글을 묵혀두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까까가 공룡살을 뜯어먹었다는 불경한 말을 내뱉다니.. 조만간 남산에서 찾아오겠군요. ㅋㅋ

    ###제 생각에 까까가 뜯어먹은 건 분명 미국산 공룡의 등뼈 부위였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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